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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Dec 02. 2021

어떻게 리더의 말을 경청하게 할 것인가?

코칭 리더의 의사 전달법

월요일 아침, 본부장 주관 주간 회의를 시작했다.  D부장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 시간 정도 늦겠다고 연락해왔다. 한참 회의를 진행하고 마무리할 무렵 D 부장이 계면쩍은 모습으로 들어왔다. 본부장은 회의 결과를 D부장과 공유하기 위해 A 부장에게 회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A 부장의 요약을 들은 본부장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한 내용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B 부장에게 다시 정리를 부탁했다. B 부장은 더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C 부장도 마찬가지였다.   


  동상이몽.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주제로 논의하고 있는 것 같지만 모두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사람들은 각자의 인식 체계로 해석한다. ‘의자’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자. 어떤 이는 교실에 있는 딱딱한 나무 의자를, 어떤 이는 편의점 앞 빨간 플라스틱 의자를, 다른 이는 고풍스러운 고딕 의자를 떠올린다. 각자의 경험과 논리 구조가 다르므로 발생하는 소통의 갭이다. 

둘째, 선택적으로 듣는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가 잘도 자는 이유는 시끄러운 기차 소리를 익숙하게 흘려버리기 때문이다. 아기 엄마는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아기 울음을 기가 막히게 듣고 반응한다. 우리는 관심 있는 대상에 귀가 열려있다. 듣고 싶은 것을 듣고, 자기 이해에 따라 해석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리더의 이야기가 너무 길거나, 논점이 불명확하다. 집중하기 어렵다. 노트에 받아 적는 척하지만 낙서나 하고 있다. 회의 끝나고 할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조직에서 리더의 메시지는 중요하다. 리더로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조직이 갈 바를 명확히 전달하고 한 방향으로 정렬해야 한다. 많이 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리더의 메시지를 경청시킬 수 있을까?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다루는 의료계에서 개발한 방법을 참조하자. 




  미국은 소송이 많은 나라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제기하는 손해배상책임 관련 비용이 매년 60억 원이 넘는다. 워낙 소송비용이 높으니 의사들도 미연에 소송을 방지하는 자구책을 강구한다. 그중 하나가 티치 백(teach-back)이다. 티치 백은 상대가 나의 설명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에게 복약법을 설명한 후 이렇게 말한다.

“제가 잘 설명했는지 확인하고 싶은데요. 약을 어떻게 드실 건지 말씀해 보시겠어요?”

“오늘 댁에 가셔서 사모님께서 약 드시는 방법을 물어보시면 뭐라고 설명해 주시겠어요?”

“제가 설명해 드린 대로 이 기구를 지금 한 번 사용해 보세요.”


  질문하고 들어 보면 환자가 얼마나 정확히 이해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잘못 전달된 부분은 다시 설명하고 확인하면 된다. 환자도 자신이 말하면서 재학습하게 된다. 


   티치 백을 활용할 때 주의 사항 몇 가지가 있다.

1. 이해의 책임이 설명자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2. 시험 보듯이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태도로 요청한다.
3. 눈을 맞추고 편안한 신체 언어를 사용한다.
4.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언어를 사용한다.
5. 닫힌 질문 대신 열린 질문을 활용한다 (이해하셨죠? -> 어떻게 들으셨는지요?).
6. 상대가 잘 이해하지 못함이 드러나면 친절히 다시 설명한다.
7. 보기 쉬운 설명서 등을 활용한다.
8. 상대가 자신의 언어로 이해한 바를 이야기하도록 독려한다.


   티치 백은 커뮤니케이션 송신자와 수신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효과적인 소통 방식이다. 의료 현장뿐 아니라 조직에서 중요한 업무를 전달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자칫하면 상대가 '누굴 어린애 취급하나?'라는 반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활용한다. 실제로 해 보면 나의 의도가 얼마나 빈약하게 전달되는지 발견하곤 한다.




  앞서 소개한 본부장은 자신이 전달한 메시지와 상대가 이해한 내용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실감했다. 개선하기 위해 회의를 끝내는 방식을 슬기롭게 바꿨다. 

자, 회의 마무리합시다. 각자 중요 사항과 실행 계획을 정리해서 말씀해 주세요!

회의 말미에 핵심 내용과 자기가 할 일을 말해야 하므로 정신 차리고 참여한다. 리더는 듣고 자신의 의도와 다른 이해가 발견되면 바로 협의하고 수정한다. 이어 진행되는 업무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GE의 전설적인 리더 잭 웰치는 ‘열 번 이상 말하지 않았다면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것과 같다.’라며 비전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반복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더 효과적으로 접근해 보자. 내가 열 번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한 번  말하게 하는 게 더 먹힌다. 말에는 당사자의 이해와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작년에 티치 백에 관해 정리했던 글을 조직 상황에 맞춰 다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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