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는 쥬니어네이버로 세상을 공부했다 이 말이야.
그 시절 싸이월드를 하는 언니 오빠들을 보면 왠지 모를 동경심을 갖곤 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미니홈피에 파도타기로 들어오는 이웃들, 게다가 방명록이 수두룩 쌓여있기까지 하면 최고의 인싸 언니 오빠들이었죠. 당시에는 왜 이리 멋져 보였는지, 싸이를 하면 저도 인싸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미니홈피를 만들고 늘 설레하며 미니홈피를 어떻게 꾸밀지 상상에 빠지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텅 빈 방 안에 덩그러니 서 있는 미니미만 늘 저를 맞아줄 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도토리를 충전할 수 없었거든요.
도토리는 제게 용돈과 같았습니다. 도토리의 가치가 초등학생 꼬마애에겐 너무 커서 부모님의 허락 없이는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멋진 언니 오빠들을 흉내 내고는 싶은데, 매번 엄마를 조를 수도 없으니, 싸이월드는 그림의 떡으로만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어린아이의 야망은 그리 쉽게 시들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이들의 아지트 쥬니어네이버가 있었거든요. 주니어네이버는 아이들에게 다이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없는 게 없었죠. 게임, 학습, 연예뉴스, 심지어는 그토록 원했던 미니룸까지. 학교 종소리 땡 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서 파니룸을 꾸미는 게 제 하루의 진정한 시작이었습니다.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모든 게 공짜였던 파니룸에서 싸이월드에서 풀지 못했던 한을 모조리 다 풀어냈답니다.
라떼는 동물농장으로 떡상을 배웠어
파니룸으로 SNS를 알아갔다면, 동물농장으로는 시장원리를 배워갔습니다. 주인장이 얼마나 능력이 있느냐에 따라서 농장의 가치가 달라졌고, 계급이 달라졌고, 동물들의 삶이 달라졌죠. 능력의 척도는 황금덩어리, 클라라의 훈장 같은 아이템들이었습니다. 농장에 이 아이템들을 한가득 내걸수록 그 농장의 주인은 엄청난 능력자였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거래시장에서 한정템들이 바쁘게 오고 가던 현장이 머리에 스칩니다.
'아이템이 품절될 수도 있어요~ 빨리 고르세요~'라는 말로 꼬드김 당해 홧김에 구매한 한정템으로 열심히 동물들의 매력도를 높이고, 농장을 꾸몄다가 나중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걸 목격하는 순간 하루 종일 속상했던 기억이 나네요. 반대로 가지고 있던 템이 갑자기 어마어마한 수치의 포인트로 시세가 오른 걸 볼 때면 입이 귀에 걸렸죠. 가격이 최고점일 때를 기다려 와글와글 장터에 내놓는 순간에는 손을 부들부들 떨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한방을 노리진 않았습니다. 열심히 미니게임들을 하면서 돈을 벌고, 예금창고에 차곡차곡 저금도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예금 내역을 조회하며 얼마나 저금했는지, 얼마나 지출했는지 심심할 때마다 들여다보곤 했으니, 나만의 카드와 통장을 손에 넣은 듯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경제관념이라고는 용돈기입장 하나가 전부였던 그 나이에 자본주의 원리는 물론, 수요와 공급, 주식 떡상을 다 깨우쳤으니, 동물농장은 아마 애덤 스미스도 이마를 탁 치고 갔을 최고의 경제 교과서였던게 아니었을까요.
