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있는 일이 재미없고 내 일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출근길에 미소란 없다.
최근 일주일에서 이주일 간 의식적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단 한 명도 없었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출근하는 사람은.
심지어 그렇다고 울상인 사람도 없었고, 화를 내며 출근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출근길은 감정도 없고 색도 없는 채도가 사라진 회색 같았다. 신사역 1번 출구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감정이 없었다. 앞에 사람이 가니까 나도 그 뒤를 그냥 따라 걷고, 뒤에서 사람이 걸어오니까 밀려나 걷는 관성처럼 느껴진다.
물론 나도 매일매일 항상이 그렇다. 그런데 한 번은 신기한 감정을 느꼈다. 굳이 의식해서 즐겁지 않은데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신사역 1번 출구 계단을 올랐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아주 아주 아주 살짝. 오늘 나무에서 솟아오른 새싹 이파리 같이 살짝. 긍정적인 기분이 들었다.
마음가짐과 태도가 오늘을, 내일을, 내 일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솔직히 일은 재미있는 날보다 재미없는 날이 더 많다. 아니, 사실 더 솔직히 말하면, 일의 대부분 재미없다. 자료 정리, 보고서 작성, 피드백 반영, 회의 조율, 일정 조정, 문서 리뉴얼. ‘해야 할 일’의 80%는 비슷한 루틴과 반복, 수정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이 재미있는 날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재미있는 일은 대체로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그동안 내가 했던 것보다 새롭고, 설레고, 크고, 중요한 일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을 맡게 되고, 책임져야 하는 순간 재미있는 일 덕분에 배우고, 공부하고, 무지함에 깨지는 괴로운 날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달고 산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데..' '아~ 옆팀의 저 사람이 하는 것처럼, 인스타그램 잘 나가는 저 친구처럼, 성공한 저 유튜버처럼 내 일을 해야 하는데..'라고.
왜 그럴까.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나와 맞지 않는 일이다’ 같은 말들이 너무 익숙하게 소비되어서는 아닐까. 마치 지금 당장 하는 일이 재미가 없으면 뭔가 잘못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근데 일이 꼭 재미있어야 하나. 일은 원래 재미있기보다는 ‘필요해서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고, 그 누군가가 바로 나라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재미라는 감정보다 더 오래가는 감각이 생긴다. 그게 ‘의미’라고 난 생각한다.
일을 평가할 때 재미가 아닌 다른 기준을 세워보면 어떨까? “이 일은 누군가에게 왜 필요한가?”, "이 일은 누군가에게 어떤 유의미가 될 수 있나.", "이 일에 내가 남길 수 있는 흔적은 뭘까?" 평범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재미가 생길지도.
나는 재미는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미는 붙이는 것에 가깝다. 정리된 문서를 보고 뿌듯함을 느끼거나, 내 말로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느끼는 감정. 이런 것들을 재미라고 본다면? 재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붙이는 것’이 된다. 어쩌면 재미는 의미 있는 일에 대한 애정이 만들어 낸 애프터서비스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일을 찾지 말자, 지금 하는 일에 재미를 붙여보자.
내가 좋아하는 침착맨 유튜브에, 내가 좋아하는 주락이월드의 조승원기자님이 출연해서 이런 말을 하셨는데, 저 문장과 비유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꽂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길이 있는 곳에서 뜻을 찾아라.”
(이걸 설명할 때의 비유가 너무 매력적이니 꼭 다 봤으면..)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나의 진짜 일’,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지금 이 일은 잠시 머무는 곳, 의미 없는 일, 재미없는 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런데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걷고 있는 길 위에서 뜻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어쩌면 나 자신이다.
달력 속 ‘중요한 일정’만이 기회가 아니다. 기회는 알림 없이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내가 어느새 루틴 하게 기획하고 발행해버리고 있는 SNS 콘텐츠 하나도, 내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종료 직전의 작은 캠페인 하나도, 카톡 귀퉁이에 보여지는 이미지 광고 카피 한 줄도,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기회다. 기회는 기다리거나 만드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기회로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일지 모른다.
일이 재미없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이 재미없는 일, 어떻게 의미를 만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