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는 인스타 마켓에서 팔이피플에게 떨이로도 안 팔 물건을 비싼 값에 떠안거나, 우리가 예전에 꽤 봤던 '곗돈 사기' 그리고 폰지사기 최근의 라임 펀드 사기 까지. 왜 멀쩡한 사람들이 이런 사기에 넘어가는 걸까 항상 궁금했다.
그 와중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FYRE :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이라는 다큐를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왜 속는가? 또, 속이는 사람들은 무엇을 미끼로 쓰는 걸까?"
세계 최대의 테크 IT 행사인 웹 써밋에 난 데 없이 힙합 가수 하나가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50센트와의 참 치사하고 치열한 디스전으로 유명한 자 룰. 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의 진주인공인 '빌리 맥팔랜드', 1991년에 태어난 젊은 사업가였다.
자 룰과 빌리 맥팔랜드는 개발자 한 명과 유명 셀럽과 연예인을 간단하게 섭외할 수 있는 앱인 'FYRE'를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자 룰은 쇼 비즈니스계 인맥을, 빌리 맥팔랜드는 펀드레이징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밀레니얼 세대에는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특정한 인맥이나 복잡한 루트, 가격 흥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스마트폰의 앱을 켜서 원하는 셀럽, 인플루언서, DJ, 뮤지션을 파티에 부를 수 있게 한다는 것.
한마디로 '섭외 플랫폼'을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여기까지로 끝났으면 정말 좋았을 뻔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번쩍 '뮤직 페스티벌'의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우리의 풍운아 빌리 맥팔랜드는 이 아이디어에 꽂혀 일단 섬부터 샀다. 먼먼 바하마의 보석 같은 바다에 콕 박혀있는 섬. 일단 계약금 100만 달러로 아직 잔금이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면서 샀다고 이야기하고 다니고, 일을 시작한다.
일단 장소는 준비되었으니, '뮤직 페스티벌'을 열려면 보통 같으면 무대와 음향을 세팅하고, 실제로 이 럭셔리 페스티벌의 티켓을 구매해줄 고객들을 위해 전기, 물, 음식이 제공될 아름답고도 낭만적인 숙소와 인프라부터 설계하고 세팅해 놔야 할 텐데. 세기의 천재이자 비저너리인 빌리 맥팔랜드는 냅다 인플루언서들과 슈퍼모델을 섭외해 홍보영상부터 찍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바하마 해변, 그것도 전설의 마약왕이 있었던 섬에서 아름다운 슈퍼모델과 인플루언서들과 한바탕 호쾌하게 즐기는 것으로만 가득 찬 '꿈같은 광고'
이 영상에는 실제로 티켓 구매자들이 와서 어떤 숙소에서 정확히 어떤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인지 생략되어 있다. 그저 아름다운 바다, 비키니를 입은 인플루언서와 모델들... 구체적인 것은 없고 이미지만 몽실몽실 떠다닌다. 이대로 무슨 하이패션 향수광고나 패션 브랜드의 여름 컬렉션 이미지 광고로 써도 무방하다.
이들이 파는 건 계획이 아닌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파는 것이었다.
자 룰과 맥팔랜드는 수많은 실무진들을 기존 앱 개발은 물론이고, 페스티벌에 갈아 넣으면서 이 섬에서 아예 갓끈 풀고 호쾌하게 논다. 그리고 자 룰이 말한다.
우리는 루저들에게 몽상을 파는 거야.
정말 방탕 그 자체다. 하루종일 제트스키 타고 술마시고 낮에 뻗어있는 이들은 페스티벌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실천도 하지 않은 채 비싼 값을 주고 고용한 슈퍼모델이나 금수저 인플루언서들에게 정확히 몇 월 며칠 몇 시에 인스타그램에 오렌지색 화면을 올리고 파이어 페스티벌 해시태그를 넣으라고 해 '어 이게 뭐지'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모델들이 주말에 찍은 사진들을 올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공격적이고 특별한 마케팅을 통해, 이 럭셔리 페스티벌의 티켓은 '매진'된다.
첫 번째로 열리는 페스티벌에 이런 결과라면 놀라운 거라고 관계자는 이야기한다.
다시 광고로 돌아와서, 유심히 보면 '한때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소유했던 섬'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마약을 너무도 잘 팔아서 창고에 돈을 쌓아두어 쥐가 10% 정도를 갉아먹을 정도로 부자였던. 사업을 위해 참 많은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죽였던. 건달... 아니, 양아치 아닌. 초대형 마약왕이었다.
왜 파블로 에스코바르일까? 뭔가 뒷일 생각 없이 그리고 수단과 상관없이 목적만 이루면 다라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없는 음악 그리고 술과 파티 거기에 약을 할 사람은 또 할 거 같기도 하고. 이미 맥팔랜드는 자기가 파블로 에스코바르 급은 된다고 생각은 했던 것 같다. 규모야 달랐지만 뭔가 '돌아가는 방식'은 일부 유사했다. 수단 불문 돈을 긁어 모음 그만!
