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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phin knows Dec 19. 2022

나는 국대 달아준 적 없는데

갈까마귀의 눈 2


https://youtu.be/dLptjP1RKmQ


판의 미로 그리고 헬보이2 골든아미를 보고나선 '와 대단한 감독이다. 잘하시네'정도였던 기예르모 델 토로가 내 취향세계에서 천조국 대통령까지 오르게 만들었던 영화가 이 '퍼시픽 림'

거대하고 호쾌했다. 스토리를 단순화한 대신 비주얼에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넣으셨다. 덕질은 정말 이렇게 해야 옳다. 이후 난 기예르모의 덕질은 일단 응원하고 본다의 모드로 전환했다.

이 영화는 눈이 행복한 영화다. 집시 데인져나 체르노 알파의 디자인이며 미술이며 역시 기예르모다 싶었는데, 무엇보다 내 맘을 사로잡았던 건 카이쥬(怪獸, 괴수)의 디자인.

다른 카이쥬나 레더백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오타치의 디자인이 끝내줬다.


처음에 집시데인져가 쓰러져서 눈을 맞으며 해변에 있는 장면이 참 멋있었고

홍콩 전투씬은 지금봐도 압권인데,  그 중 최고는 유조선 빠따 그리고 당시 친구랑 아이맥스에서 보면서 탄성을 질렀던 컨테이너 쌍싸대기 장면이었다. 거의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몇 번을 봐도 짜릿하다.


집시 데인져는 인류의 대표자격이 충분했다.

내가 보기에 아무리 카이쥬가 신비하고 매력적인 비주얼이었어도 영화 안에서는 나쁜 놈들 맞고 때리고 부수고 묻어버려야 하는 적이 맞다. 무엇보다 집시 데인저를 비롯한 예거 로봇과 파일럿들은  그만큼 희생을 치뤘다.





기억이 하나 삐져나왔다.

상업지구라 다들 케어를 못받아 그랬는지 몰라도 특히 일부 애들이 참 험하고 못되먹었던 그야말로 약육강식이었던 초등학교 시절.

그 이상한 학교는 애들도 적었는데 그 와중 반마다 깡패같은 애가 전체를 잡고 있었고 그 애들 중에서도

최종보스와 똘마니가 있었다. 지금보면 같잖은데 그때는 참 잔인하고 무서웠다.


많은 아이들이 볼 필요도 없는 눈치를 보며 힘들게 보냈는데, 당시 애들을 무슨 수련회다 뭐다 어디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어느날 수련회에 가게된다. 보통은 초등학교 행사는 겹치는 경우가 많아 그 수련원엔 다른 초등학교 애들도 왔다. 뭐 나는 평소대로 숨죽이고 놀던 애들과 조용하게 보냈다. 무대에 올라가 춤추고 난리치는 것까진 좋은데 거기서 정치질에 자리싸움하고 괜히 시비걸고 지랄 하는 부류는 뭐 그러라고 하고. 그런데 애들이 웅성거렸다. 그때 같은 수련원에 있었던 강남의 초등학교애들이랑 우리학교의 그 '깡패새끼'가 싸움이 붙었고. 그 애들이 우리더러 변두리 것들이라고 했고, 그 깡패새끼가 뻑큐를 날려줬다 어쩌고.


뭐랄까 그 깡패 같은 아이가
우리 학교의 대표선수인양 응원하는 분위기였는데.
그 어린 나이의 내가 보기에도 말이 안 되었다.
나는 그 애를 우리의 대표로 생각한 적 없다.

적어도 대표라면 예를들어 우리 반 반장처럼 유인물이라도 나눠주고 애들을 챙기고 연락하거나 일정부분 책임을 지든지. 아니면 반에 한 두 명은 있는 인품좋은 아이들 처럼 다른 아이를 보호하든가. 평소에 한 짓은 아이들 괴롭히고 자기 맘대로 무리지어 깡패짓 한 것 밖에 없는 애가 왜 갑자기 우리 학교 대표가 된건가? 욕을 먹어도 걔가 먹는거고, 걔가 나쁘게 굴고 평소대로 무례하게 시비걸었으니 그랬겠지. 그게 뭐 우리 동네 욕한건가? 걔를 욕하려다 보니까 걔가 속한 모든 곳이 나빠보이니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애들이 뭔가를 싸잡아 욕했겠지 뭐...내가 있었던 '변두리' 초등학교는 서울 중구에 있었다. 변두리라는 말은 타격감 1도 없는데 무슨.

그런 분위기가 이상했다. 대표? 웃기네. 좀 무심하게 말하자면 전학가거나 사라지면 그 아이가 치는 사고와 나쁜 분위기가 해소되어 면학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더 나아지면 나아졌지.




그 일이 그냥 어린시절의 해프닝으로 그치진 않았다.

나이 좀 먹고 세상 소식 알게 되니 비슷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


평소에 세금이나 녹여먹고 사람들 등치던, 힘이나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무슨 외국자본에서 우리를 지키는 대표선수라고 자칭한다. 그리고 언론을 동원해 <우리가 죽으면 너네 다 죽어>라고 협박을 해대는거다. 뭐 치어리딩이라도 해달라는건가? "미얀해. 너네가 다 털어먹어서 기운이 없다."

근거? 필요없다. 계속 떠들면 사람들이 랩 외우듯 외우게 된다. 현실은 다른데도 말이다.

경영상 해를 끼치고 법을 맘대로 어기고 갖고노는 일부 3~4세들이 사라지고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경영한다면 제대로 잘 돌아갈 회사. 오너가 죽는다고 회사가 죽진 않는다. '법인'이니까요.


정치인도 다를 바 없지. 지가 잘못하면 지가 욕을 먹는거다. 뭐 세계인이 전부 똑똑하지 않고 나도 편견에 둘둘 싸인 사람이니 거기서 우리나라 욕도 좀 먹는거고. 그런데 그게 화낼 일이 아니다. 못된 짓 하고 쪽팔린 짓 했으면 안팎으로 욕먹어도 된다. 그들의 수치가 나의 수치가 아니다. 그들을 방관하는게 진짜 창피한거지.

일도 안하고 술이나 퍼마시는 애비. 배우자 돈 뺏고 착취해 도박과 성매매를 하고 가족에게 화풀이 폭력까지 해대는 애비가 바깥에서 욕을 먹는다고 같이 뭐 억울해하고 싸워줘야 하나? 그렇게까진 해줄 필요없다. 깔끔하게 그 애비를 손절하거나 가족 내에서나 혹은 외부에 피해를 입혀 사법처리 할 일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면 그만이다. 정치, 종교, 경제 각종 사회단체의 대표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의 비위를 감싸주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입막음해서 유지되는 <어떤 곳>이라면 그 곳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대표는 언제든 교체될 수 있어 대표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도 정한 기한에 오디션을 통과해야 무대에 설 수 있고 국가대표도 그 지독한 선발전을 통과해야 자격을 얻는다. 모든 분야가 그렇다.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자칭 대표라는 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답이다.


태릉에서 열심히 땀흘리는 분들이 국대지 저런 부류가 국대가 아니다.

자칭 국대들을 보면 쟤네 뭔가 싶다. 내가 인정한 적 없는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이들이

꼭 그런 감투를 달고 사람들을 협박한다. 우리가 죽으면 모두 죽어.


그러면 답은 간단하다.


아니야. 너네는 너네 죄로 죽고 우리는 우리 죄로 죽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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