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세션 #1

코치와의 만남

사무실로 돌아온 강일은 스마트폰 바탕에 새로 생긴 프로젝트 굿 대디의 아이콘을 바라보았다. 아빠와 아이가 손을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민기와 손을 잡고 걸어 본 지가 얼마나 되는지 까마득하다.


이걸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의심 반 기대 반으로 화면에 검지를 갖다 대었다. 상당히 자연스러운 여성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굿 대디에 참여하심을 환영합니다. 곧 코치님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듣기 좋은 바리톤의 활기찬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유주현입니다. 유 코치라고 불러주세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강일 팀장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얼떨결에 강일이 대답했다.


“김 팀장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유 코치가 말했다.


“아,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 얼굴도 모르는 남성, 그것도 사이버 코치와의 첫 대화에 스스로 계면쩍어진 강일이 말했다.


“아직 저와의 대화가 어색하시죠. 첫 만남은 매번 익숙하지 않네요. 하지만 곧 자연스러워지실 겁니다. 하하.” 마치 강일의 마음을 읽은 듯 유 코치가 밝게 말했다.


“아, 네. 허허.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네, 앞으로의 과정이 궁금하시겠네요. 지금부터 제가 대략적인 과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전체 16주 동안 2 주에 한 번씩 저와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실 텐데요. 팀장님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생각도 하고, 방법도 찾아 나갈 겁니다. 매 세션마다 약간의 과제와 읽을거리도 제공합니다만, 회사 생활도 바쁘실 테니 그렇게 많은 시간을 뺏진 않을 겁니다. 어때요. 할 만하겠죠?”


“글쎄요. 할 만하게 진행하시겠죠?” 유 코치의 자연스러운 진행에 강일도 점점 이 대화에 익숙해져 갔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될까요?” 이번엔 유 코치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러면 좀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회의실로 자리를 옮길게요.”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강일이 말했다. “네, 이제 좋습니다.”


“먼저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기대하시는 바는 무엇인가요?”


“음, 아들과 좀 잘 지내고 싶어요.”


“아, 아드님과 더 잘 지내고 싶으시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유 코치의 편안한 목소리에 강일은 의자에 등을 기대앉으며 아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 아들이 고1인데요. 어렸을 때는 저와 대화도 많이 하고 참 잘 지냈어요. 초등학교 때는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다고 했는데. 이삼 년 전부터 왠지 서먹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전에는 시키지 않아도 곧잘 하던 얘기를 통 안 하고 자기 아쉬울 때만 입을 열어요. 학교 성적도 별로 에요. 이제 고등학생이잖아요. 금방 대입이라 부모는 걱정이 태산인데 정작 본인은 천하태평입니다. 잔소리하면 싫어하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면서 하는 것은 없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이제는 저보다 덩치도 커서 힘으로 누를 수도 없고 대화도 잘 안되고 한마디로 갑갑하죠.”


“네, 자세히 얘기해 주시니 잘 이해되네요. 아드님과 대화가 잘 안되어 섭섭하고 많이 안타까우시겠습니다. 또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만큼 아드님을 사랑하고, 더 잘 지내고 싶으신가 봅니다.”


“바로 그거예요. 다 자기를 위해 그러는 건데 못 알아 들이니 말입니다.”


“네, 그렇군요. 우리 잠깐 과거로 돌아가 볼까요? 처음으로 아드님을 품에 안았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떠올려 보시겠어요?” 유 코치가 물었다.


유 코치의 질문에 강일의 마음은 곧장 16년 전 그날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아내 하선의 출산 예정일 하루 전, 우리나라 축구팀 월드컵 예선전이 있던 날이었다. 좋아하는 축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산통이 와서 분만실로 들어간 아내를 기다리며 안절부절 초조하게 기다리기를 40분. 대기실 모니터에 ‘축하합니다. 왕자님 탄생. 산모 이하선님’이란 표시가 나오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얼마 후 분만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쪼글쪼글 분홍색 작은 아기를 보여줬을 때 신기하면서 반갑고, 기쁘고, 한편 어색하고 불안한 마음들이 교차하였다.


“아, 아들을 처음 안았을 때, 너무 작고 가볍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내가 아빠가 되었구나. 이 아이를 내가 지켜야지 하는 책임감도 느꼈죠.”


‘네, 기쁘면서도 책임감을 느끼셨네요. 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느끼시면서 지금 어떤 아빠가 되고 싶으신지 한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유 코치가 물었다.


