북튜버 해나의 책장
오랜만에 생각난 시집이 있다.
내게 문정희 시인과 서사시의 힘을 알게 해 준 시집.
작가의 사랑.
성숙한 글쓰기란 이런 거라고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흔적을 남긴다면 그것이 위로와 용기였으면 좋겠다고
풀어내는 방식이 슬픔이어도 위안과 용기로 흡수되었으면 좋겠다고 꾹꾹 눌러 일기를 썼더랬다.
미투 증언이 퍼지던 시기에
일제 시대 데이트 폭력을 당한 채 되려 멸시와 환멸을 견뎌야 했던 탄실 김명순 님의 넋이 문정희 시인님의 글 속에서 애도될 때
슬픔 많은 여인들을
'눈물에서 태어난 보석'이라고 안아주는 문장을 만날 때
신문지를 반으로 접고
추위를 떨며 절망을 덮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그 온기로 눈을 떠
다시 무대에 오른 무명배우의 이야기를 읽을 때
나는 빚진 사람의 마음이 되었고 그 마음을 책임으로 받아들였었다.
작고 얇지만 작지 않고 얕지 않았던 시집.
퇴근하고 다시 꺼내 읽어보아야겠다.
추신 : 지하철에서 읽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