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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론가 Mar 16. 2017

10. 안녕!

만약 18살 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난다면,

"그날 밤 유성을 보며 빌었던 소원은 그 애의 소원 속에 나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2016년 봄, <나의 소녀시대>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는 많은 여자들을 설렘에 빠지게 했다. 역변을 상징하는 영화가 되기도 했지만. 대만에서 만든 청춘 영화는 이제 한국 영화에서는 찾기 어려운 '아날로그 감성' '풋풋함'이 물씬 나는데 이것이 바로 대만 영화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대만 청춘 영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꽤나 많으니 말이다.


대만영화의 대표 주자 <말할 수 없는 비밀>부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청설>, <카페6>까지. 대만 청춘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중에서 보지 않은 영화가 있다면 과감히 이들을 추천한다.  


▲ 영화 <나의 소녀시대>의 OST <작은 행운>


이야기하다 말고 웬 영상이 나오나 싶겠지만, 여기서부터는 위 노래를 틀어놓고 읽어도 좋겠다 싶다. <나의 소녀시대>의 OST인데 음악에서도 느껴지는 풋풋함 덕분인지 듣기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대만의 청춘 영화로 이 글의 서문을 열었지만 사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에도 '풋풋한 감성을 느껴보자!' 하면서 <나의 소녀시대>를 봤는데 엉뚱한 대목에서 내 머리를 둥~ 하고 맞았던 얘기를 하려 한다.


만약 18살 때의 내가 길에서 나 같은 여자를 만났다면...


영화에서는 뒤에 이어지는 말로, '- 저들처럼 인정사정없이 나를 비웃었을 것이다.'가 온다. 밀려오는 야근, 인정받지 못하는 회사 선배, 18살 때는 있었던 풋풋함의 실종... 현실의 모든 것들이 여자 주인공을 압박하여 결국 자기 자신을 초라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아름다웠던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영화관에서 딱 이 대사 한 줄을 듣는데 그 순간 머릿속 가득히 상상하게 됐다. 18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신촌 길 한복판에서 만나는 그 상황을. 어떨까. "우와 나도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라고 할까, "와.. 저건 아니다.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할까.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그리고 이후 며칠간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왕왕 맴돌았다.  


18살의 나는 대통령의 꿈을 꾸고, 변호사의 꿈을 꾸는 그런 꿈 많은 고등학생은... 아니었다. 조금은 현실적이고, 조금은 냉정했기에 이미 고등학교 진학 당시- 아니, 모의고사 성적표를 볼 당시 대통령은 물론이거니와 변호사, 의사와 같은 직업은 '빠이, 짜이찌엔'했으니까. 그래도 뭘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제작사든 방송국이든 광고회사든 미디어 관련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막연한 장래희망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광고대행사에 입사했었고, 1년 만에 그저 소비되는 것 같다며 뛰쳐 나왔고, 또다시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는 지금 솔직히 모르겠다, 18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얼마나 반겨줄지는. 그래도 아직 올해는 9개월이나 남았고, 내 20대는 4년이나 남았고, 내 삶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만큼 길다고 본다면 아직 내게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와'는 아닐지라도 얼굴에 미소를 띄며 "안녕! 한나야," 할 수 있는 정도의 기회 그리고 자신감.




우리만이 스스로 우리가 누구인지 알 수 있고,
또 우리만이 우리의 모습을 결정할 수 있는 거예요!

                                                                            By. 린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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