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칭공학자 이한주 Mar 31. 2021

수화기 넘어 들린 회한의 목소리

아, 데인스

힘든 날이었다. 오전에 만난 고객은 갑작스러운 부서 이동으로 코칭 방향성을 새로 잡아야 했다. 홀로 계신 장모님이 넘어지셔서 병원 모셨고 한참 걸려 집에 왔다. 지친다.

   전화가 왔는데 샤워를 하는 중이라 못 받았다. 발신인을 보니 오래전 같이 근무했던 김이었다. 몸을 닦고 전화를 걸자 바로 받으며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형님!

   나를 형님이라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좀 어려운 사람이었나? 내 인간관계를 되돌아본다. 이 친구와는 정말 막역했다.

   김은 대인관계의 대가다. 역시나 예전 직장 후배들과 같이 술 한잔하고 있었다. 엔지니어였던 고, 현장 전문가 김, 협력사 박이 차례차례 전화기를 바꿔 들었다. 반갑게 이야기했다.

'저 기억하세요?' '그때가 좋았어요' '감사해요'...

   다음 달에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통화를 마쳤다. 통화 종료음이 들리기 직전에 수화기 너머로 김의 목소리가 흘려 들렸다.

아, 데인스.

   데인스는 2007년에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회사다. 직원들 중심으로,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일은 힘들어도 우리는 특별하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밝은 빛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고꾸라지는 사고가 생겼다. 나의 자만이 컸다. 작은 불씨 같아 무시했던 품질 문제가 들불로 번졌다.

   복구하느라 한참 고생했다. 어금니가 두 개 빠졌다. 직원들과 다시 힘을 모아 일어설 수 있었지만, 그 사건으로 번아웃 되었다.

   200명 가까운 직원들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책임이었다. 도망쳤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인수인계했지만, 끝까지 대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의 "아, 데인스"는 나와 같은 아쉬움과 회한이 담긴 감탄사였으리라. 한 때 열정을 불태웠지만 긴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 모든 데인스 식구들에게 미안하다. 용서를 빌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대머리 만수 씨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