그리고 이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소유했던 섬이란 단어가 유가족들에게 문제가 되어 가뜩이나 시간도 촉박한데 인근의 다른 섬으로 옮겨야 했단다.
그들은 웹사이트에서 코첼라가 하는 것처럼 깔끔하고 널찍한 럭셔리한 오두막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돔형 텐트 정도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양두구육. 그 자체였다.
시끌벅적한 홍보가 끝나고 페스티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진이 투입된다. 이 섬은 특정시기 즉 스포츠 경기 때만 사람이 몰리는 섬으로 평소엔 인프라가 그렇게 잘 갖춰 있지 않았다. 그러나 페스티벌에 오는 사람들은 휴양지의 호텔 정도는 생각했을 것이다. 많은 경험을 했던 실무자는 인프라를 짜는데, 자 룰과 맥팔랜드는 신경도 안 쓰고 시시덕 댄다. 텐트를 고집해서 텐트를 치고 이 실무자는 자기 아내와 함께 하루 지내는데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곧 잘린다. 잘린 사람은 이 사람뿐 아니라. 이 꿈의 페스티벌을 어떻게든 현실에 안착하게 하려 했던 생각 있는 실무진 전부였다.
그래서 맥팔랜드는 어떻게 했냐고?
초대형 스타들을 초대한 럭셔리 뮤직 페스티벌, 그것도 시내 한복판이 아닌 먼 바하마 바다의 섬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에 겨우 45일을 앞두고 새로운 실무진을 구해 투입한다
실무진은 난리가 났다. 다양한 숙소형 텐트를 제안해봤지만 실제로 고객이 와서 즐기고 쉴 공간에 대해서는 투자에 인색했고, 그 예산 안에서 마련할 수 있는 숙소는 영상에서는 하얀 베일의 꿈의 쉴 곳처럼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간이텐트와 공기가 들어간 매트리스 하나가 들어간 겨우 들어간 정도였다. 그래서 그들은 집 찾아 삼만리, 물 찾아 삼만리 온갖 고생을 다해야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 경영진은 오직 '인플루언서'들에만 신경을 썼다. 실제로 비싼 티켓을 사준 고객들을 위한 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거액을 주고 고용한 인플루언서들에게 무료 숙소를 줄 것을 지시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뭔가 상황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보고하면 경영진과 맥팔랜드 왜 이렇게 부정적이냐며 자르거나 힘든 짐을 얹고 또 얹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이탈하는 인력이 점점 많아졌고, 파이어 페스티벌이 열리기 전 안티 사이트가 만들어져서 현장의 실체를 고발하기도 했는데, 이 사진들은 고위 경영진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진이라고 했다.
이미 불만을 품은 사람이 늘어났다는 증거였다.
또한 내부자 고발이었는지 몰라도 페스티벌의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를 다룬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 모든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워낙 투자자들에게 이빨을 털어놓은 게 많아서였는지 아니면 일단 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정말 그날 폭파되고 중지되어도 모자랄 이 페스티벌 준비과정은 꼭 마약에 찌든 사람의 정신상태 마냥 엉망으로 꾸역꾸역 이어졌다.
돈도 자주 떨어졌다. 현지 인부와 식당을 구해서 인건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툭하면 자금이 모자라 일정이 중단되었고, FYRE소속의 엔지니어들과 실무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는 날도 왕왕 있었다고 한다.
맥팔랜드는 자기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이 파이어 앱과 페스티벌 사업이 잘 될 것이라고 속여 현금다발을 끌어다 메꾸고 메꾸고 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게 꾸거나 속여서 얻어온 돈은 현장 정비에 쓰이기는커녕. 단 한 번도 페스티벌 뮤지션 섭외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을 시켜 '초대형 가수'들을 현재 개런티보다 3배 이상 불러 이 페스티벌에 메꿔 넣는 데 사용된다.
결국, 페스티벌은 악몽으로 바뀐다
비행기에서 사람들이 내리면서부터 악몽이 시작되었다.
차량도 없고 안내요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숙소며 식사며, 심지어 돌아가는 항공편까지 엉망이었고, 이것은 페스티벌 참여자의 트위터를 통해 급속도로 퍼진다. 잠잘 곳도 제대로 없어 사람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쪽잠을 자야 했고, 비싼 돈 들여온 만큼 사람들의 분노도 극에 달했다.
또 주요 뮤지션들이 돌연 출연 취소한다 밝혔다.
SNS로 흥한 자 SNS로 망한다더니 실체도 없이 겉만 잘 꾸며 입소문으로 얻었던 주목과 돈은 삽시간에 공중으로 사라지고 만다. 결국 이 사건은 공식적으로 기사화되고
이 페스티벌은 취소되고야 만다. 가공의 이미지를 실제처럼 꾸며서 사람들의 흥미와 입소문을 자극해 많은 돈을 끌어모은 맥팔랜드와 이 페스티벌은 이후로도 트위터에서 지속적인 씹을 거리로 남았다.
