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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phin knows Dec 19. 2022

예쁘지 않은 세상을 보다

갈까마귀의 눈 1

사람들은 왜 단것을 좋아할까? 나도 그렇고.

회사 안의 또라이나 거래처의 진상을 상대하다보면 지쳐서

집에가는 길에 스트레스 풀이를 하러 디저트집에 들렀다.

 

예전 연남동에 살았을때 집 근처에 우후죽순으로 디저트집이 생기는 걸 보며 궁금해한 적이 많았다.

처음엔 일단 반가웠다. 그런데 멀쩡한 집이 자꾸 부숴지고 공사소리가 나고 무슨 세포분열하듯 생겨나니 점점 낯설어졌다.


디저트집에서 파티쉐가 정성들여 만든 케이크나 과자들은 맛만 달콤한게 아니라

모양도 흠이나 티 하나 없이 깎아낸 듯 예뻤다. 한국에는 나빼고 다 천재들만 사는 지 각종 카페나 디저트 집엔 갖가지 아이디어와 금손의 손기술을 자랑하는 상품들이 넘쳤다.

그 케이크와 함께 내오는 커피와 차 한창 돈이 넘쳐나던 벨 에포크 시절의 유럽이나 공황 전의 미국을 그대로 베껴온듯 부유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찻잔과 소품은 어떻고. 인스타그램이 한창 날리기 시작했을 무렵 그 디저트집의 인테리어는 우리가 사는 생활에 찌든 집이나 그저 기능적으로만 꾸며져 우리의 피 땀 눈물을 받아내는

사무실이나 그외 일터와는 달랐다. 돈을 내고 들어가면 낯설지만 아주 예쁘고 완벽한 시간과 공간이 펼쳐졌다. 그 가게의 주인들은 그걸 만들어내고 관리하기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렸고, 예쁜 디저트를 위해 파티쉐들의 손목과 체력은 갈려나갔지만 말이다. 일단은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그래야만 했다.


잠시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이만큼 우후죽순 생긴다는 건 그만큼 현실이 예쁘지 않다는 거다. 하루 24시간을 디저트 집에서 혹은 예쁘게 꾸며진 공간에서만 살 수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기에

또 시시각각 참 낯설지만 불쾌한 일들이 만연한 곳에 살기에

나는 그렇게 예쁘지 않은 모양으로 세상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세상을 보고 생각하고

적어도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금수저도 금손도 셀럽도 아닌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가야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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