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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May 19. 2021

근본적인 귀인 오류 극복하기

이 코치의면도날

삐삐 삐삐삐.... 날카로운 전자음이 계속 울려댄다. 뭔 KTX가 이렇게 시끄러워. 담당자는 뭐하나? 좀 있으면 꺼지겠지, 생각하며 등받이를 젖힌다.



   옆자리 아주머니가 나를 슬쩍 건드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그 가방에서 소리 나는 것 같은데요."

   "네? 제가 무슨? 아닌데?"



   번뜩 짚이는 것이 있어 후다닥 가방을 뒤진다. 앞 커버를 여니 전자음이 더 커진다. 워크숍에 사용할 알람시계가 어디에 눌렸는지 계속 울어대고 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재빨리 수습한다.



   솔직히 말하면 옆 승객이 지적했을 때 0.1초 동안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 뭐지? 왜 내게 문제를 제기하지? 경우 없는 사람이네.'

알고 보니 경우 없는 사람은 나였고, 문제는 내게 있었다. 부끄럽게도 이런 사고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pixabay



   살면서 뜻밖의 일을 마주치면 본능적으로 일의 원인을 찾아내려 한다. 이를 귀인(歸因, attribution)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거다. 사람들은 안 좋은 일에 대한 원인은 외부 상황에서 찾고, 좋은 일의 원인은 자기 안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이 경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심리학자들은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었다.  



   나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KTX의 문제로 생각했고, 내게 문제를 제기하는 옆 사람을 무례한 사람이라 섣불리 판단했다. 나는 괜찮고 주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한 거다.




   회사에서 일어날 법한 경우를 살펴보자. 김 대리가 수요일까지 제출하기로 약속한 자료를 목요일 오후까지 내지 않고 있다면, 게다가 지금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다른 직원과 시시덕거리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김 대리의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그를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사람으로 해석하기 쉽다.



   근본적인 귀인 오류는 자신을 정당화하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결과를 일으킨다. 쌍방이 귀인 오류에 빠져 있다면 인식의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비난받는 느낌이 들면 위축되거나 혹은 반발한다. 문제 해결과 관계 개선이 어려워진다.  


@pixabay


   근본적인 귀인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보의 차이에 있다. 나는 나의 상황과 생각을 다 알고 있다. 의도대로였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뭔가 다른 외적 변수가 있었기에 그것을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상황과 생각은 내가 알 수 없다. 다만 결과만을 볼뿐이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과를 해석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근본적인 귀인 오류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핸런의 면도날’이라는 개념이 있다. 작가 로버트 핸런은 이런 말을 했다.

   ”어리석음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일을 악의(惡意) 탓으로 돌리지 마라.”



   상대방에게 고의적인 악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나쁜 뜻으로 한 것은 아니니 용서할 수 있다. 함께 개선할 여지도 생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모르는 그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가 그렇게 한 데에는 뭔가 그럴만한 이유와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 믿는 거다. 이 원리에 ‘이 코치의 면도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상황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일을 사람 탓으로 돌리지 마라.”


@pixabay


   이 코치의 면도날을 적용하면 섣불리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그의 입장과 상황을 묻고 확인할 수 있다.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지 않고 같은 편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김 대리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김 대리, 어제 받기로 한 자료가 아직 안 왔네. 분명히 그럴만한 상황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 뭔지 이야기해 주겠어?”



   어쩌면 김 대리가 이틀 동안 공들여 작업한 파일이 사고로 날아갔는지도 모른다. 지난밤에는 아기 장염으로 응급실에서 밤을 새웠을 수도 있다. 시시덕거린다고 봤던 모습은 그가 일주일 만에 처음 웃는 웃음인지 나는 모른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영향을 준다. 상대의 상황을 파악한 다음 해결책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자.



   리더에게 자기 확신은 양날의 검이다. 적절하면 든든하지만, 과하면 독선이 된다. 자기 확신을 가지되 스스로 완벽한 존재가 아님도 인정해야 한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자. 


   리더는 자신을 믿는 만큼 구성원에 대한 믿음도 단단해야 한다. 부하를 믿지 않는 리더를 진심으로 따르는 구성원은 없다. 상호 신뢰 기반 위에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때 우리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고 원인을 사람 탓으로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이 코치의 면도날’을 꺼내 섣부른 의심을 잘라내자. 진실을 확인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 한편이 되어 조직은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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