금융치료를 씨게 가르쳐준 슈
요 근래 다시 타올랐던 '슈게임'을 쥬니어네이버에서 빼놓을 수는 없죠. 컴퓨터시간에 유독 마우스가 바쁜 친구들을 보면 하나같이 슈게임을 깨고 있었습니다. 다들 슈의 라면가게 켠왕을 노리던데, 저는 슈의 얼초 만들기를 꼭 마스터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든 슈가 원하는 드레스를 꼭 입히고 활짝 웃는 미소를 보고 싶었죠. 그거 깬다고 큰 보상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아주 세밀한 컨트롤과 빠른 순발력, 날카로운 관찰력을 요구하는 극악의 난이도였기에 이를 깨고 난 후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음식점 알바를 하면서 온갖 수난을 당하면서도 알바비가 들어오는 성취감과 동일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슈의 칭찬과 쓸모없는 슈머니를 몇 개 흔들어주는 엔딩장면이 당시 저에게는 금융치료와 다름없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삶의 논리. 쥬니어네이버는 초등학생들에게 인생이란 무엇인지, 쓴맛뒤에 단맛이 온다는 그 인생의 원리를 조금 맛보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링크: https://fficial.naver.com/contentDetail/91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이런저런 인터넷 서핑을 즐기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네이버의 브랜드 스토리를 다루는 페이지, 네이버피셜을 처음 접해봤고, 보자마자 어떤 한 콘텐츠가 눈에 강렬히 들어왔죠. '쥬니버 세대가 네이버에 입사했다'. 콘텐츠의 제목은 쥬니버 시대를 그리워했던 저를 겨냥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쥬니어네이버를 애용했던 현직자들의 이야기는 동년배인 제 마음을 간만에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분명 글자로 이어지는 대화들이었지만, 저도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하나의 노스탤지어 현상을 같이 향유해 보는 시간이었달까요. 들뜬 마음과 동시에 손가락도 바쁘게 움직여서, 보는 내내 체감속도가 매우 빨랐던 것 같습니다. 그 신나는 마음에 살짝의 씁쓸함이 불쑥 찾아올 수 있음을 모르는 채로 말이죠.
추억에 흠뻑 젖어있던 손을 멈칫하게 한 말이었습니다. 세상에 변치 않는 존재는 없듯, 우리의 시간도, 네이버의 시간도 야속하게 흘러갑니다. 세상의 흐름에 맞춰 우리는 모두 변해야만 합니다. 원래 아쉬울 때 떠나야 제일 큰 박수와 환성이 터지는 법. 쥬니어네이버도 때에 맞게 우리의 곁을 떠났기에 현 쥬니버세대의 기억이 추억으로 회자될 수 있는 겁니다.
쥬니어네이버가 부활한다면 다시 쓰려나?. 저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명쾌한 yes가 나오진 않을 것 같네요. 이미 쥬니어네이버에 있던 추억의 게임들이 복구 사이트에 남아있긴 하지만, 막상 그걸 다시 했을 때 어린 시절 느꼈던 도파민이 그대로 터지진 않더라고요. 머리가 어느 정도 크고, 세상에 더 많은 즐거움이 있으니 당연할 거라 생각합니다. 초등학생에게는 쥬니어네이버가 곧 세상이었으니까요. 구슬아이스크림 감성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구슬아이스크림이 그렇게나 맛있고 달달했었는데, 막상 스스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니 옛날만큼 맛있진 않습니다. 비싸고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구슬아이스크림이 더 이상 제게 그다지 큰 의미를 주진 않으니 말이죠.
쥬니버와 함께 했던 시간에 계속 멈추고 싶은 마음은 '쥬니어네이버' 자체보다 쥬니어네이버가 세상이었던 그 일상에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른 오후, 여유로운 하교시간에 하는 일이라고는 친구와 놀기, 컴퓨터게임하기밖에 없던 그 일상. 그리고 아무 세상 물정 몰랐던, 때 묻지 않던 그 어린 시절의 모습이 그리운 겁니다.
과거는 과거로, 지금은 지금으로. 이제는 쥬니버세대가 세상을 이끌 힘이 생겼습니다. 네이버로 일상을 지내왔던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만들어줄 정도로 자라났습니다. 일상을 선물 받았던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일상을 선물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보며, 저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새삼 실감합니다. 쥬니버를 졸업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시간이 찾아왔네요. 쥬니버에서 배웠던 모든 것과 과거의 일상에서 쌓아온 모든 경험치를 발휘해 볼 지금, 네이버는 여전히 제 일상을 책임지고 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세상을 눈앞에 펼쳐주고 있습니다.
쥬니버세대가 네이버 직장인이 되고, 새로운 서비스들이 잔뜩 등장하겠죠. 앞으로의 네이버가 제게 어떠한 일상을 채워줄지 기대해 보며, 지금까지 더 큰 세상으로 이끌어준 네이버를 잠시나마 되돌아봅니다.
심심할 때면 지도를 끄적여
만약 네이버지도가 없다면, 길치인 저는 이불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서울 이곳저곳을 파헤쳐보는 것이 제 소망이었고, 사는 곳 근처부터 조금씩 가고 싶은 곳을 찾다 보니 어느새 서울지도가 초록색으로 도배됐습니다. 아직도 찜한 곳에 다 가보진 못했지만, 대학교 초반에 여러 곳을 둘러본 흔적들은 현재 좋은 소재로 사용되고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글을 쓰고, 에디터로서 꿈을 갖게 된 계기도 서울 여정을 시작함으로써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보니, 네이버 지도가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줬군요. 초록색점들이 더 널리 퍼져있는 날엔, 저의 인사이트도 함께 풍부해져 있으리라 봅니다.
