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하루 루틴과 사소한 발견

여행과 생활 사이의 하루

by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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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이는 여행과 생활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시간입니다.
나고야에서 가 보고 싶은 몇 곳을 한 달 동안 천천히 둘러보겠다는 것 말고는 하루하루에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잠시 살아보는 것, 그 자체가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은 보통 여덟 시쯤 시작됩니다.
베란다에 나가 등교하는 아이들과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엽니다.


등교와 출근 시간의 분주함이 조금 가라앉고 나면
근처 카페에 가서 모닝구를 먹기도 하고,
집에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아침을 챙겨 먹기도 합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천천히 산책을 나섭니다.
집이 시내에서 한두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어떤 날은 시내 중심까지 걸어가고,
어떤 날은 동네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습니다.


골목에는 크지 않은 일본의 집들이 이어집니다.
집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이상하게도 서로 잘 어울려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돈된 골목길을 따라 오래된 집들이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노포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단정하게 자리를 지켜온 동네의 모습입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더 경직되어 살아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네를 천천히 걷다 보니
도시는 생각보다 차분하고 여유로운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점심은 일본식으로 가볍게 외식을 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시켜 놓은 채 노트북으로 할 일을 하기도 합니다.


해가 질 무렵에는 근처 마트에 들러 저녁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간단하게 저녁을 만들어 먹고,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 뉴스를 틀어 둔 채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제가 있었던 시기에는
아키타현에서 곰이 내려와 사람을 공격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자주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뉴스라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가끔 멧돼지가 도심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곤 하는데,
이곳에서는 곰이 사람들의 생활 가까이까지 내려온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아, 여기도 우리와는 또 다른 나라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완전히 여행자도, 그렇다고 현지인도 아닌
어딘가 그 사이에 서 있는 낯선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익숙한 하루의 모습 속에
낯선 감각이 조용히 섞여 있는 시간.


일상의 책임에서는 잠시 떨어져 있었지만
대신 새로운 풍경과 작은 발견들로 채워지던 하루였습니다.


아마 그것이
나고야에서 보낸 한 달 살이의 묘미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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