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의미
"엄마, 몇 살이면 엄마, 아빠처럼 일할 수 있어?"
"보미 일하고 싶어?"
"응. 유치원 안 가고 하고 싶은 일하게."
"어떤 일 하고 싶은데?"
"영화 만드는 일."
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유치원을 다시 가려니 힘든 것 같다.
"보미가 수현이랑 인형들을 가지고 찍는 영상도 짧지만 영화라고도 할 수 있지. 영상 안에 재밌는 이야기도 있잖아. 그리고 보미가 그린 그림책 이야기도 영상으로 찍으면 영화가 되는 거고."
"보미는 직업이 무엇이라 생각해?"
"응. 돈을 벌 수 있는 거?"
"그것도 맞아.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돈이 없을 때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내가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건 직업은 의사, 소방관, 경찰관, 선생님처럼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기도 해. 또 직업을 통해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 보미가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거나 슬퍼하는 친구를 기쁘게 해 줬을 때 느꼈던 그 기쁨과 보람을 직업을 통해 느낄 수 있지."
"맞아. 의사나 소방관, 경찰관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잖아."
"선생님은 아이들을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렇게 직업을 통해 도움을 주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거야."
"요즘엔 꼭 어른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게 확실하게 있다면 어린이도 직업을 가질 수 있어!"
"정말?"
노트북을 꺼내 아이들에게 어린이 유튜버로 유명한 미국 소년 라이언 카지의 Ryan's World 유튜브를 보여줬다.
"라이언이라는 이 친구는 지금 11살인데 5살 때부터 유튜브를 시작했어. 지금 유튜버들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벌어. 유튜버로 300억 정도 번다고 하더라고. 놀랍지?"
"300억? 와. 부자겠네. 그런데 5살 때부터 했다고? 수현이랑 나이 똑같네."
"라이언은 좋아하는 장난감, 게임, 만들기, 과학실험을 엄마, 아빠랑 직접 해보면서 소개하는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데 라이언 유튜브를 꾸준히 보는 사람들이 3290만 명이나 돼. 엄청 재밌나 봐."
"3290만 명? 와. 진짜 대단하다."
"얼마나 재밌는지 한번 볼까?"
물병을 던져서 바로 세우는 어찌 보면 흔한 게임인데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게임을 재밌게 만들었다. 물병을 던져 세운 사람이 상어, 악어 장난감들로 가득한 물 위에 매달려 있는 상대방의 장난감 끈을 하나씩 잘라 빠뜨리는 게임이다. 라이언이 엄마 아빠와 대결을 하는데 너무 재밌었다. 끈이 하나씩 잘릴 때마다 아이들의 표정도 신이 났다. 과연 누구의 장난감이 상어, 악어에 잡아먹힐 것인지 두근두근.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보면 라이언처럼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고 직업이 될 수 있지."
"이 영상 너무 재밌어!"
"라이언은 영상을 통해 보미, 수현이와 같은 어린이들에게 재밌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재미를 주잖아. 라이언 말고 러시아에 아나스타샤라고 6살 유튜버도 있는데 아빠랑 같이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놀이공원, 동물원에 가서 생긴 재밌는 일들을 찍어서 올리는데 이 영상들도 엄청 인기 많아. 전 세계 구독자가 9930만 명이야. 그만큼 많은 돈을 벌고 있고. 돈을 많이 버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라이언과 아나스타샤는 11살, 6살이지만 유튜버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셈이지"
"나이가 어려서 어른처럼 회사에서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것이 있다면 인터넷에선 충분히 직업을 가질 수 있어. 웹툰 작가나 웹소설 작가처럼 인터넷으로 만화, 책을 만드는 작가도 될 수 있지."
