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Hanna you are dope

미국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열번째

by Hanna

You are welcome here!

내가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는 나 밖에 아시안이 없고, 흑인도 손에 꼽을 정도로 별로 없는 백인 중심의 미국 교회이다. 언어, 문화 차이가 분명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교회를 지속적으로 나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교회 사람들이 마이너리티인 나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내가 반대로 또 다른 마이너리티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이 속한 각 그룹에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룹의 다른 멤버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마이너리티가 있다면, 그들에게 다가가는 데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대학 행정 (Higher Education Administration)'을 전공하고 미국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환영받는 분위기 (welcoming environment)'가 대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매우 잘 알고 있다. Welcoming environment 는 학생들이 학교를 지속적으로 다니는 수치를 나타내는 retention rate 및 정신 건강에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트럼프 정부가 반이민, 반유학생 정책들을 내놓았을 때, 미국 전역에 위치한 많은 대학교들은 "You are welcome here" 이라는 운동에 참여하며 유학생들이 캠퍼스에 환영받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각 그룹의 환영받는 분위기는 어떻게 형성될까? 그룹은 개개인들이 모인 곳 이기에 각 개인의 행동이 모여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개인의 위치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는 이 곳에서 환영받는 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인사하는 것이다. 인사할 때 주의할 점은, "다들 안녕하세요" 처럼 그룹을 향하는 메시지가 아닌 "누구누구 안녕, 잘 지냈어?" 혹은 "누구야, 이번 한 주는 어땠어?" 라고 개인을 향하는 메시지여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교회에 keyboardist로서 찬양팀에 속해 있는데, 매번 주 중에 연습을 가거나 예배 전에 리허설을 할 때도 항상 찬양팀 리더 및 다른 친구들이 내 이름을 불러가며 인사해준다. 인사 후, 별다른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혹여 내가 모이는 시간 보다 늦게 가더라도 "아까 인사 못했네, 잘 지냈어?" 라고 물어봐준다. 이렇게 인사를 주고 받는 일이 계속 되면서, 심리적인 거리가 가까워 지는 것을 경험했다.


KakaoTalk_20211007_160505299.jpg ◆키보드 치는 내 손


Hanna, you are dope

다음으로는 그룹에 잘 속하지 못하는 마이너리티 멤버일 수록 그 멤버가 그룹에 기여하는 부분에 대해 인정해 주고, 칭찬해줌으로써 그 사람이 그룹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현재 찬양팀에서 팀원들과 같이 합주 하며 칭찬을 많이 들었다. "You are dope (쩐다)," "amazing as always" 부터 "너랑 같이 연주할 때마다 진짜 너무 좋아" 등의 말을 들으면 그 날 뿐만 아니라 그 다음 날 잠에서 딱 깬 순간에도 이런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난 X쩔어! 난 쩌는 키보디스트!


물론 나한테만 칭찬을 해주는 것은 아니고, 서로에게 칭찬을 자주해주는 것이 미국의 문화 중 하나인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칭찬하기 어려웠지만, 계속 칭찬을 받다보니 나도 칭찬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다른 팀원들에게 "이 부분 너무 좋았다," "하모니 너무 좋았다" 등 작고, 사소한 것 부터 칭찬하기 시작했다. 길게 칭찬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에는 따봉이라도 날려주었고, 이는 또한 다른 사람들과 심리적으로 더 가까워 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혹여는 '잘하는 게 없는 사람에게는 뭐라고 칭찬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으실 것 같다. 이 쯤에서 비밀을 하나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지금 교회에서는 여러 칭찬을 듣고 있는 나지만, 사실 바로 전에 다녔던 교회에서만 하더라도 같이 연주하기 어려운 수준의 실력을 가진 키보디스트 취급을 받았었다.


전 찬양팀의 리더는 "연주에 좀 더 까다로운 예배 인도자가 인도할 때는 Hanna 말고 다른 키보디스트를 스케쥴에 넣으라"는 말을 내 앞에서 했다. 실제로 그 '연주에 좀 더 까다로운 그 인도자'가 예배를 인도할 때 마침 나 빼고 모든 키보디스트가 연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스케쥴이 된다는 것을 알고도 리더는 키보디스트 자리를 공석으로 두었다.


