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에필로그: 마이너리티의 노트

미국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에필로그

by Hanna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재하며,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삶의 크고 작은 실패와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포기하고 한국에 가고 싶었던 때는 없었을까?


다행히 집에 미국에서 보낸 첫 4년의 시간 동안 쓴 4개의 다이어리들이 남아 있어 오랜만에 들춰보았다.


20살의 초반에 갓 미국으로 온 FOB (Fresh Out of Boat, 이민온 지 얼마 안된 이민자) Hanna는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었고 학교 수업도 잘 따라 가기 위해 시간 별 계획표도 열심히 짰다. 기특했던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응원을 열심히 했다는 점이다. 대학원 2학년 때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노트를 남겼다.


인생에서 어쩌면 혼자로서는 가장 불확실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걸 텐데, 안 힘들면 그게 이상하지.
잘하고 있어 충분히. 잘 할 거야.
모두가 응원하고 있어. 나도 널 응원해!
다 지나가고 지금이 밑거름이 되어 나중에 이 시간들이 지나갈 만 했다고 여겨지는 때가 올거야.
아주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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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해준 칭찬도 기록했고, 스스로도 칭찬해온 지난 시간들

또한, 20대 초중반의 Hanna는 인생의 불확실함을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의 믿음에 비추어 인생에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리마인드 함으로써 그 시간을 지나갈 용기를 다시 한 번 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대학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뉴욕대학교와 인터뷰를 본 후에는 다음과 같은 노트를 남겼다.


인생 첫 직장 인터뷰를 끝내고 '잘했을까', '이런 실수', '저런 실수',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하는 온갖 후회들, 그리고 다독임...
다른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을 끝내고 가장 중요한 평가를 받을 때, 그 결과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생각해 본다.
당장 한 달 뒤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알 수 없는 때에 주님은 확신이 되심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생각해 본다.
인생의 먹고 사는 문제 앞에 한 없이 작아지는 나를 보며 내가 가진 믿음이 진짜인걸까 의심할 때, 끊임없이 말씀으로 일으켜주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매 해마다 한 해를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쓴 편지에도 스스로를 응원하고, 믿음을 다시 한번 붙잡는 레퍼토리가 반복되고 있었다. 문학적으로 설명한다면, 4년의 기간 동안 적은 모든 4개의 다이어리에서 "스스로 응원 및 믿음 리마인드" 주제 (theme)가 끊이지 않아 다이어리를 오랜 만에 읽고 있는 나 스스로도 놀랐다.

나란 사람...혹시 본인 1호 팬 아니세요?
다사다난했던 2015년!
잘했다.
졸업도, 입학도, 마지막 학기도, 첫 학기도 수고했어 많이. 너니까 이렇게 하지 ^ㅇ^
그런데 너무 조급해 하거나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우울해 하지 말자.
왜냐면, 하나님은 모든 것을 협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분이거든. 그리고 크신 분이고.
그 분이 내가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돈보다 크시기에, 그리고 나는 그 분을 가졌기에 힘들어 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도 이렇게나 열심히 믿음을 붙잡고 있는지 몰랐다. 거의 교회에서 청년부 회장에 찬양팀 리더, 소그룹 인도자 등 교회에 사람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어디나 자원해서 봉사하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의 노트이다.


2016년 한 해
많이 성장했고, 배웠고, 성취했다.
주님과 함께였다. 주님이 돌보셨다. (중략)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솔직한 심정으로는 어떻게 힘들지 두려운 마음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고 설렌다.
항상 잘 할 수는 없을 거다. 그렇지만 내 스스로를, 주님을 믿을 수는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그게 내 무기였고, 무기일거고, 지금의 무기이니까.
2016년을 반추하고자 쓴 글이 새 해의 각오가 되었다.
나답다.


특히, 2016년을 마무리 하며 쓴 편지의 마지막 부분- "2016년을 반추하고자 쓴 글이 새 해의 각오가 되었다. 나답다"- 을 통해 '내가 그간 이 삶을 살아오며 가졌던 나의 삶의 태도들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어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리즈를 통해 내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마이너리티로 살면서 느꼈던 점을 돌아보고 나누고자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나 스스로가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나답다.


다만 여기에 더해, 20대를 마무리하는 요즘 스스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좀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어느 다이어리에선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 중 하나를 적어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랑한다는 것으로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를 조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이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해야 한다는 깨달음, 남에 대한 사랑 뿐 아니라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동안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리즈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앞으로 연재할 다른 시리즈들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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