피셜을 접하면서 네이버지도와 비슷한 서비스에 관심이 가기도 했는데요, 바로 네이버 여행 서비스입니다. 현직자가 알려주는 여행팁과 함께 해당 서비스가 소개되었는데, 보면서 한 번쯤은 꼭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MBTI가 J인 사람으로서 계획을 세워놔야 마음이 편하지만, 놀 때만큼은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은 성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네이버가 추천해 주는 콘텐츠들이 솔깃하게 다가왔고, 보통 바이럴이 심한 콘텐츠는 잘 보지 않는 편이라 그냥 지도하나만 믿고 다니고 있었는데, 하나하나 살펴보니 신선한 큐레이션들이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여행 매거진을 모아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매거진을 연재하다 보면, 종종 지역 큐레이션이나 공간 큐레이션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콘텐츠를 위한 영감 창고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은 가고 싶은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을 때, 네이버 여행지도가 해답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인스타와 유튜브에서 랜덤 여행을 기록하는 것이 한 때 유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딱 그게 생각이 났습니다. 커다란 지도를 펼쳐놓고 펜을 던져서 점이 찍힌 곳으로 떠나는 즉흥 여행법. 한 번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 그렇게 일탈을 해보고 싶었는데, 굳이 지도를 펼치지 않아도 네이버 여행서비스로도 충분히 낭만을 찾을 수 있겠네요.
노래 없음 안돼
이어폰이 귀에 가장 안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음악이 없는 세상은 감히 상상도 못 합니다. 어릴 때 삼촌이 주셨던 헬로키티 Yepp mp3가 처음이자 마지막 mp3. 그곳에 좋아하는 음악을 다운받아 무한재생 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많아봤자 10개 내외) 노래들이었지만 그 노래들을 들으며 걸었던 등하굣길이 너무도 행복했었습니다. 옛날부터 노래의 맛을 알아버린 저는 지금까지도 노래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종종 에어팟을 두고 외출하면 심장이 쿵 내려앉으니 말이죠.
무한한 노래의 세계, 알고리즘을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유튜브나 다른 음악 앱들도 있었지만, 네이버 바이브를 통해서 알고리즘을 접해봤습니다. 사실 무료 체험을 노리고 바이브를 다운해 본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돈을 내며 서비스를 이용해 볼 줄은 몰랐죠. 애플뮤직, 유튜브 다 좋지만 제가 바이브에 남아있는 이유는 한국 감성이 좋아서입니다. 국내 음악들을 좋아하고, 특히 옛날 음악들을 좋아하는 저는 바이브에서 왠지 모를 한국 감성을 느껴졌습니다. 찐 한국인이 추천해 주고 건네주는 듯한 그러한 감성을요. 지금도 쥬니버글을 쓰면서 그 시절 감성을 살려보고자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는데, 글을 쓰며 더 감수성이 풍부해지네요.
바이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알고리즘뿐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오디오 클립이 있는 오디오 콘텐츠는 귀로 펼쳐지는 또 다른 영감 창고입니다. 아티스트들이 들려주는 오디오북을 자기 전에 하나씩 틀어놓으면 위안과 응원을 받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표현을 메모장에 적어놓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에 메모장을 열면, 꽉 막혔던 머릿속이 뚫리죠. 오디오 클립에는 '시티사운드'라는 콘텐츠가 있는데요, 집중이 필요한 경우에 백색소음처럼 사용하곤 합니다.
이외에도 지식in, 웹툰 같이 워낙 네이버에서 유명한 고전 서비스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애용 중입니다. 긴급한 상황에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한 순간, 전문적인 사이트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식인으로 저절로 손이 가고, 지루하고 삼삼한 오락이 필요한 순간에는 웹툰을 정주행 하죠.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네이버는 생각보다 더 깊이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었네요. 향수를 건드리며 당시의 네이버를 회상하기 위해 글을 써봤지만, 그 속에서 지금의 네이버를 마주하니 묘한 감정이 감돕니다. 어린 저와 친구였던 네이버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있는 힘껏 등을 떠미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여러분의 네이버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본 콘텐츠는 네이버피셜 리뷰과제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