"우리나라에서 만든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발사할 때 기억나? 그때 로켓 펠컨9에 다누리호를 싣고 발사되었는데 이 로켓을 미국의 스페이스 X라는 회사에서 만들었어. 이 회사를 만든 사람은 일론 머스크인데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것들을 해내는 사람으로 아주 유명해. 일론 머스크의 꿈이 뭔지 알아? 우주여행과 함께 화성에 도시를 만들어 인간이 다양한 행성에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래. 대단하지? 그래서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로켓,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지. 엄마는 보미랑 수현이가 일론 머스크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 직업이 여러 개 일수도 있어?
"응.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 중에 유튜버도 많아. 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데 그림책 작가이기도 하고, 그림 소개 영상을 만들어 유튜버가 되기도 하고. 직업이 2개, 3개 여러 개가 되는 거지. 아까 말했던 일론 머스크도 우주선을 만드는 회사 대표이기도 하고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회사 대표이기도 해."
"엄마도 직업이 여러 개잖아? 우리 돌봐주고 글도 쓰고."
"생각해보니 그러네."
"난 영화감독도 되고 과학자도 될 거야."
"과학자?"
영상을 만들고 그림책 만드는 걸 좋아해서 영화감독이 될 거라던 보미가 과학자를 얘기하니 좀 의아했다.
"응. 코로나를 볼 수 있는 안경을 만들어서 코로나 다 없앨 거야."
"멋진 생각인데. 그 안경 만들면 다들 사고 싶어 하겠는데."
"그런데 아빠는 직업을 여러 개 할 수 없대. 하나만 해야 한대."
"국가나 지방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주민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든지 소방관, 경찰관 등을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공무원은 직업을 두 개 이상 가질 수 없어. 법으로 정해져 있지. 나라를 위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그런게 아닐까?"
"난 공무원 말고 과학자랑 영화감독될 거니까 직업을 여러 개 가져도 되겠지?"
"그건 과학자나 영화감독으로 일하는 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어. 회사 규칙이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거 외에는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다고 되어 있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한 직업을 여러 개 가질 수는 없지."
"괜찮아. 내가 영화 만드는 회사 만들 거니까. 그 회사에서 코로나 보이는 안경도 만들 거야. 난 사장이고 수현이는 직원이고."
보미는 수현이를 쳐다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그럼 보미가 영화 만드는 회사 사장이면 수현이 다른 직업도 갖게 할 거야?"
"응. 수현이도 나처럼 다른 것도 하고 싶을 수 있잖아."
"여러 직업을 가질 수도 있고 직업이 여러 번 바뀔 수도 있는데 중요한 건 일을 하면서 능력을 키우고 정말 원하는 것을 향해 꾸준히 일을 하는 거야. 포켓몬스터가 더 나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처럼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하고 싶지도, 잘하지도 못하는데 돈을 벌어야 해서 일을 하게 되지. 그 시간이 얼마나 따분하고 지루하겠어?"
"난 재밌는 일을 할 거야."
"재밌는 일을 찾아 나서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거야. 엄마가 생각할 때 최고의 직업은 내가 일을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느냐인 것 같아. 내가 하는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거나 힘듬을 덜어줄 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정말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도 마찬가지고. 보미가 만든 영화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코로나를 볼 수 있는 안경 덕분에 코로나가 사라져 사람들이 힘들어하지 않는다면 그 일을 하면서 얼마나 뿌듯하고 즐거울까."
"맞다! 나 요가 선수되는 것도 꿈인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난감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간 보미는 한참이 되어도 나오질 않았다. 수현이가 누나를 애타게 부르는데도 조용하더니
"수현아, 누나 요가 연습 중이야. 방해하면 안 돼서 문 닫은 거야. 끝나고 나갈게."
보미가 직접 그린 그림책을 가지고 나오더니 이걸로 꾸준히 요가 연습을 할 거라고 한다. 보미가 이번에 만든 그림책은 동물의 모습을 빗대어 요가 자세들을 그린 것이다. 기린, 전갈, 개, 고양이, 개구리, 토끼 자세.
다음에 동물들의 모습으로 요가 자세를 만들어 연습하는 보미를 영상으로 찍어봐야겠다.
기발하다. 아이들의 이런 기발함과 독특함이 커가면서도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