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es own Seoul

오늘만 좀 울어도 되나요 <다정한 얼룩> 출간에 부쳐

Ones own seoul

by 한량

왜냐하면 다섯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온 날이니까요. 에세이 <다정한 얼룩>이 출간되었습니다. 몹시 진부하지만 때론 진부한 게 전부이기도 합니다. 지난 1년, 까페를 전전하며 원고를 쓰고 수정하고 쓰고 수정하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어렵고 장한 일을 끝끝내 해낸 것을 '산고'에 비유하던가요. 그 '산고' 겪어봐서 압니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고 내가 왜 이걸 시작했나 싶다가도 짜잔, 무사히 해내고 나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고 마냥 감격스럽고 뿌듯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슬그머니 눈물을 훔칩니다. 오늘만은 좀 그래도 되겠죠.


<다정한 얼룩>에는 삼십 대 후반까지의 삶에서 저를 스쳐간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 삶에 깊고 굳건하게 뿌리내린 이도 있고 잠시 머물렀다 홀연히 사라진 이도 있습니다. 살을 맞대고 숨을 나눈 이도 있고 책이나 화면으로만 만난 이도 있습니다. 허물없이 이 책에 네 이야기가 나온다며 같이 킬킬거릴 수 있는 이도 있고, 쉽게 소식이 닿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영 전할 수 없는 이도 있고요. 이들과 쉼 없이 부딪치고 부대끼느라 참으로 애 많이 썼습니다. 많이 웃고 많이 울고, 기대하고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미워했습니다.


다 완성된 원고를 두고 마지막으로 제목과 부제를 정해야 하는 시간, 편집자님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편집자님의 말은 이러했습니다. 이건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 같아요. 사랑은 사랑인데 마냥 사랑만은 아닌 그런 사랑. 그렇죠. 정말이지 그렇지 않습니까. 어떻게 사랑이 다 온전하게 사랑으로만 채워질 수 있을까요. 그 안에는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다 겪어 아는 세밀한 감정들이 숨어있죠. 아니, 숨어있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때론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아올라 모든 것을 덮치는 분노, 강렬한 증오와 원한 그리고 마지막으로 밀려드는 자기혐오까지. 저는 아직 마냥 아가페 같은 사랑은 모르나 봅니다. 그건 진짜 종교적 차원에서나 가능한 것 아닐까요? 저는 그보다 훨씬 범속한 사람이지요.


그래서 이 사랑은 여러 번 엎질러집니다. 제 속도보다 열정이 더 앞서 달리다 넘어지기도 하고, 미적거리며 빙빙 돌다 발을 헛디디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에 파란만장한 자욱들을 남깁니다. 들여다 보기에 따라 흉하기도 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 얼룩들, 그런 얼룩들을 모아 엮었습니다. 사람과 상황이 내게 상처를 줄 때 나는 어떻게 이겨내고 버텨내는지, 계속해서 나를 추동하고 밀어대며 멈추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인지, 뭐든 내 안에서 다 꺼내어 주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덕분에 지난 삶을 돌아보고 헤아려 보게 되었습니다. 다 마른 흉인줄 알고 헤집었더니 피가 철철 솟기도 하고, 다 잊었다 생각한 곳에서 모자란 실수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픈 이야기도 괴로운 이야기도 부끄러운 이야기도 꺼내놓고 나니 제 삶의 부분이란 확신이 듭니다. 미쳤어? 그런 이야기를 남들한테 왜 해. 라는 우려도 이젠 슬쩍 멀어집니다. 에세이를 쓰는 건 결국 자기 삶을 솔직하게 꺼내 펼쳐놓는 일임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원고를 쓰는 사이, 영화 <미나리>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클라우디오 아바도, 릴리아 질버스타인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앨범을 계속 들었습니다. 동네의 많은 까페를 돌아다녔고 때론 멀고 먼 까페를 찾아 노트북을 꺼냈습니다. 빠르고 매끄러운 인터넷, 웅성웅성 배경으로 깔리는 소음과 적당한 무관심으로 창작을 독려해 준 까페 이웃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분들은 절 모르실 테지만요. 더불어 헛발질하려 할 때마다 부드럽고 단호하게 멱살 잡아주신 윤준가 편집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소재가 되어주신 당신들에게도 심심한 감사 인사를 올려야겠지요. 많이 사랑하고 많이 미워했습니다. 이제 우리 함께 페이지를 열며 지난 기억들을 짚어보아요.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그리고 여기 <다정한 얼룩>이 있습니다.



<다정한 얼룩>을 만나보실 수 있는 곳은 아래와 같습니다.


*알라딘 http://aladin.kr/p/Ef8KY

*예스24 http://m.yes24.com/Goods/Detail/106368830

*교보문고 http://kyobo.link/0Dt7

*인터파크 http://mbook.interpark.com/shop/product/detail?prdNo=354469045


<다정한 얼룩> 출간 기념 이벤트를 하고자 합니다. 인스타그램(@ones_own_seoul)을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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