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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론가 Mar 08. 2017

7. 선택

'인생은 B와 D사이의 C'

지금으로부터 약 110년 전인 1905년에 태어나 1940년대 활발히 활동했던 장 폴 사르트르의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한마디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삶이 Birth와 Death 사이의 Choose라는 것을 모두가 통감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오늘 아침엔 뭘 먹을까'라는 단순한 선택부터 '이 긴긴 인생, 뭐 하면서 살까'하는 나름 심오한 선택까지-

아직 긴 인생 살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 1년 1년이 지나면서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대학 입시를 위해 전공을 선택할 때는, 많은 고3 수험생이 그랬듯 내 의지와 내 희망사항보다는 '성적'이었다. 이 점수로 서울에서 갈 수 있는 최고 높은 대학은 어딜까 고민하면서 선택의 폭을 좁혀 나갔다. 다행히 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으며 전공도 내가 원하는 방향과 동떨어지지 않은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내 의지가 100이었던 선택은 아니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 상황에서의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평범한 학생들은 이렇게 고3 대학 입시 때, 인생의 길을 여는 첫 선택을 한다.

인생을 결정한다고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대학 입학 후 대부분이 깨닫게 되니까.

하지만 인생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고는 못하겠다, 소위 SKY에 간 친구들은 학창 시절 그만큼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이고, 사회에서 SKY라는 이유만으로도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존재하니 말이다.


그렇게 처음, 얼떨결에, 첫 선택을 했다. 선택 아닌 선택.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확실'한 걸 좋아하던 나는 운동선수, 발레리나, 피아니스트가 부러웠다. 그들의 재능도 물론 부러웠지만 무엇보다 부러운 건 어렸을 적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혹은 잘하는 것을 찾아 일찍이 '선택'했다는 데에 있었다. 그들은 이미 선택했고 그저 달려 나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다고 물론 그들이 걷는 길이 순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생의 두 번째 선택, 직업.

물론 대학 진학 후에도 작은 선택들은 꾸준히 있었다. 편입 공부를 할 건지 말 건지, 휴학을 할 건지 말 건지, 어학연수를 갈 건지 말 건지 등.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렇게 나는 작은 혹은 큰 선택을 해오며 대학 시절 5년을 보냈다. 어떤 선택은 작은 후회를 남겼고, 또 어떤 선택은 큰 배움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몸으로 깨닫기 시작했던 거 같다. 어떤 선택이든 무엇인가는 남는다는 것을. 상처든 후회든 배움이든. 졸업을 앞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또 왔다. 직업. 청년실업률 최대, 20대 공무원 지원자 최대. 취업이 어렵다는 뉴스는 쏟아져 나왔고,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얼른 취직이 하고 싶었고, 안정감을 찾고 싶었고, 졸업을 했기에 우선 취직을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역시 맞는 소리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면 선택하고 앞으로 열심히 나아가야 하는 나이가 바로 20대니까 말이다. 대학생 때, 정말 다양한 대외활동을 했었는데 그중에 인상 깊었던 게 바로 '광고'였다. 대학생 인턴이었기에 작은 부분을 맡았지만 하나의 콘텐츠에 내 생각과 정성이 들어가고, 사람들한테 반응까지 보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재미를 느꼈었나보다. 자연스레 광고 쪽 회사를 알아보게 되었고 한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됐다.


처음 출근하는 지하철 안, 그 시간에 지하철을 타본 것도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그 지하철을 탄 게 처음이었다. 20대인 내게 얼마나 더 많은 '처음'이 남아있을까 싶은 생각과 함께 기뻤다.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하철에서 다른 직장인들과 함께 한다는 게. 에디터 겸 카피라이터로 취직해 큰 기업의 SNS를 담당하고,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신입은 첫 회사에 적어도 1년은 있어야 하는 거야'하는 말을 너무나도 많이 들었기에 버텼다. 1년을. 1년을 보내면서 배운 게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사회생활을 하는 방법도 배웠고, 직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이게 맞는 걸까 끝없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아' 하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다가도 '그래서 너는 그렇게 살 거야?'하는 마음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아, 또 한 번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온 걸까. 선택에도 타이밍이 있다는데 지금이 그 타이밍은 아닐까.'


그렇게 인생의 세 번째 선택, 퇴사를 선택했다. 나의 첫 사회생활, 1년 하고도 2개월의 시간을 보낸 곳을 떠나가기로. 박차고 나와 후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무작정 선택하기에는 많은 불안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나이니 말이다. 그래도 선택했다. 과감한 선택일수록 어릴 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답은 하나였다.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내 삶을 만들어가면 되는 거야, 그리고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내 선택이야. 이 선택에서 오는 배움이 또 있을 거야'



또 어디선가 나와 비슷한 선택을 고민하고 있거나 이미 선택했거나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ose라는 말처럼 우린 100년이라는 긴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가벼운 선택은 때로 심각하게, 중대한 선택을 때로는 심플하게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선택으로 인해 내 인생은 또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사실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만은 확실하다, 세상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더 멋지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멋진 일이 일어날 테니.





이 전환점을 돌면 어떤 것이 있을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그 뒤엔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by 빨간머리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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