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리킨톤을 아시나요?
나고야성에 갔던 날,
성 안쪽에 있는 작은 티하우스에 잠시 들렀습니다.
일본에 가면 성이나 신궁 안에 있는 티하우스에 한 번씩 들르곤 합니다.
소박한 공간에서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말차 한 잔과 함께
작은 디저트가 포함된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그때는 그 디저트가 어떤 음식인지도 몰랐습니다.
별 기대 없이 한 입 먹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달콤했지만 과하지 않았고,
밤의 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며
부드럽게 입안에서 풀어졌습니다.
앙금이라고만 생각하고 먹어서인지
밤의 풍미가 느껴지는 순간이 인상적이었고,
그 부드러운 식감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름이 뭔지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지만 짧은 일본어로는
답을 준다고 해도 못 알아들을 것 같아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 맛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며칠 뒤, 사카에에 있는 한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우연히 그 디저트를 다시 발견했습니다.
그제야 그 이름이 ‘쿠리킨톤’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쿠리(栗)’는 밤,
‘킨톤(金団)’은 으깬 재료를 둥글게 빚은 음식을 뜻한다고 합니다.
쿠리킨톤은 밤을 곱게 다져 정성스럽게 빚어낸 디저트였습니다.
이름을 알고 나니 그 맛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골랐고,
이후로는 보일 때마다 한 번씩 찾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집 근처의 작은 디저트 가게 앞에서
쿠리킨톤을 판매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들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찹쌀떡과 함께
소박한 수제 디저트들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었고,
몇 가지를 골라 집으로 와서 천천히 맛보았습니다.
처음 티하우스에서 먹었던 것과는 또 다른,
밤 알갱이가 좀 더 씹히는 담백하고 편안한 맛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쿠리킨톤 한 상자를 담아 올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나고야에 머무는 동안
디저트를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가을과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시즌 디저트부터
일상적으로 즐기는 케이크까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선택이 있었습니다.
특히 나고야에서
하브스 같은 케이크 브랜드가
시작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려한 케이크부터 소박한 화과자까지,
형태는 달랐지만
일본에서의 디저트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하루의 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백화점 지하에는 어김없이 디저트 가게들이 이어져 있었고,
오후 두세 시쯤 카페에 가면
남자분들도 자연스럽게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
그 풍경이 저에게는 꽤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맛있는 것을 넘어,
이곳에서는 디저트가 이미 일상의 한 부분처럼 보였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바쁜 하루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작은 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잠깐의 달콤한 시간으로
하루에 여유를 더하는 방식.
우리도 그런 시간을
한 번쯤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특별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디저트 하나와 함께
잠시 앉아 있는 시간.
그 정도의 여유만으로도
하루는 조금 더 부드러워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