즉, 내 피아노 실력이 교회를 옮기기 까지의 6개월 동안 천지개벽할 정도로 바뀐 것이 아니라면, 한 개인을 칭찬할 것인지 아닌지는 내가 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실력이나 결과를 칭찬하기 어렵다면, 노력 혹은 발전된 모습을 칭찬하는 것도 좋겠다. 예를 들어, 어느 날은 디렉터가 연습 중간에 "우리 잠시 Hanna 한테 박수 좀 쳐주자, 곡을 잘 듣고 디테일하게 준비해와서 우리가 연습을 쉽게 진행 할 수 있었다" 라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그 때 감동도 받았지만 한 편으로는 '이 친구도 곡을 열심히 들었고, 실력이 있으니 내가 꼼꼼히 준비해 간것을 알아차리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전 찬양팀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나는 똑같이 준비해 갔는데 그 노력을 알아봐주는 팀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속한 커뮤니티에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잘하는 것 혹은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 칭찬해보시길 바란다. 그 사람이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거나, 칭찬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칭찬거리'를 찾기 위해 관찰하는 것 자체가 그 개인을 향한 애정어린 태도이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좀 더 다가가고자 하는 진심은 언젠가 통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Tik Tok, Tik Tok!

마지막으로 그룹의 마이너리티들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대화 방식에 대해 나누고 싶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사람들이 다 같이 있을 때 나한테 무언가를 물어보는 것 보다 나에게 개인적으로 다가올 때 좀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내 의견을 얘기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했고, 내 의견을 그룹에 친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듣는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개인적으로 다가와 2~3명의 소그룹으로 얘기할 때는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그룹의 각 개인들과 일대일로 대화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룹이 모이는 곳에서 꼭 한 명씩 말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학원 때 한 교수님은 수업마다 스탑워치를 들고 오셨다. 교수님은 스탑워치를 사용해 각 토론 주제마다 한 명씩 3분 이내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도록 유도하셨다. 이러한 토론 방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많이 부담이 되었지만, 언젠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내 시간이 끝나면 다른 사람의 발언 시간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해볼만 했다. 학기 중 후반으로 갈수록 나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이야기 할지를 정리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화 스타일의 경우 발언권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지 않다보니 더 많은 아이디어 및 의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회사 등 업무 중심의 그룹이 아닌 경우, 모두가 의무적으로 의견을 나눠야 하는 대화방식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하는 개인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도입하기 전에는 이런식으로 진행하는 이유 등을 설명함으로써 모두가 의견을 나누는 데 부담되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인사봇, 칭찬봇, 어떻게 생각해봇

이번 편에서는 내가 미국에서 대학원 수업 및 교회 등 커뮤니티의 유일한 아시안으로 살아가며 나라는 마이너리티에게 어떻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더 심리적인 벽을 낮추고 가까워 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나누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본인이 속한 그룹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이너리티들에게 개인적인 인사를 건내는 것 부터 시작해 보셨으면 좋겠다. 더불어 그 사람들이 잘하는 것이나 노력하는 부분에 대한 칭찬, 그리고 모두가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봄으로써 모두가 환영받는 welcoming 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가져온 점심을 데우기 위해서 다른 오피스를 지나가야 하는데 그 오피스에는 인턴학생이 앉아 있다. 그 친구도 내가 오피스에서 일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서로 딱히 인사 하지 않고 점심만 데우고 다시 나왔다. 나 스스로 인사의 중요성을 깨달은 후 부터는 그 친구의 이름을 물어본 후, 들어갈 때마다 눈을 마주치고 "Hi, how are you doing" 정도의 간단한 인사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가족들보다 더 자주 보는 직장 동료들에게는 감사를 자주 표현하는 방식으로 칭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팀 회의를 진행하거나 내 의견을 피력할 때도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What do you think? What's your take on this?" 즉,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의식적으로 물어보고 있다.


그런데 나의 이민 생활을 돌아보니 나에게 잘 다가와 주었던 사람들 만큼이나 나 스스로 응원하는 마음가짐이 내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게한 원동력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리즈를 마치며, 다음 마지막 편에서는 내가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면서 마주했던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에게 했던 응원들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혹시 독자분들 중 미국 유학생 분들이 있으실까요? 미국 대학 유학생 담당 교직원으로서 비자 등 전문 정보 및 공부 꿀팁을 한국말로 쉽게 풀어 놓은 제 웹사이트가 도움되실거에요!

https://sevissavvy.com/,

https://www.instagram.com/sevissavvy.kr/



Abu의 말: 모든 마이너리티 분들을 응원합니다냥!


KakaoTalk_20211007_102732530_02.jpg
KakaoTalk_20211007_103129516.jpg
◆포근한 느낌의 아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