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

다큐아리움6

by Dolphin knows




브라질 쿠리치바 연방법원의 다닐루 페레이라 주니오르 판사는 이날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을 결정했다. 이날 저녁 연방경찰 건물을 빠져나온 룰라 전 대통령은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으나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나를 기다려준 지지자들에게 감사한다.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석방 소감을 밝혔다. 룰라 석방 소식에 연방경찰 건물 주변에 가족과 좌파 정당·사회단체 회원,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경찰의 통제에도 큰 혼잡이 빚어졌다

출처 : 연합뉴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580일 만에 석방 ", <한겨레>, 2019.11.09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것. 축구와 화끈한 쌈바 댄스다. 또, 나는 맛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브라질 커피'가 떠오른다. 그러나 나도 이 다큐를 보기 전엔 몰랐다.

대한민국과 무척이나 닮은 정치 지형도와 역사를 지닌 나라가 브라질이란 것.

군부독재와 혁명 보수반동까지. 어릴 적 최루탄 연기가 나서 소매로 눈과 코를 가리며 광화문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다녔던 나와 지구의 다른 편에 있는 인종도 다른 아이가 어쩌면 같은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는 게 비슷하다고 느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떤 땐 공포이기도 또 슬픔이 기도했다. 또, 위안과 불안이 뒤섞여서 어떤 가닥을 잡아도 확실하지 않았다.



브라질도 우리나라와 같이 식민지배를 겪은 나라였다. 2차 대전 이후 포르투갈로부터 해방된 이후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구의 힘으로 발전할 것처럼 보였으나, 군사독재의 엄혹한 시절을 20년이나 보내게 된다. 아무리 가능성이 있어도 정치 사회 시스템이 기득권 위주 또 정당하게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권력을 쟁취하지 못하기에 벌어지는 '폭력적인 대책'앞에서는 다 말라죽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들은 가난해졌고,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한때 브라질은 빈부격차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같이 싸웠고, 고문을 당했고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직선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룰라'가 있었다.

1987년의 우리나라와 같이, 브라질 국민들도 대통령 직선제를 위해 싸워야 했다.

노동자 출신, 원래는 그냥 운동가로 정치엔 뜻이 없었으나 당시 브라질 정치인 중 노동자 출신이 없다는 걸 알고 팔을 걷어붙이고 정계에 투신한다.

그의 카리스마와 어려움을 겪은 계급 출신 특유의 공감능력 그리고 추진력은 이때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득권층이 자리 잡은 브라질 정계는 그에게 대통령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룰라는 1989, 1994, 1998년 본래 자신의 색을 강하게 가지고 나왔다가 대통령 선거에 세 번 낙마한다. 그러나 2002년엔 정장을 입고, 기득권층에 대해 어느 정도 유한 자세를 보였다. 결국 그는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다.


보우사 파밀리아라는 정책, 그리고 석유개발.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 세계가 흔들릴 때 즈음 브라질은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과감한 투자를 해서. 결국 내수시장을 활성화 해 나라의 경제순위를 12위에서 8위까지 올려놓았다. 보통 분배는 진보, 성장은 보수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데, 룰라는 신기하게도 분배를 통해 성장까지 이뤄놓았다.

그러나 이때도 그간 브라질에서 티하나 먼지하나 묻히지 않고 안전한 울타리에서 지내던 '백인'들은 불만을 토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아쉬움을 이야기 한다. 아무리 룰라와 노동자당이 노력했어도, 기업에서 정치후원금을 받는 구조 자체를 타파하기는 어려웠고 워낙 그 인습이 고착화되어 룰라도 거기에 어쩔수 없이 엮여들 수밖에 없었다고. 룰라라는 대통령 하나 그리고 몇 명의 정치인이 바꾸기엔 근 20년간 지속되온 독재정권과 기득권이 짜놓은 그물이 너무도 단단한 것이 다큐를 통해 전달됐다. 정말 룰라 하나 바뀐 것 뿐이었다. 그의 지지기반은 반대 세력에 의해 계속 깎여나갔으며 후계자들도 차례차례 낙마해야 했다.

룰라는 결국 그들을 '연정'을 통해 품고 가려고했고 어느정도 성공을 보았지만, 그들의 '두려움'을 보지 못했다. 억압하는 자들이 가진 두려움말이다. 언젠간 세상이 바뀌면 내가 한 것처럼 당하게 될거다 라는...


