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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Mar 28. 2021

대머리 만수 씨 이야기

저주인가 선물인가

만수 씨는 대머리다. 삼십 대 중반부터 슬슬 머리카락이 빠졌다.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증상이 더 심해졌다. 사십이 되기 전에 아주 훌렁 벗겨졌다. 구매과장 시절 상무님을 모시고 외근하면 협력사 담당자들이 상무님보다 만수 씨에게 먼저 자리를 권했다.



   아직 창창한 나이에 대머리가 되다니 너무 억울했다. 거리에서 누군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자기를 비웃는 것 같았다. 분노가 치밀었다. 낯선 사람과 어깨만 부딪쳐도 멱살을 잡고 시비가 붙었다.


   어쩌다가 오랜만에 동창을 만났다. 동창이 무슨 말을 하든 화낼 준비가 돼 있었다. 친구가 싱글거리며 말했다.

   "만수야, 너 얼굴이 아주 훤하다."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아, 내가 훤해 보이는구나.' 꽁꽁 굳었던 마음이 사르르 풀어졌다.



   그때부터 만수 씨는 훤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평소에 엄격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웃을 땐 자기가 봐도 훤해 보였다. 표정이 밝으니 주변의 피드백도 좋았다. 자기 대머리를 소재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가볍게 대할 수 없으면서도 친근함을 느꼈다.


   때로 원하지 않고 바꿀 수도 없는 힘든 일이 닥친다. 맞서고 부정하기보다 자신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저주가 아닌 선물이 되기도 한다. 내가 버리고 싶은 약함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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