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진 Nov 09. 2020

심호흡의 시간

2020년 11월 9일

지난주 금요일, 팀원 한 명이 퇴사했다.


입사 한지 이틀째 되던 날 팀원 면담을 통해 퇴사 의사를 전달받았다. 우리 팀에서 근속연수가 가장 오래된 팀원이었다. 원래 팀장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들어와서 나가는 것일까? 내가 하루 만에 뭘 잘못한 건가? 등등 조금 비약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는 않았다.(내가 뭐라고..) 


퇴사 이야기를 듣자마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근속연수가 긴 팀원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사람이란 저마다의 사정이 있음을 이해하기에, 나 또한 그랬기에. 이것저것 따지고 묻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최근에 합병을 진행했다. 면접에 합격하고 최종 입사일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10월 초부터 합병한 두 개 회사의 구성원들이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전달받았다. 아직은 서먹하고, 업무 R&R도 명확하게 구분되지 못했다. 모두가 적응하고 있는 시기이고, 모두가 변화하고 있는 시기기도 했다. 어찌 보면 중간에 합류한 나에게는 다행인 상황이다.


합병.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함께 하던 사람이 나가기도 한다. 지금 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을 꿈꾸고 어쩌면 태어나서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사람, 일에 대한 이 모든 변화는 두근거리는 일이다. 불안감에서 오는 두근거림, 기대감에서 오는 두근거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두려움에서 오는 두근거림. 감정이 두근거림에 맞춰 같이 흔들린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흔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적응을 하던, 대응을 하던,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변화에는 언제나 심호흡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휴식과 정리를 동반한 심호흡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심호흡은 시시때때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요즘 우리는 매일 같이 변화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멘탈은 누구나 부서지기 마련이고, 강한 멘탈보다 중요한 것이 멘탈 회복력인 것 같다.


가장 오래된 동료의 퇴사가, 회사의 변화가 낯선 팀원들의 멘탈은 지금 어떨까? 이번 주에 팀원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생각해본다. 변화하는 일을 어떤 템포로 줘야 하나 고민해본다. 


지난주 목요일 회사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 수치와 일정이 공유되었다. 내용과 목표를 보니 내년 봄을 맞이하기 전까지. 이번 겨울은 꽤나 열심히 달려야 할 것 같다. 나도 숨을 고른다. 생각을 정리해본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정리한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이 생각이 난다. 마케팅에서 의사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뭘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아닌, 뭘 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 상황에서.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골라낸다.

달리기 전 어떻게 달릴지를 생각하며 


숨을 고른다.


불멍 하다가 타버린 마시멜로(또륵)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터의 갬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