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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Oct 20. 2023

찾았다 내 일! 내일!

"와! 이거 다 엄마가 쓴 거야? 엄마 진짜 작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정이는 여름 방학 내내 영주와 함께 하며 영주의 글을 제일 많이 본 사람이었다. 

"작가 되면 엄마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거야? 그럼 서점에서 볼 수 있는 거야? 와.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다정이의 한껏 기대에 찬 미소를 보니 영주는 더욱더 잘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바로 되기는 힘들겠지만 계속해보려고. 실패해도 또 해보고 또 해볼 거야. 엄마가 글 쓰는 게 재밌어졌거든."

"엄마글 좀 근사한 것 같아. 등장 인물도 여러 명이고 이야기도 재밌어."

"고마워. 다정아."

어른들의 소설 이야기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지만 응원해 주는 딸아이의 말에 용기가 생겼다.

영주의 이번 글은 두 번째 도전이다. 첫 번째는 지난해 발간한 아이들과의 경제 대화를 이야기로 엮은 책이었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영주에게는 하루 중 대화를 가장 나누는 사람은 아무래도 아이들이었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발견하게 되고 영주가 갖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도 깨지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들과 인상 깊은 대화를 한 날에는 영주는 노트에 늘 기록해 두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대화가 재밌어서 매일 읽는 새벽 신문에서 재밌는 주제를 골라 아침 식사 때마다 들려주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영주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을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아이들의 모습에 새벽의 피곤함은 사르르 사라졌다. 함께 찾아보고 알아보며 그렇게 아이도 엄마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첫 책을 발간하고 여러 공모전에 넣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영주가 쓴 첫 글이기도 하고 지금 다시 읽어보면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는 글이기에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족함을 채우고자 독서 모임뿐 아니라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소설책을 읽으면서 매일 글쓰기를 꾸준히 해나갔다. 그러다 문득 영주는 나 자신의 이야기로 글로 써보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네가 나한테 해준 너의 인생 이야기만으로도 난 충분히 재밌던데. 해봐. 좋은 것 같아."

윤석은 영주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하였다. 주위에서 영주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이번엔 내 이야기로 만들어보는 거야.'

"용기를 가져. 영주야. 넌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미 글 쓰는 엄마 작가잖아."

엄마 작가라는 윤석의 말에 다정이와 혜성이도 미소를 지었다. 

"엄마 작가? 아직 책을 내지도 못했는데 뭘."

"계속하고 있잖아. 진심을 담아 하고 있으니 곧 되지 않을까?"

영주는 드디어 자신의 일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직 책을 출판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감사했다. 어렵게 찾아온 일을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았다. 실패와 주변의 달콤한 유혹에도 꿋꿋이 해내고 싶었다. 영주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주변 지인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후회하고 창피해하며 움츠러드는 모습을 더 이상 영주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했으며 누구보다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게 우울하고 신세한탄하는 모습이 아닌 자신감 넘치고 밝은 모습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었다.

"엄마 나 그림책 만들어봤어! 한번 봐봐. 제목은 묘천당이야!"

다정이가 방학 동안 영주와 함께 있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림 위주의 그림책을 만들었다면 이번은 글이 꽤나 많은 동화책이었다.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엄마가 다정이한테 배워야겠는 걸!"

"그래? 히히. 그리고 다음화는.."

다정이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다음화의 제목과 내용을 신나게 이야기했다. 영주는 자신이 글쓰기를 하며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혜성이도 함께 느낀 것 같아 뿌듯했다. 

'드디어 찾은 것 같아. 내 일! 매일 앞으로 다가올 내일이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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