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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론가 Mar 13. 2017

8. 넌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아니

생각이 많은 것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은 다르다.

"넌 참 생각이 많은 아이야, 넌 그랬어."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참 많았다, 생각이 많아 상상력이 좋았고, 내가 상상한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싶어 어떤 것이든 썼고, 다른 사람은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책을 읽었다. 생각이 많아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해서 '생각이 많은 게 좋은 거야'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생각이 많다고 해서 생각이 깊고, 생각이 많지 않다고 해서 어리석은 사람인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생각이 많다는 것은 가끔은 정말 사람을 끔찍하게 피곤하게 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 타이밍을 놓쳐 나중에 후회하게 만들기도 한다.  


tvN의 <신혼일기> 속 배우 안재현과 구혜선의 꽁냥거리는 아름다운 신혼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우연히 배우 구혜선이 좋아한다는 '그녀의 인생 노래' 하나를 듣게 되었다. 음은 아주 익숙한데 한 번도 가사를 귀 기울여 들어본 적 없어 마치 처음 듣는 음악 같았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가 가사를 다르게 듣고 있었음을.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김국환의 <타타타>라는 곡을 아는 사람이라면 위 문장의 이상한 점을 맞힐 수 있을까. 국어문제가 아니다. 편하게 천천히 생각해봐라. 인간은 참 생각한 대로 보인다고 최근 내 생각의 전부를 가득 채우고 있던 그 문장 그대로 들렸던 거다. 실제 가사는 이렇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인생이 무상함을 표현한 가사였는데 들을수록 참 좋다. 이제는 배우 구혜선의 인생 노래가 아니라 나의 인생 노래로 기억될 만큼.  


더 행복해지자고, 나는 아직 어리다고, 여기서 다른 결정을 하면 더 나은 인생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거라는 약간의 자신감과 많은 두려움을 안고 부모님의 우려 속에서 1년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갑자기 많아진 시간 덕분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 있었다. 원체 생각이 많던 아이였는데 시간은 많아지고, 게다가 결정할 것들은 넘쳐나니 생각은 또 얼마나 많아졌을지 상상이 되나.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라면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항상 생각의 끝은 하나였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누군들 나를 알까.' 내가 나를 아는 것은 참 단순하지만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26년을 살았고, 최소한 14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진로를 생각했다고 가정한다면 거의 12년을 생각하고 있는데도 결론을 못 낸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감히 생각하자면 1-2년 더 생각한다고 결론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데도 왜 결론에 이르지 못할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고민하다가 문득 양과 질의 문제가 떠올랐다.



'Quality and Quantity'

양과 질의 문제는 어디에서든지 숙명처럼 존재하는 딜레마다. 학창 시절 한창 공부할 때도 양과 질은 항상 고민이었다. '엉덩이가 무거운 친구가 공부를 잘한다', '하루 종일 앉아있어도 의미가 없다, '질'에 집중하라'라는 말은 항상 머릿속을 떠돌아다녔고, 미련한 나는 그냥 우선 공부가 되든 안되든 오래 앉아있었다. 뭐가 더 좋은 방법인지는 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요즘처럼 생각이 많은 나날, 생각하는 방법에도 그렇다. 생각은 하루 종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으니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게 의미가 있나 싶지만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면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은 점점 가까워지는데도 생각을 안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내 발목을 붙잡는다. 문장이 너무 길다, 그만큼 너무나도 복잡하다. 인간이란 참 복잡한 생물체다.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고, 무엇보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자 하니 생각이 더 어려워지는 거 같다.


26살을 달리고 있는 지금, 일년일년을 보내오면서 하루하루를 잘 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씩 깨닫고 있는 거 같다. 그리고 하나씩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하는 법, 선택을 하는 법, 내가 '내'가 되는 법도.


-

마지막으로 인생무상을 보여주는 김국환의 <타타타> 가사를 남긴다. 함께 흥얼거려보자.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타타타>

                              -김국환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음음음 어 허허~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 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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