다행히 룰라는 거의 80%의 지지율을 입고 자신의 후계자이자 민주화 운동가 출신인 '지우마 호세프'에게 정권을 무사히 이양했다. 감독은 이 상황을 '내가 엄마가 꿈꿨던 세상에 살고있다'라고 말했다. 왜냐면 감독의 어머니는 지우마 호세프의 학교 후배였으며 같이 민주화 운동을 하며 투옥되기도 한 운동가였기에...


민주화 투사이자 고문피해자이며 룰라 재임시절 유능한 각료로 활동했던 지우마 호세프. 우리나라의 고 김근태 장관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지우마 호세프는 룰라보다는 좀 더 급진적이었으며, 나라 정세도 예전같지 않았다. 천연 자원까지 발견된 호재가 지속되었던 룰라때와는 다르게 국내외적으로 정치 경제적 혼란을 겪어야 했다.

지우마의 과감한 개혁은 기득권층 무엇보다 기득권층을 후원한 기업의 반감을 사게 됐다.

그들에게 때가 왔다. 민주운동당이 그간 잃어버렸던 정권을 찾을 기회. 눈엣가시인 지우마는 약해져있으며 기업이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리고 사냥개도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보수반동이 시작됐다. 이 보수반동의 주범은 당시 부통령이었던 미셰우 테메르, 공범이자 사냥개는 세르지오 모루라는 검사 였다. 2014년 지우마 호세프에게 패배한 미셰우 테메르가 검찰과 손을 잡고 표적수사를 시작하고 탄핵 시나리오를 착착 진행했다.


결국 브라질판 검란을 이용한 '세차작전'으로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안되는 민주화 운동가 출신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되고 바로 몇 주 안되어 룰라 대통령이 표적수사와 재판을 통해 투옥된다.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 감독은 담담하지만 노골적으로 보여주는데, 기시감이 들었다. 검찰에서 언론에게 빨대를 제공해 아직 유죄화되지 않은 사실을 일단 언론에 다 뿌린다. 실제로 지우마 호세프를 탄핵한 이유는 부패가 아니었는데도 일반 대중은 자세히 알아보기 까지는 '아 또 정치인, 것봐 똑같아. 쟤도 부패야'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이 탄핵은 회계관련해서 제대로 챙기질 못했다는 것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실업률 등등 온갖 이유를 갖다붙여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브라질의 사법부는 특히 검찰은 우리나라의 검찰만큼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하기 힘든 기관이란 것을 이 다큐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됐다.


미셰우 테메르는 집권 뒤 내각을 오로지 백인 남성 또 극우세력으로 채웠다.

이후 '지우마 호세프를 탄핵한 이유는 검찰의 보수쪽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함'이라는 비밀 녹취록이 공개가 됐음에도 그는 탄핵당하지 않았다. 이유는 우리가 겪어봤으니 알만 할거다. 이게 단지 민주운동당 뿐 아니라 주요 야당들 중 겨라도 묻힌 이들이 서로서로 스크럼짜며 단단한 카르텔을 만들어 생긴거니까.

누구 한 사람 희생양이 필요했다. 바로 그게 브라질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자 민주화운동가이며 고문 피해자인 '지우마 호세프'였다. 뭐 죄목은 씌우면 그만이다.

"브라질 테메르 전 대통령, 재임 중 부패혐의로 전격 체포"
<서울경제신문>, 2019. 3. 22.
사진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VGORH9QYI "

그러나 이 미셰우 테메르도 끝이 좋지 않았다. 재임 중 부패혐의로 체포되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 휘장을 다른이에게 넘기고 만다. 그와 비슷한 진영의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르에게 말이다. 그리고 브라질 사람들은 극우반동의 중심에서 수 년전 겨울 길거리에 나와 추위에 떨며 촛불을 밝혔던 우리처럼 엄혹한 날을 견디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https://www.yna.co.kr/view/AKR20201230005100094)


http://m.hani.co.kr/arti/area/area_general/894427.html#cb



2019년 5월 18일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는 극우단체들 특히 경상도 출신의 극우단체들의 난동이 있었다. 하필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5ㆍ18유공자 가운데 가짜 유공자가 있다”라고 외치기도 했단다.

