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지난주부터 우리 회사는 출근자 50% 유지를 위한 격일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일 확진자가 1천 명을 달성한 주말을 기점으로, 필수 출근 업무 인원을 제외한 전원 재택근무를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일주일이 넘게 팀원들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도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었고, 벌써 사흘째다.
재택근무를 하면 몸이 편하다. 집이 먼 사람들은 긴 시간을 지하철에서 허비하지 않아도 되고, 점심시간 밥을 먹은 후 남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 쉴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찐 행복이었다. 하지만 역시 대화나 설명이 필요한 업무를 할 때는 조급 갑갑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회의보다 메신저로 소통을 하는 일이 최근에 잦아서 그런지 엄청나게 불편하지 않다. 대부분 메일과 노션으로 업무를 공유하고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불편했던 건 생각 외로 마음이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새삼스레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PC를 켜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딸깍 거리는 행동을 몇 시간 하고 나면 업무가 끝난다. 사무실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시답지 않은 농담이 오고 가고, 웃음소리를 듣고, 밝은 목소리나 다급한 목소리처럼 감정이 섞인 소리를 듣지 못하니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재택근무 중에 직장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시답지 않은 농담을 10분 정도 하고 끊을 수도 없다.
재택의 불편한 점은 물리적인 소통보다 오히려 개인의 감정적인 마음인 것 같다. 평소 같으면 업무에 집중하다가 메신저를 못 볼 수도 있고, 메일을 조금 늦게 확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답장이 20~30분 정도 늦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니 메일이나 메신저에 온 메시지 회신을 바로바로 하지 않으면 마음에 찝찝함이 남는다. '내가 집에서 업무에 집중 안 하고 딴짓하다가 답장을 늦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닐까?'라고 혼자 걱정하며 신경 쓰고 초조해한다.
함께 일하며 서로가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외롭고, 감정적인 허전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택이 출근보다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제, 우리 팀은 화상회의 기능으로 랜선 회식을 했다. 업무시간에 채우지 못한 감정적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뭐라도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각자가 퇴근시간에 맞춰 배달 음식을 준비하고, 개인이 마실 음료와 술을 챙겼다. 퇴근 시간 이후 10~15분 정도 개인의 저녁 겸 안주를 세팅하고 우리는 화상 회의를 켰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역시 술이 들어가고 취기가 도니, 나름 웃기도 재미있었다. 대부분 술은 맥주 하나에서 두 캔 정도 준비를 하다 보니 랜선 회식은 2시간 정도 만에 끝이 났다.
다음에는 유튜버 콘셉트로 진행하자는 둥, 술을 더 많이 챙겨서 2차, 3차를 가는 느낌으로 하자는 둥, 대표님과 전 직원을 초대하자는 둥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오디오가 너무 겹치는 게 흠이지만 나름 즐거웠다. 이건, 우리가 선택한 이 시국에 감정을 교류하는 최선책이다. 물론 실제 마주하고, 대화하고, 웃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감정적 교류의 소중함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사람을 안 만나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참다 참다 연말에 다 터져버렸다. 거리두기 기간 중에 어떻게 해서든 만나고, 어떻게 해서든 술잔을 부딪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사람은 언제나 어려운 난관 속에서도 해결책을 찾아내는 놀라운 동물인 듯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과
규칙을 피해 편법을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뉴스에서 클럽이나 주점들이 새벽 5시에 문을 열어 오후 12시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9시 이후 음식점이 문을 닫으니 사람들은 9시 안에 집에 가야 한다면서 일찍부터 빠르게 술을 마신다. 시간은 6시 30분이었지만, 그곳은 여느 강남의 오후 10시의 술집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사람을 만나는 방법, 거리, 밀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언제나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비상한 사람은 존재한다. 이 역시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래도 이왕이면 허점을 파고들어 편법을 행하기보다, 제도의 의도와 본질을 생각하며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랜선 회식을 하고 느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해결할 수 있는,
이 감정적 교류를.
만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