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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Aug 17. 2020

통제라는 미신

Life fines a way.

회사에서 일하며 CAR를 많이 썼다. CAR는 Corrective Action Report, 대책서를 말한다. 품질 문제가 생기거나, 감사 지적이 나오면 원인을 파악해서, 관련자를 교육 시키고, 작업 표준을 개정한다. 이후 관련된 감사를 받을 때는, 교육 실시 자료, 피교육자 서명, 그리고 작업 표준 개정본을 보여준다. 그러면 OK 하고 넘어간다. 감사자나 수감부서 모두 편한 방법이다.

   자꾸 서류가 늘어나고 지켜야 할 지침이 많아진다. 관리자는 규정을 만들고 자기 할 일을 다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맨날 기준이 바뀌니 어떻게 일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투덜댄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자칫 문제가 생기면 책망 당하니 점점 소극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게된다. 현상은 좋아지지 않는다. 

   테일러 이후 생각은 관리자가 하고, 작업자는 일만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주 단순한 작업이야 가능했지만 요즘 그리 쉬운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일은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결국 여러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우리 회사는 크게 네 개 공정으로 구분되었다. 앞 공정에서 결정한 조건으로 작업한 제품이 다음 공정에서 확인된다. 자기 작업물의 품질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공정은 크린룸으로 분리되어 있다. 작업 처리 시간도 4~5시간으로 길어 주작업자가 퇴근하면 자기 작업의 결과를 알 수 없다. 특별히 눈에 보이는 불량이 발생하지 않으면 생각없이 지나가기 십상이다.

   한 번은 현장에서 C 공정 리더가 D 공정에서 작업을 함께 하는 것이 보였다. 뭐 하는가 물어보니 어제 작업한 결과물을 같이 확인해 보는 중이란다. 나는 그때 우리 회사의 희망을 보았다. 자기 일의 결과에 관심을 보이고, 후공정과 협력하는 모습은 내가 회사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관리자와 작업자가 함께 품질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자율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역량이 향상되고 자부심도 높아졌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설립자인 해먼드 박사가 공원 시스템이 완벽히 통제되고 있다고 호언장담할 때 말콤 박사가 말한다. 

"생명은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Life finds a way)"

   요새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더 많은 통제를 가하는 시도를 보고 있다. 대체로 실패한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을 믿지 않고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다. 시간이 걸리는 더딘 길이지만, 더 많이 소통하고 사람들의 역량을 높이는 쪽으로 집중하는 것이 결국은 더 빠른 길이라 믿는다.

Life finds a way.


이미지 출처: https://thewiki.kr/w/이안 말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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