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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냥 Sep 20. 2019

하늘만 쳐다봐도 눈물이 난다

과거의 그때가 그리울 때면


 두 아이의 이른 저녁을 차려주고 나니 베란다 너머 노을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노을. 예전에는 아무 감흥 없던 그냥 예쁜 노을이었는데 요새는 울컥한다. 파란 하늘을 봐도 그렇다. 찌는 듯한 더위가 가고 날이 선선해지니 또 그렇다.



미세먼지로 뿌예진 하늘일 때, 비가 마구 쏟아져 내릴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맑고 화창하고 혼자 즐기기 아까운 모습의 날일 때 우울한 감정이 치솟는 걸 보면 내 심보가 단단히 뒤틀린 듯싶다.



그래. 늘 감사하다 얘기하고 다녀도 사실 속상한게지. 예전에는 이런 날, 두 아들을 데리고 인근 공원에서 신나게 땀을 뺀 후,  맛있는 치킨 등으로 저녁을 때우곤 했다. 그러나... 신장병으로 인해 저염 저단백 식이를 하고 있는 지금은, 평범했던 과거의 일상이 금기가 됐 생각만으로도 속상하다. 우리는 변했는데 남들은 변함없는 게 배 아프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에 좋은 날의 하늘 봐도 울컥하는 거다.



 하늘 한 번 쳐다봤다고 속 시끄러운 애미와 다르게 아이들은 주어진 현실에 훨씬 더 적응을 잘하고 있다. 무슨 맛일까 궁금하지도 않은 무염 갈치구이 반의 반토막을 반찬삼아 너튜브를 보며 깔깔대며 식사를 한다. 식이제한으로 인해  먹는 아쉬움은 늘 있지만 그 아쉬움에 파묻혀 지내지 않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나선다. 최근 들어 게임과 레고 만들기에 모든 신경 집중하고 있는 큰 아이가 안쓰럽고 대견하고 부럽기까지 하다.



제쯤이면 나는 이런 치졸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이에게 집중된 신경을 분산시켜 마음의 평화를 얻어 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부모라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나면, 지나간 과거와 닿을 수 없는 미래를 향한 '미련'으로 점철되어 있는 '나'가 내 안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런 '나'를 잘 달래서 '미련'을 내려놓아야... 날이 좋아도, 좋지 않아도, 그래도 늘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을 건데.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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