그냥 몇몇 단체의 넋빠진 행동이라 치부하기엔 기시감이 든다.


잔인하게 누군가를 압박한 쪽의 마음과 생각을 재구성해봤다.

가해자는 가해행동으로 인해 어느정도 혜택을 누리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개념을 가진 인간이기에 마음에 두려움이 쌓이기 마련이다. 이건 논리와 감정이 함께 움직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렇게 잔인하게 했는데 만약 세상이 변하면 피해자가 우리가 지들에게 한 만큼 잔인하게 복수할 것이다 라는 논리. 그 속에는 두려움이 있다. 가해자들은 혹은 가해자들로 인해 작든 크든 혜택을 본 쪽은 그 감정에 사로잡혀 제대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 나아가자는 피해자의 미래적 지향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개혁과 진실, 변화를 막고자 한다. 그것이 종교든 정치든 혹은 성차별 등에 관련한 인습타파일 경우 그 인습으로 인해 혜택을 입었던 이들이 하는 행동과 기본 뼈대가 같다.


어떻게 해서든 돌려놓아야 해. 그리고 더이상 진실을 규명하거나 감히 '공평'따위를 꺼내놓지 못하도록 눌러버려야 해. 빼앗긴 걸 되찾아야 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우리 정치사에 맞아들였던 10년. 언론과 검찰은 아직 스스로 보수라 말하는 '수구'정당과 그들의 후원자인 기업의 충직한 개 노릇을 했고. 그렇게 어렵게 얻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성과를 박살내고 10년이 좀 안되는 수구 정권을 우리에게 투척했다.


참여정부 시절 유행했던 말이 '잃어버린 10년'이었다. 2000년 초반이니 그 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법하다. 바로 '일본'이다. 그것도 정치와는 상관없이 버블이 꺼진 10년을 의미하는 건데 당시 한나라당과 그들의 말을 참 충직하게 전했던 메이저 언론이 이 말을 정치와 경제 등에 독버섯처럼 퍼뜨렸다.

당장이라도 집값이 떨어지고 주가가 내려갈 것 같은 불안함. 동성애가 창궐하고, 학교에선 학생들이 어른말씀에 반항할 것같은 무질서의 세계에 대한 공포, 그리고 전쟁세대의 PTSD를 건드리는 '북한'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키워드를 리모콘 삼아 대중들을 선동했고. 결국, 피흘려 싸워 이뤄낸 민주화 성과를 폄훼하고 그 반대로 나라를 잡아당겼다. 민주진영에 빼앗긴 10년을 표현할 말은 많았을거다. 똑똑하신 분들이니까. 난 궁금했다. 왜 하필 그 나라의 대표적 사건과 상징어를 차용했을가? 그 말의 출처인 그 나라가 그들의 심정적 조국이라 의심되기까지 하는데 아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난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이후의 기간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기억한다.


이명박과 박근혜 시절에 맞닥뜨렸던 일을 지금, 브라질 사람들이 겪는 것을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고문은 없었다', '5.18은 조작이다'라는 말은 다른 대륙에서 들려오는 다른 말이지만 그 맥락이 같다.

긴장을 놓아선 안된다. 검찰과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권력의 시녀노릇을 하며 독점적 권력을 휘두를 때 모든 게 엉망이 된다는 걸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 다큐의 감독 페트라 코스타의 조부 쪽은 기존 기득권에 연결되어 있고 부모는 민주화 운동을 한 경력이 있다. 이 다큐가 탄핵과 투옥 이 단어 속에 얽힌 복잡한 매커니즘을 명확하게 조망해준 것은 감독이 자라온 배경 속에서 직접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깊이 고민한 시간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내용은 참 딱딱하지만 눈이 즐거운 게 이 다큐의 또 다른 매력이다. 화면구성이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다. 자칫 분노와 뜨거움으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를 객관적이면서도 명확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우리에게 보여준 감독의 재능이 놀라웠다.

우리와는 인종도 문화도 위도도 다르지만 너무도 비슷한 브라질에 응원을 보낸다.

밤은 언제나 깊고 더 깊어가지만 그게 지나야 새벽이 온다고.


전체 사진 출처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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