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김강일 씨 거실
"아니 저 녀석들 봐라. 새파랗게 어린 놈들이 차를 몰고 나가서 사고를 내? 세상이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저런 녀석들은 그냥 싹 ……"
주말 저녁 거실에서 TV 뉴스를 보던 강일 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야, 김민기, 중학생 애들이 아버지 차를 몰고 사고를 냈단다. 요즘 애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어린놈들이 공부는 안 하고, 나중에 뭐가 되려고. 넌 저렇게 사고 쳤단 정말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야, 너 아빠 말 듣는 거야?"
아들 민기는 열 내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그저 스마트폰만 내려다보며 열심히 손가락을 놀려대고 있었다.
TV에서는 8대 2 가르마가 반듯한 앵커가 뉴스를 마무리 짓는다.
"조사 과정에서, 사고를 낸 김 모 군은 자신을 무시하는 아버지와 다툰 후 홧김에 차를 몰았다고 합니다. 청소년 문제, 과연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 우리 부모들부터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칫, 그럴 줄 알았어."
민기는 말꼬리를 묘하게 올리며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니 뭐가 그럴 줄 알았다는 거지? 그럼 애들이 사고 치면 그게 다 그 부모 잘못이란 말이야? 그리고 저 말투는 뭐야?" 강일은 민기의 말이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인 것처럼 느껴져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버려 둬요. 그럴 나이잖아요. 한참 예민할 땐데. 그리고 애들 문제는 부모 책임이 크대요." 무슨 얘기만 나오면 아들 역성을 드는 아내 하선 씨의 중재다.
"어휴, 사춘기가 뭔 벼슬이냐. 보라는 책은 안 보고 매일 스마트폰만 조물딱 거리는 꼴에 속이 터진다." 강일 씨는 방에 들어간 아들이 들으라는 듯 짐짓 목소리를 키우며, 베란다로 향했다.
이럴 땐 담배 한 대가 위안이 된다. 파란 연기를 한 모금 깊이 마셨다가, 후우 내쉬니 흰 연기가 나온다. 담배가 폐까지 들어갔다 나왔다는 증거다. 니코틴이 몸 안에 퍼지니 흥분이 가라앉는 듯하다.
귀엽고 착하기만 하던 아들 민기가 중2가 되면서부터 멀어지는 것 같다. 이제 고1이 되어 키는 아빠보다 큰 녀석이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만 빠져 있는 모습이 밉상이다. 식사 때 식탁에 팔꿈치를 올려놓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그때뿐이고, 자기 방은 돼지우리처럼 지저분하다.
이래서는 안 되지 하고 몇 번 대화를 시도해 봤다. 그때마다 성의 없는 대답 때문에 울화가 치밀어 의도하지 않은 잔소리만 하게 된다. 대화다운 대화는 언제 해 봤던가.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하게 뭉쳐오자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뭐야. 그런 게 다 부모 탓이라고? 말도 안 돼."
건너편 아파트에도 빨간 담뱃불이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세상에 속 터지는 아버지가 나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