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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phin knows Dec 19. 2022

뉴턴도 못 피한걸 내가 어떻게 피해

갈까마귀의 눈 3

경찰에 근무하고 수사일을 하는 지인이 흥미로운 이야길 해준적 있다. '사기꾼의 매커니즘'. 스마트한 친구라 정리를 참 잘해줬다. 처음에 그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며 접근하는지. 시뮬레이션 해서 이야기 해주고는 '너라면 속지 않겠냐'는 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와, 내가 별건가. 나도 별 수 없이 넘어가지.

그 사기꾼들이 잘 쓰는 방법은 '네가 특별해서 내가 특별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너에게 이런걸 알려주는 나는 특별하다' 였다. 그 메시지가 무척이나 강력한거다. 처음에 살짝 미끼를 던져주고 야 네가 진짜 똑똑하니까 이만큼 번거야. 야, 너두! 쟤네만큼 충분히 벌 수 있어.

요즘 같이 다양한 통로가 많아진 시대, 사람 홀리는 데 복잡한 퍼포먼스가 필요없다는 생각.

뭐 방울이나 작두, 북, 돼지머리 혹은 복잡한 솥단지나 희생제사 주술같은 게 굳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안하고도 정신 충분히 빼 놓을 수 있거든. 시청각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모든 건 어떤 메시지를 계속 주고 그걸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달려있다.


요 몇 년 간 난리도 아니었다.
수 많은 1인 미디어와 언론에서 그 일을 해왔다. 코인, 부동산관련 유튜브, 경제적자유, 레버리지, 빚도 자산, 빚은 빨리 갚을 필요 없다, 파이어, 상급지, 초품아, 빌거, 전거, 휴거, 엘사 무엇보다 벼락거지. 이게 꽤 잘 먹히는 주문이라는 거지. 그리고 그걸 자기뿐 아니라 여러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듣고 있다면... 게임은 끝난다. 사실은 도박인데, 숨참고 러브 다이브 하시는 거다.
그런데 년 전 부터 내가 눈팅한 통계는, 그러니까 건설사나 이익단체 혹은 도박종용을 하는 코인관련 업계가 조작하지 않은 그야말로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다. 그리고 계속 경고한다. 지금이 정상이 아니라고, 저리로 돈이 풀려서 사람들이 빚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것 뿐이라고...
한동안 그 생각을 하면서 돌아다녔는데 그때 갑자기 운전하던 차가 침수되어 물속에 갇혔을때 작은 타격으로 유리를 팍 깨버려 탈출을 돕는 '비상탈출망치' 같은 한 문장이 생각났다.


출처 : 옥션


나는 특별하지 않다




모든 불행과 말도 안되는 변수가 나만 피해갈거라고? 내가 산 자산이나 부동산은 무조건 오르기만 할거라고?

왜? 내가 똑똑해서 잘 골랐으니까. 그리고 내심 그 이야기를 품고산다 '멍청한 것들, 나는 똑똑하고 대담하다'

아마 네덜란드에서 튤립 투기 광풍 불었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그 생각을 했을거고, South sea company 투자해서 돈 홀랑 말아먹은 천재적인 뉴턴(맞다. 그 과학자이자 무려 조폐국장)께서도 그 생각을 하셨을거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하지 못하겠다.

무려 조폐국장이자
네임드 과학자 아이작 뉴턴



1700년대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의 광풍에 뛰어든 사람들도 그 생각했을거다. 지금처럼 주식이 보편화 되어 있던 시대도 아니었고. 21세기처럼 휴대폰으로 쉽게 주식투자 할 수 있는 세대도 아니고, 그런 복잡한 금융을 이해하고 투자하려면 적어도 끼니걱정 안하고 제대로 배운 중상류층 백인남성은 되어야 가능했다. 이렇게나 특별한 내가 나름 공부해서 특별하게 투자했는데 잘못될 리가 있냐. 이 맥락이 읽힌다.

내가 특별하니까 특별한 정보가 나에게 온거고 말이다. 그렇게 '특별'이라는 탈을 쓰고 각종 폰지사기가 일어나고 그 '특별함'을 잘 불어넣는 이들은 원래는 그 가격이 아니어야 할 물건들을 그저 거품을 더덕더덕 붙여 비싸게 팔곤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해서 남은 건 종이 쪼가리고 흙이 더덕더덕 붙은 튤립 알뿌리, 폭락해버린 동산, 부동산 등등.

도쿄의 1991년을 다룬 KBS다큐가 있다. 수 년전에 그걸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일본인들은 '우리나라는 특별해'라는 최면과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그 댓가를 30년 이상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들의 '특별해'는 지금 한국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나라별로 환경이 다르니 기질도 차이가 나고.

전쟁과 성장 트라우마를 치료못한 그저 비교와 경쟁 생존공포로 똘똘뭉친 이 나라 인간들의 뇌 속엔 이런 말이 담겨있는 것같다.

"내가 너보다 똑똑하다!이 거지새끼 혹은 예비 거지새끼야". 이런거지 뭐.

그런데 구분하고 차이를 만들려면 좀 더 확실하게 하든가 정말 평면도 비슷비슷한 걸로 서로 구분짓고 바다 근처의 모 동네는 어떤 '구'에서 빼달라고 읍소한다. 우리는 그 동네랑 다르다고.
뭐가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다. 아마 눈썹과 눈썹 사이에 제3의 눈이라도 달고 계시나보다.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면서 왜 다르다고 주장하시는지. 뭐. 그들의 자유니까. 다만 위험하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커뮤니티 더쿠의 어떤 현자

보통 잘 되는 식당의 <비법 소스>는 자기 자녀한테도 잘 안가르쳐주지 않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는 이 나라. <며느리도 모르는>이라는 상호가 보편화 된 나라에서 그 반대의 일이 막 벌어지면 이상함을 좀 느껴야했다.

돈 버는 정보가 수 년내에 이렇게 수 많은 매체에서 풀리는 거 자체가 이 경쟁많고 비교가 일상화 되어 있고 시기심 많은 나라에서 가능하다? 왜 나만은 아닐 거라고 착각하지?
내가 보기엔 죄다 도박중독자에 빚쟁이들 뿐이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냥 답답하다. 전체적으로.
반면교사가 있어도 절대 나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배짱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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