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난 홍대 근처 모처에 살았고, 홍대역에서 조금 걷거나 아니면 6번 마을 버스를 타면 집 근처에 내렸다.
회사도 집 근처라 웬만함 걸어다니는데 그때 송파 쯤에 있었던 거래처 미팅 가느라 같이 미팅갔던 이사님은 이사님 댁으로 가시고 나는 거기서 지하철 타고 홍대역 2번 출구에서 내렸다.
퇴근 시간이었고 그 때는 아마 8월 경 엄청난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부모님과 좀 떨어져지냈기 때문에 (지금은 걸어서 2분거리) 부모님이 걱정되어 창문좀 잘 단속하시라고 신신당부하며 마을 버스를 탔다.
그런데 갑자기 좀 상태가 안좋은 5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마을버스에 타서 뒷자석으로 들어갔는데
카드를 안찍는 거다. 기사님은 70대 중반 정도 보이는 할아버지였다. 당연히 마을버스 기사님은
요금 내시라고 했는데 와서는 기사님께 온갖 쌍욕을 퍼붓는거다. 하필 내가 기사님 뒷자리에 앉았고
그 꼴을 다 봤다. 그리고 마을버스 기사님의 뒷통수를 손으로 가격했다. 다들 겁에 질려있었고...나도 엄청 무서웠는데 이 꼴을 더는 보기 싫어 진짜 떨면서 조심조심 112에 신고했다.
한 7분 정도 걸렸나? 경찰 두 분이 오시고 그 놈은 제압되었다.
그 7분이 억겁같았다.
웃긴건 바로 그 다음이었다. 내가 신고했을 때 덩치 큰 남자도 좀 있었는데 아무도 뭐 아무것도 안했지.
뭐 거기에 불만은 없었다. 용기는 확실히 덩치에 비례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봤고 그 전에 폭력당하는 사람을 목격한 적이 꽤 있어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조금만 더 놔뒀다간 큰일날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겁을 먹는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 벗겨진 덩치 좀 있는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빽빽 지르는거다.
아니 이 많은 남자들은 신고 안하고 뭘했냐고? 남자가 이렇게 많은데 뭘했냐고?
자기가 막 훈계하고 혼냈다. 아니 너 뭐 돼?
웃겼던게 그럼 왜 지는 아닥했는데 그리고 정작 무서웠는데도 신고한 나는 가만히 있는데 저 인간이 왜 나대지?
그리고 어이없음 쓰리콤보, 그 남자는 서 있었고 그 남자 앞에 앉아 있었던 몸집 좀 작은 남자는
기분이 나빴던지 왜 그러냐고... 하면서 둘이 싸우려고 하는거다.
뭔가 그 유명한 경찰서 무술대결 느낌
응? 너네 뭐하냐? 상황수습된 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또 이 지랄이냐?
이성이란 게 없나? 기부니즘의 노예구나.
술 쳐먹고 힘없는 기사 할아버지 위협한 이쑤시개 닮은 놈이나, 심지어 지는 상황 수습될때까지 구석탱이에서 아무것도 안했으면서 다른 사람이 신고해 그 상황이 끝나니까 남한테 훈계하는 미친놈이나 그거 기분 나쁘다고 싸우려는 놈이나 다 똑같아 보였다. 인류애는 이렇게 점점 식어간다.
결국 그 몸집 작은 남자는 신경질 내면서 내리고, 그 개또라이 확성기남은 내 얼굴은 쳐다도 못보고 다른 승객에게 아주 당당하게 계속 소리치며 가다가 지 내릴 곳어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