씁쓸했던 건 이런 일을 쳐놓고, 실제로 이 섬에 살던 인부들에 대한 급여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또 이 페스티벌을 바라보고 외상으로 식사를 제공했던 식당 주인을 나 몰라라 하고 맥팔랜드는 혼자 어디로 도망쳤다는 거다. 이 무거운 짐은 실무진들과 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고 노고를 들여야 했던 부분을 담당한 섬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떠 안겨졌다.
빌리 맥팔랜드는 누구일까?
사실 이 젊은 사업가는 이 사업 전에 매그니시스라는 회원제 카드시스템을 만들어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바 있다. 이 사업가는 종종 텔레비전에 나와 플라스틱이 아닌 알루미늄으로 된 세련된 디자인의 카드와 그 카드에 담긴 비전을 이야기했다. 언변이 좋았다. 자신감도 넘쳐 보였다. 참신함과 배짱 그리고 이 사람의 특별한 아이디어 라면 이 카드 한 장으로 특별한 문화적 '경험'을 하며 살 수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이 파이어 페스티벌과 같았다. 멋진 셀럽의 무대를 싸게 즐길 수 있다고 약속했던 이 카드는 그냥 뻥카였고, 사람들의 분노가 인터넷에 모였고 이 사업은 그냥 공중분해되고 만다.
여기서 빌리 맥팔랜드가 뭔가를 얻었으면 좋았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의 산 증거가 되어 버렸다.
그와 함께 일했던 직원이나 관계자의 말로는 그가 사람을 가족처럼 느끼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자신을 특별하게 대해주고 또 새로운 비전을 자신감 있게 제시해주고. 그리고 속도감 있고 거침이 없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지루하고 답답한 현실을 한 꺼풀 벗어던지고 초고속 열차에 태워 재미있게 해 주거나 같이 일하면 나도 이익을 얻을 것 같은 인상을 줬다는 것.
그러나 이 사람과 짧은 시간 속도감 있게 일한 사람들은 꼭 후회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을 탓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약해질 때, 그리고 너무 짧은 시간에 다가운 행운이나 내편 같은 사람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합류하거나 자신의 시간, 공간, 감정을 내어줬다가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누가 안 속겠는가?
마음이 공허하고 속도를 좋아하고 각종 SNS의 눈에 띄는 이미지와 셀럽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 그 틈을 파고들어가 악용한 것이 바로 빌리 맥팔랜드의 수법이었다.
이 다큐를 보면서 '플랫폼 비즈니스'와 'SNS 마케팅'또는 셀럽 마케팅에 대해 생각해봤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을 팔기 위해 아이팟을 만들어 팔았다는 말이 나온 지 20년이 되어간다.
이후 세계는 IT기업은 또 수많은 젊은 사업가들이 플랫폼을 먼저 만들어 팔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고, 좌판을 만들려고 못질 한 번 안 해도 코딩으로 만들어진 이 가상의 공간에서 자릿세를 받고 실물을 교환하게 하는 게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돈을 버는 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실물이 없으면, 현장이 없으면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실무의 과정과 물리적 시간과 비용을 무시해 버리면 모든 것은 그냥 '사상누각'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인터넷도 각 세계를 연결하는 굵은 케이블 선과 데이터 센터에 가득한 컴퓨터 기기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 재미있는 가게들이 입주할 멋진 건물을 지어도 그 건물에 실제로 입주해 구입이 가능한 물품을 소비자가 쥘 수 있어야 그 건물이 가치있다. 아니면 공실이 나서 유령상가가 된다. 사람들에게 경험을 판다지만 그 경험은 실제로 먹고 입고 듣고 냄새맡고 만지는것을 뜻하지 머리 속에 몽롱하게 떠 다니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게 아니다. 요새야 그 경계가 흐려졌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건 변함 없다.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채로 언변 하나로 관심을 끌어모을 때, 그리고 부당한 방법으로 성공을 했을 때 '천재병'에 걸려버린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나는 천재고 손으로 슥슥할 테니 알아서 멋있게 해 놔라. 한마디로 재봉 경험 하나 없이 스케치나 쓱쓱 그려 도저히 바느질할 수 없는 옷을 예술적으로 그려내는 골칫덩이 금수저 디자이너가 생각난다. 실무 같은 건 나 같은 사람이 할 게 아니라는 거다.
또는, 이미 나는 그런 건 다 옛날에 해봤고 이젠 관리직으로 올라 실무는 아랫사람에 시키고 자기는 아이디어와 더 좋은 생각을 하고 '고쳐라, 고쳐라, 바꿔 봐라'해버린다면 '상사병 혹은 비저너리병 '에 걸리고 결국 조직이나 인간관계의 최소 안전망에서 수직 추락해 버려지게 될 거다.
그저 잠깐 떠오른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불려지는 사람들을 모아 이미지를 판다. 그거 좋다. 그러나잊지말아야 한다.
보이지않는 꿈이 등대가 되어 우릴 이끌지만 결국 이 모든 걸 실현시켜야 하는 곳은 물리적 세계이며 흐르는 시간의 강 속이니까.
책임감이라는 단어, 실무감각이라는 단어는 어느 시대에도 그 가치가 바래지 않는다.
전체 사진 출처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FYRE :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