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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Jun 16. 2021

과제의 분리

막은 놈이 뚫어!

"아빠, 뚫어 주세요."

둘째가 도움을 요청했다. 둘째는 휴지를 한꺼번에 많이 써서 종종 변기를 막곤 한다.


'에이, 또야? 내가 해결해 줘야지.' 생각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때  큰 아이가 끼어들었다.

"막은 놈이 뚫어!"


   아니 어떻게 이런 신통한 말을?

그렇다. 싼 놈이 치우고, 막은 놈이 뚫는 거다.


   도와주는 방향을 바꿨다. 둘째에게 도구를 주고,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자기가 한 짓이 있으니 순순히 배웠다.


   잠시 후, 둘째가 뭔가 큰일을 해낸 듯,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거 아니네."


   이제 둘째가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 늘었다. 능력이 생기고, 성장한 거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인생의 많은 문제의 원인을 '과제 분리'가 안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다 보며 직면하게 되는 크고 작은 삶의 과제가 있다. 이 과제를 잘 수행할 때 능력을 갖추고 성장하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


Artwork by Cara Fisher Wellvang


  삶의 문제는 자기 과제를 회피하거나, 타인의 과제에 개입할 때 생긴다. 지금 당장은 쉽게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간 반복되면 성장이 멈추고 관계가 악화된다.


   건강한 과제 분리의 첫걸음은 이 과제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아는 거다. 그 과제를 해결했을 때 누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그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장기적으로' 누구에게 해가 되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는 집이 있다. 아이가 늦잠을 자니 지각할까 봐 엄마가 안달이다. 빨리 일어나라는 날카로운 엄마의 명령에 아이는 짜증스럽게 대응한다. 아침부터 모두 불행하다.


   정시에 일어나고 등교하는 것은 아이의 과제다. 지각해서 혼이 난다면 그것도 아이가 감당해야 할 대가다. 아빠가 수학 숙제를 대신해 주면 아빠의 수학 실력만 높아진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하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아이의 자율권과 책임감을 저해한다. 성장의 기회를 빼앗는다.



 

  회사에서 부하들이 종종 문제를 들고 온다. 상사는 흘낏 봐도 해결책이 바로 나온다. 척척박사님 등장이다. 하지만 가져오는 문제마다 매번 해결해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하는 뒷짐 지고 상사만 바쁘게 된다. 결국 짜증을 내며 '내가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해야 하니?' 하며 투덜거린다. 자초한 일이다.


   과제를 분리하는 것은 일의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거다. 담당자가 자기 일을 하도록 한다. 필요한 도구를 지원하고 과정을 격려하는 것은 리더의 과제다.


   팀원이 할 수 있는 일을 팀장이 하지 말자. 팀장이 고민하고 팀장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팀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팀원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조직문화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팀장 수준의 과제를 해야 한다.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쓰며 하는 일들을 되돌아보자. 

이 일은 나의 과제인가? 이 과제는 나를 성장시키는가? 아니면 시간만 잡아먹는 것인가? 내가 해야만 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나의 과제에 집중하자. 리더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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