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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Apr 02. 2021

소원을 들어줄게

feat. 지니

잠깐 상상을 해 보자. 20년 근속 포상 휴가로 아라비아 사막을 여행하게 되었다. 오아시스를 만나 잠시 쉬려고 모래 위에 철퍼덕 앉았다. 모래 속에 뭔가 딱딱한 것이 짚인다. 뭐지? 꺼내 문질러 보니 펑! 지니가 나타나서 말한다.  

소원을 들어줄게. 단 10초 이내에 답해야 한다!

   

  어떤 소원을 빌지 준비되었는가? 꿈같지만,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세상에는 아직 가난과 노동의 고통 속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많다. 경기방송 OBS는 전 세계 소외 지역의 아이들을 만나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젊은 마술사 정동근, 이재윤 씨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 역을 맡았다.  

 

     청년들이 처음 찾아간 곳은 인도였다. 12살 천민 계급 아니따는 갠지스 강가에서 빨래를 한다. 온종일 빨래하고 아니따가 집에 가져다주는 돈은 기껏해야 6천 원이다. 지니가 아니따에게 물었다.

“아니따, 소원이 있으면 말해봐, 소원이 뭐야?”

“식구들이 같이 모여서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이 갖고 싶어요.”  

출처: 정동근 유튜브

     청년들은 동네 광장에서 마술 공연을 하고 돈을 모아 TV를 선물했다. 온 가족이 모여 TV를 보며 저녁을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니따의 소원을 들어주고 다음 행선지인 인도 북부 사막지대로 향했다. 12살 소년 딸렙은 관광객들에게 낙타를 태워주는 일을 한다. 한국 관광객에게는 인도 원빈이라고 소개한다. 딸렙에게도 소원을 물어보았다. 그가 즉시 답했다.  


“낙타요. 낙타 한 마리가 갖고 싶어요.”

출처: OBS

     청년들은 텐트를 치고 마술 공연으로 돈을 모았다. 딸렙에게 진짜 낙타를 선물했다. 딸렙은 어쩔 줄 모르며 기뻐했다.  

 

     4년이 지났다. 방송팀은 다시 그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16세 아니따의 삶은 더 고달파졌다. 아침부터 청소, 빨래, 설거지가 기다린다. 어렸던 여동생은 아니따처럼 강으로 빨래하러 나갔다. 힘든 현실이었다.  

 

     딸렙을 만난 곳은 작은 호텔이었다. 그는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고 있었다. 몰라보게 커서 수염까지 거뭇해진 그가 말했다.

“여기는 제 호텔이에요. 그 낙타로 돈을 모아서 건물을 샀어요. 제가 사장이에요.”

 

     힘겹게 살던 두 아이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4년 후 둘의 삶은 하늘과 땅처럼 벌어졌다. 무엇이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었을까?  

  



     오후 7시 40분, 인천공항에서 보잉 777기를 타면 다음 날 오후 2시 50분에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다. 이착륙이나 특별 상황을 제외하면 11시간 동안 파일럿이 조종에 애쓰는 일은 많지 않다. 목적지 경도 위도를 정확히 입력하면 나머지는 자동항법장치가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맥스웰 몰츠 박사는 인간에게도 정신적인 자동항법장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뇌는 마치 자동항법장치와 같아서 목표를 정해 주면 그 목표를 향해 자동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사이코-사이버네틱스(Psycho-Cybernetics)라 한다.  

 

     아니따는 온 가족이 모여 TV를 즐기는 저녁 식사 자리를 상상했고, 딸렙은 낙타를 이끌며 자기 일을 하는 사업가를 그렸다. 둘 다 원하던 것을 이뤘고,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상상은 힘이 세다.

  


     둘째 하연이가 고2일 때, 진로 수업 준비를 위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왔다. 책장을 둘러보다 한참 전에 읽었던 '열일곱에서 스물다섯까지'라는 진로 가이드북을 찾아 건네주었다. 잠시 후 하연이가 다시 와서 말했다.

“아빠가 옛날에 이 책에 메모한 거 다 이뤄진 것 같은데?”

 

     2000년 12월, 미래를 그리며 책장에 적었던 메모들을 펼쳐 보았다. 마당 있는 단독 주택, 둘째 자녀, 박사 학위, 교육 사업 등이 지금 보니 다 이뤄져 있다. 20년 전 33살의 공장 엔지니어였던 나는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원하는 것이 분명했다.  

 

     꿈꾸고 그리는 대로 살 수 없지만, 구하지 않는 것은 얻을 수도 없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그려야 한다. 삶의 원리다.

     내년 휴가 때 사막에서 지니를 만난다면 당신은 무엇을 구할 것인가?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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