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 메일, 카톡, 전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 회의 때 논리를 잘 세우는 사람? 메시지를 짧고 강하게 던지는 사람? 물론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지면 좋겠지만,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상대방을 이해시키겠단 목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
우리는 일할 때 수많은 방법을 사용해서 대화한다. 슬랙으로, 카톡으로, 메일로, 회의실에서, 길 가다가,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대다수의 사람은 본인이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카톡이 편하고, 누군가는 전화가 편하다. 누군가는 꼭 메일을 통해 히스토리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일을 할 때 상호 간에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약속한다. 업무시간 이후에는 카톡이 아니라 메일로 업무를 남긴다. 업무는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게 슬랙 혹은 노션을 통해서 진행한다. 1주일에 1회 정기적으로 업무 미팅을 갖는다. 등등!
하지만 이런 것이 상호 효율을 위한 수단으로 쓰여야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규칙이나 커뮤니케이션의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게 되면 그때부터 소통의 기민함과 긴밀함은 사라지고 지지부진함과 책임 떠넘기기만 남는다. 금일 처리가 필요한 급한 업무를 장문으로 노션에 올려놓고, 퇴근시간 즈음에 아직 업무 처리 안되었냐고 이야기하는 것. 별 다른 아젠다가 없는데 일정이 정해져 있으니까 관성적으로 미팅을 하는 것. 말로 하면 10분이면 설명될 것을 이틀 동안 문서로 만들어 전달하는 것.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상대방을 잘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중요한 감각이 하나 있어야 한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고르는 감각’이다.
전달해야 할 내용이 중요하고 무거운가? 메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내용이 빠르게 흘러야 하고 즉각적 피드백이 필요하다면? 전화나 미팅이 나을 수 있다.
반대로 자료가 필요하고 참고할 정보가 많다면 정리된 PPT나 워드 문서가 낫다.
때론 슬랙 메시지 하나로도 충분하고, 때론 대면이 아니면 해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내가 쓰기 편한 방식’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하기 편한 방식’을 고르는 일이다.
사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많아진 시대일수록, 커뮤니케이션은 더 어려워졌다. 그 많던 메신저 중에 어떤 걸 써야 하지? 회의를 잡아야 하나, 메일로 정리하면 될까? 혼란스러울수록 우리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은 단순하다.
'상대방이 내 의도와 생각을 이해하기에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가 아닌가.'
결론적으로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정답은 없다. 아니.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이다. 다양한 업계,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다. 모든 사람이 단어를 해석하는 방식이 꽤 많이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예를 들어, 영상 컨셉이라는 단어를 꺼냈을 때 누군가는 ‘밝고 경쾌한 느낌’ '어둡고 음침한 느낌' 등 색감이나 분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누군가는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 '독립 영화 같은 느낌' 등 포맷에 빗대어 이해하기도 한다. 같은 단어인데 받아들이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말’하기에 앞서 서로 간의 말에 담긴 의미와 정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요즘 핫한 판교사투리 같은 것도 있다. 말은 분명 국문인데, 중간중간 영어가 섞여 해석이 갈린다. “해당 이슈는 디벨롭해서 이번 스프린트에 클로징해야 합니다”, “금일 회의 아젠다 백업 부탁드려요” 같은 말은 얼핏 들어선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단어가 열린 결말이다. 디벨롭이 어디까지인지, 백업은 정리인지 저장인지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은 단어가 아니라 해석의 합이고, 해석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
낯 간지럽지만, 난 좋은 커뮤니케이션에는 마음과 배려가 한 꼬집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사람이 어떤 입장에 있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무엇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지. 감정의 높낮이와 리듬까지 고려해야 커뮤니케이션은 비로소 전달을 넘어서 이해로 다가간다.
‘이게 뭐가 어렵지?’ 싶은 이야기도, 상대에게는 하루를 망치게 만드는 한마디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 정도는 안 해줘도 되겠지’ 싶은 태도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기도 한다. 말은 언제나 결과보다 앞서 도착한다. 그러니 말하기 전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말이, 이 사람에겐 어떻게 들릴까’를 반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 보자.
사실 커뮤니케이션이 꼬이는 것은 표현이나, 말, 설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반 발짝을 생략했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다. 좋은 커뮤니케이터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해시키겠다는 목적과 함께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이해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은 이해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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