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소금 Nov 28. 2018

늦은나이, 27살

자꾸 지각만 하네

늦은나이, 26살에서
어느덧 늦은나이, 27

(이전 편 늦은나이, 26살 다시보기)


어른이 되고 나니 자꾸 지각만 하게 되네요.
분명 학생 때는 개근상을 받았는데 말이죠.
왜 시간이 갈수록 지각만 하는 기분일까요?






20년 이상을 꿈에 매달렸더니
결국 남은 건 외로움뿐이더라.


첫 번째 지각 : 1인 직장의 삶


27살의 단념

2018년도가 초스피드하게 끝나간다.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열매 하나를 얻기 위해 수많은 땀을 흘렸다. 올해 나는 또다시 많은 것을 배웠다. 26살에는 몰랐었던 삶의 지혜를 27살에 배워본다. 


그림은 무조건 싸게해주세요


페미니즘에대한 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왔었다. 금액의 경우 작업시간+인건비+재료비 등을 계산한다.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 알려드리자, 예산이 많지 않다며 10만원 이하는 안되냐고 묻는다. 10만원 이하는 안되고, 10만원대로 생각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이전에 약속한대로 월요일날 미팅을 가졌다. 담당자는 작업에대한 이야기를 1%, 다른 이야기만 주구장창 99%한다. 금액적인 부분에서도 1컷당 3만원으로밖에 할 수 없다며 말끝을 흐린다. 총 12컷을 그려야했고, 게다가 촉박한 일정기간 안에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다음날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금액적인 부분이 맞지않아 같이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통보한다. 


나도 모르게 숫자에 집착하게 되네요





어느덧 코앞이다. 20대와 30대의 삶, 숫자의 앞자리가 바뀌는 것처럼 내 마음도 내 환경도 모든 것이 좋게 바뀌길 바랄 뿐이다. 언니에게 물어봤다. 20대와 30대의 차이가 어떤 느낌이냐고. 그랬더니 언니는 똑같다고 말한다.


인기와 대중성 

나는 인기가 없다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평가에 내 20대 초반은 의기소침 그 자체였다. 늘 마음속으로 고민하고 지금도 고민한다. 하지만 이런 내게 힘을 주는 건, 나의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이다. 나는 평생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도전은 아름답고, 결과는 단풍잎 떨어지듯 떨어지고...
카카오톡이모티콘 제안

위의 24개의 이모티콘 제목은 '오늘의 운세'다. 긍정적이고 공감가는 운세 글귀로 하루 아침을 시작하자는 의미로 제작하였다. 아쉽게도 결과는 탈락했다.




친구 없는 삶

브런치에서 자주 언급했듯이 나의 인간관계는 종잇장보다 더 얇다. 따돌림은 어른이 돼서도 후유증이 평생 남는다. 그 따돌림을 가슴에 품고 살다가 어른이 돼서도 잊고 싶은 기억을 다시 마주치게 된다. 또다시 반복이다. 그래서 이렇게 배신을 당할 거라면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으리라,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전부 주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맞지만,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아 졌다. 어차피 어렸을 때부터 혼자였으니, 혼자라는 건 외로운 게 아니라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혼자인 삶을 살아가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써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누군가를 위해 창작을 한다는 것은 결국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외로움을 밥먹듯이 살았기때문에, 이 아픔을 이 공허함을 그림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의 삶을 살았던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늘 은퇴를 생각한다.

첫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마무리가 제일 중요하다. 어떻게하면 멋지게 은퇴할 수 있을까? 20년 넘게 그림만 그리고 살았는데 하루 아침에 마음을 정리하는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서서히 각오를 하고 있다. 27살 실제 나이는 청춘의 나이지만, 내 직업의 나이는 어느새 노년기로 접어든 것만 같다. 


나도 귀여운 그림 그릴 수 있어요


나도 개성있는 그림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좋아할 수 있는 귀여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앞으로는 나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아래 식빵 스티커는 네이버 OGQ마켓에 출시되어 판매중이다.

탄생비화

식빵 봉지들을 보면 무수한 식빵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 중에서 모양이 다른 끄트머리 식빵이 있다. 나는 그 식빵을 보고 마치 나와같은 막둥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세자매 중 막내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언니식빵과 막내식빵이다. 처음에 제목을 정했을 때는 가제로 '나나네 베이커리'였다.

"나도 귀여운 그림 그릴 줄 안다. 나도 그릴 수 있다."

http://ogqmarket.naver.com/artworks/sticker/detail?artworkId=5796a9a0c717e




연애 한 번 못해봤어요

두 번째 지각 : 나는 짝사랑 전문가, 연애 한번 못해봤어요




연애 한번 못해 봤어요

살면서 소개팅에도 나가본 적이 없다. 짝사랑만 하다가 금방 마음을 접는게 취미다. 내게 연애는 그냥 드라마로만 보는걸로 만족한다. 이미 외로움에 익숙한 사람이기에 연애는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외로운 건 사실이다.


값비싼 인생수업



어중간한 인생이라고 나 자신을 깎아내리려 하지말자, 내 인생의 기준은 내 것일뿐. 삶은 어떻게보면 정말 짧아. 살아보니 아끼다 똥된다는 말에 공감이 갔지. 난 이제 똥처럼 살려고 해. 누군가에게 비료가 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되려해.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칭찬해




나는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이미 늦었다면, 그래요.
나 늦게 걸어가려 해요.

벌써 빠르게 출발했다면,
그래요. 나 좀 더 속도를 내려해요.


나는 빠른 년생으로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화가'라는 진로를 어린 나이에 결정했지만, 21년 후 지금은 '늦은 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어렸을 때 친구들은 내게 개그맨이 되라며, 남을 웃게 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일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친구들을 좋아하고 쾌활했지만, 어느새 지금은 혼자가 되었다. 취업에 실패하고, 무명 작가의 삶이 길어지면서 나의 모든 환경이 달라졌다. 하지만, 어쩌면 이건 다시 인생 리셋의 신호가 아닐까?


사실 나도 실패가 두려워요

한 번 실패의 경험을 맛본 사람은 두 번 세 번이 무섭지 않다고 말했지만, 때로는 무섭다. 나는 겁이 많고, 걱정도 많다. 너무 많이 실패를 해봐서 실패의 맛을 알기에 때로는 친숙하지만, 사실 두려운 마음도 크다. 이유는 내가 상처받을까 봐, 그리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나는 매일 공모전에 참가한다. 탈락한다면 그것도 나의 경험이야, 수상한다면 그건 나의 기쁨이야. 늦게 이룬 만큼 빛은 환하게 비추네.


여러분은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글/그림 한소금

http://skdbs938.blog.me

http://www.instagram.com/hansalt58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최애 장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