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동생을 둔 언니의 연애론
옛날에 썼지만 동생이 출가하는 바람에 갈 곳을 잃은 언니의 연애론을 여기에 올려본다.
네가 뭔데 연애론을 펼치냐 할 수 있는데, 그냥 친동생한테 할 수 있는 친언니의 조언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동생아,
연애에서 사랑 "받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게 되는 순간 행복해지는 것 같아.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유독 "받는" 사랑을 주입시키려 한다는 생각을 했어.
"사랑받는 여자"와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라는 말이 마치 "행복한 여자"와 "행복하지 못한 여자"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어.
반대로 "사랑꾼" 남자친구가 대세가 되고 좋은 남자친구, 남편인지를 고민할 때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전적인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그런데 사실 "사랑받음"이라는 기준만큼 모호한 것도 없어.
남자복, 남편복만큼 의미 없는 것도 없단다.
사람들은 내가 투자한 것보다 더 큰 것을 얻을 때 “복이 있다”라고 표현해. 상대에게 내가 사랑을 주는 것보다 상대가 나에게 더 큰 사랑을 줄 때 남자복이 있다고 하지.
사랑뿐만 아니라, 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남편복이 있다고 하는 경우도 여자는 돈이 없는데 남자가 돈이 있을 때가 많아.
내가 이미 돈이 많은데, 남자도 돈 많다고 “어휴, 남편 잘 만났네”, “남편복이 있네”라고 하진 않지.
그런데 내가 상대에게 받는 사랑의 정도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타인의 감정이잖아.
마찬가지로 내가 상대로부터 받는 경제적 풍요로움 또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지.
이렇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 때문에 나의 행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내 행복의 열쇠를 남에게 맡겨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야.
내 행복은 내가 쥐고 있어야지,
왜 남에게 쥐어주고, 받기를 기다려야 할까?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헤어지면 힘들긴 해도 언제나 그 관계에 대해 후회가 없는 이유가 남자에게 사랑받아 행복하길 바라기보다는 내가 그 사람과 있을 때 행복한지가 가장 우선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
오히려 사랑을 더 많이 받았다고 느끼는 관계보다 제가 상대방의 사랑을 재지 않고 마음껏 했던 연애가 훨씬 행복했어. 나의 사랑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내가 선택했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랑해 줬어.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나를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존중해 주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어.
상대가 환승이든 바람이든 불륜이든 뭐가 됐든 그 사실이 일어난 거 자체는 화나지만, 그와 별개로 그런 일 때문에 내 행복 전체가 망가진다? 그러기엔 그게 사실 진짜 별거 아니고 하찮은 일일수도 있어.
어차피 남자에게서 받는 사랑 때문에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니 그런 것 때문에 내 행복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 거지.
난 내가 사랑해주고 싶어서 사랑을 해줬는데, 그 상대방도 나를 사랑해 주었으니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더라고. 더 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기에 헤어졌지만, 그때의 그 감정은 서로 진실되었다고 믿기 때문에 후회도 원망도 없어.
연애의 완성은 결혼이 아니라
이별이라는 생각도 들어.
사람들은 흔히 연애의 끝을 결혼이라고들 얘기해. 하지만 사실 이별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 그래서 연애의 끝은 이별로 완성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결혼을 해도 사별이던, 이혼이던 어떤 형태의 이별로 끝날테니 맞지 않을까?
난 연애를 통해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깨달으며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어. 그리고 관계의 끝인 이별을 통해 나를 객관화하며 더욱 성숙해져서 내가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웠지.
내 취향, 내 감정, 내 욕구가 뭔지 가장 잘 아는건 나뿐이잖아?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기억하고, 상대가 나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가 아니라 내가 그 남자를 어떻게 느끼는지, 내가 그 사람과 있을 때 행복한지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
혼자 있어도 행복하고,
둘이 있어도 행복한,
그래서 언제나 행복한 사람이 되자.
사랑하는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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