“그건, 음... 옛날처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스킨십도 갖고, 또.... 아들이 자기 문제를 가지고 내게 와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다가가지 않더라도 민기가 먼저 내게 와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 같은 아버지가 좋겠네요. 사실 저희 아버지는 많이 엄한 편이어서 솔직히 속 깊은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내 아들에게는 그런 친근한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네, 먼저 다가가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아버지가 있는 아들은 참 행복하겠습니다. 그 말씀을 간단히 목표로 정리하신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가가고 싶은 아버지 되기?!”


“아, 그렇군요. 다가가고 싶은 아버지가 되면 뭐가 좋을까요?”


“아들이랑 얘기도 잘 통하겠고, 잔소리도 안 하니, 서로 스트레스 안 받고, 관계도 좋아지겠죠.”


“또 뭐가 좋은가요?”


“음, 제가 좋을 것 같아요. 내 마음이 편하고, 그렇네요. 제가 더 자유로울 것 같아요.”

계속되는 유 코치의 질문에 ‘이 사람 정말 집요하구나’ 하면서도 강일은 생각을 계속하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다가가고 싶은 아버지가 되면 아들도, 아버지도 함께 편하고 자유로워지는군요. 가정 전체는 어떻게 될까요?”


“다 좋아지겠죠. 아내도 행복해지고, 딸은 자동적으로 잘 자라겠네요.”


“그렇군요. 이 목표는 팀장님과 가정에 정말 중요한 거네요.”


강일은 아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작고 단순한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유 코치와 얘기하다 보니 정말 중요한 일이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유 코치가 또 질문한다.

“정말 다가가고 싶은 아버지가 되신 모습을 미리 상상해서 떠올려 보셔요. 무엇이 보이시나요?”


갑자기 상상해보라는 말에 강일은 어색했지만 눈을 감고, 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아들과 함께 있어요. 아들은 기타를 치고 있고, 저는 소파에 앉아 아들을 쳐다보고 있네요.”


“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지, 장소는 어딘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얼굴 표정은 어떤지?”


“음, 우리 집 거실이네요. 아들이 캐논을 락버전으로 신나게 치고 있어요. 야구 티를 입고 있고, 정말 흥겨운 모습입니다.”


“팀장님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웃고 있습니다.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아주 흐뭇한 시선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분은 어떤가요? 무엇이 느껴지나요?”

“기분 좋네요. 아들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나 자신도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사랑과 자랑스러움이 느껴지신다니 정말 아드님을 사랑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열망이 크시네요.”

“허허, 그거야 모든 아버지면 당연할 거예요.”


“당연하면서도 그렇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가 봅니다. 그런데 아까 처음 아드님에 대해 얘기하셨을 때의 느낌과 지금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요?”


“아 그때는 아들의 안 좋은 모습만 보이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팠는데, 지금은 좋아 보이네요. 평소에는 아들이 기타 치는 모습을 보면 걱정부터 됐는데.”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그러고 보니 아들은 달라진 게 없는데 제가 아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네요.”


“핵심을 짚으셨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는 정말 중요하죠.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자료를 보내 드릴게요. 나중에 한번 읽어 보시죠. 자, 그러면 앞으로 ‘다가가고 싶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으신지요?”


무엇을 하면 민기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하고 강일은 생각했다.

“잘 모르겠네요. 대화를 한 번 해볼까요? 아니 잔소리를 좀 줄여볼게요. 잘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요. 잔소리를 줄여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죠. 그럼 오늘 저와 나눈 대화를 좀 정리해 주시겠어요?”


“음, 일단 전체 과정에 대해 설명 들었고요, 더 좋은, 그러니까 다가가고 싶은 아버지 되기라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잔소리는 줄이고요.”


“네, 감사합니다. 김 팀장님의 소중한 목표가 꼭 이뤄지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격주로 이 시간에 만나도 되겠죠? 효과적인 진행을 위해 이메일로 몇 가지 과제를 드리겠습니다. 과제는 미팅 하루 전까지 회신해 주세요. 혹시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할 땐 어플의 메인 메뉴 중 [코치님~]을 눌러 주세요. 그럼 2주 후에 뵙겠습니다.”


유 코치와의 대화를 마친 강일은 뭔가 홀린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유 코치와 함께 하면 뭔가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올라왔다.


퇴근 무렵 노트북을 열어보니 이메일이 도착해있었다. 몇 가지 질문과 읽을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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