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어머니? 그건 미신도 뭣도 아니잖아요?(2)

긍정의 힘? 끌어당김의 법칙? 시크릿? 아무튼 나는 잘 된다.

by 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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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를 팔짝 뛰게 하는 것은...

아기일때 아들은 유난히 모기를 타서 많이 물리기도 했고, 한번 물리면 심하게 부어서 어떤 때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그게 안타까우신 어머니는 손자가 모기에 물린 걸 보실 때마다 "어째야 쓰까~잉"을 외치셨다.


한 번은 어머니 댁에서 놀다가 모기에 물렸는데 그 자리가 또 부어오르고 덧날까 봐 걱정이 되셨던지 빨리 약을 발라 주겠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급히 챙겨 오신 건 물파스도, 연고도 아닌 에프킬라.


"어머니? 그건 모기약이잖아요?"

"잉. 요것쪼까 손에 뿌서 밸르믄 안개로와."


또 뒷목을 잡아야 하는 순간이다. 에프킬라를 손가락에 살짝 뿌리자 분무되지 못한 약제가 어머니 검지손가락에 액체가 되어 흘렀다. 그것을 아들의 피부에 바르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말렸다.

"어머니! 항생제 연고 있어요. 그거 바르면 안 붓고 가라앉아요."

"그르냐. 요것이 잘 듣는디."


얼른 챙겨 온 약을 발라주고 잠시 다른 일을 보고 왔는데 어머니가 또 에프킬라를 시도하실까 봐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 어머니도 모기 물리시면 약 바르세요. 절대로 에프킬라 바르지 마세요. 그게 곤충 죽이는 거라 사람한테 닿으면 알레르기 생기고 덧나면 큰일 난대요. 가끔 그런 사람들 있으니까 하지 말라고 테레비에서도 그랬어요"


겁을 줘서라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서 설명해 드렸다. 일단 테레비에서 나온 말을 진리라고 믿으시니까.


"잉? 아고, 어째야 쓰까. 아까 쪼까 발라줬는디."


하~ 자백하시는 걸 보니 통하긴 했나 보다.

화가 치밀면서도 저 낭패라는 듯한 표정에 헛웃음이 나왔다.

웃기긴 한데 짜증도 나고 뭔가 약이 올라서 남편에게 말해버렸고 아들이 모기에 약한 것을 신경 쓰는 남편은 혹시라도 덧날까 걱정하며 자기 엄마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던진 불씨로 싸우고 있는 모자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다시 에프킬라를 발라주시는 일이 없으려면 요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았다.

그 뒤로 어머니가 당신 상처에 에프킬라를 바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손자에게 또 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다. 하긴 말씀 안 하시고 잽싸게 하시면 내가 알 도리가 없기는 하다.




나 좋을 대로 생각하는 단순한 사고 방식과 긍정의 힘

결혼 후 바로 아기를 갖고 싶었는데 한두 달 만에 아이가 들어서 많이 기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0주가 지나자마자 이유 없이 유산이 되었다.

10주면 아기가 꽤 자란 상태여서 초음파로 아기의 형태도 보았는데 유산이 되고 나니 자꾸 그 모습이 떠오르고 뱃속에 아기가 없다는 것이 허전해서 한동안 매일 눈물이 났었다.


유산이 되고 한 달쯤 지나서 어머니 생신이 돌아왔다. 형님들 가족이 다 같이 모여 해물찜집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형님들은 나를 많이 걱정해 주셨고, 특히 유산 경험이 있는 둘째 형님은 자신의 힘들었던 시절을 말씀해 주시며 조심스럽게 위로를 해주셨다. 어머니도 손주를 놓친 것이 아쉬워서 한숨을 쉬긴 하셨지만 그래도 섭섭함을 감추려고 많이 노력해 주셨다.

아무도 서운한 말씀 한마디 않으시고 내 건강만 걱정해 주셔서 고마웠지만 아기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눈물이 비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식당에서 주문한 해물찜과 탕이 나오자 모두들 많이 먹으라며 신경을 써주셨다. 어머니도 내 쪽으로 음식을 집어주셨다. 그리고 호탕하게 이런 말을 던지셨다.


"게 묵어라. 게. 애 가지믄 게 못먹는디, 유산 됐응께 꽃게 묵어도 돼야~!"


순간 정적이 흘렀다.

어머니의 눈치없는 멘트에 시선을 어디다 둘지 난감해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을락 말락 하고 있는 형님들과 아주버님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꽃게를 성큼 넘겨주시는 어머니의 태연한 표정이 한 프레임에 담겼다.


가장 먼저 정적을 깬 것은 내 웃음소리였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다들 내 마음이 염려되어 조심스러워하던 분위기였는데 어머니가 투척하신 강렬한 멘트가 금기를 깬 것처럼 오히려 후련했다.


뒤따라 어이없어 터지는 가족들의 웃음소리에 "아유~ 참, 엄마!" 라며 어머니를 나무라는 형님들의 핀잔소리가 더해지고 조금 더 편안해진 분위기로 식사가 이어졌다.


유산된 이후에 '유산'이나 '아기'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났었다. 어딜 가도 조심스럽게 위로하는 말에 나도 덩달아 조심스럽게 답을 했었는데, 그날 유산 이후 처음으로 그 단어를 상처 없이 웃으며 들어 넘길 수 있었다.




황당하기도 하고 가끔 곤혹스럽기도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머니의 믿음이 모두 어머니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는 긍정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자식들의 성화로 생전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으신 어머니는 담낭에 꽤 큰 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 조직검사 결과 암은 아니었지만 크기가 커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해결책을 찾아야 속이 후련하신 어머니는 어딘가에서 혹에는 영지버섯이 좋다는 말씀을 듣고 영지를 우려내어 꾸준히 드셨다. 어떤 처방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영지 달이는 법을 배우신 것도 아니면서 그냥 영지를 끓여드셨다. 영지버섯은 약재라서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 한의원에서 처방이라도 받으라고 말씀드렸지만 막무가내셨다. 누가 말린다고 들으시는 분이 아니니 너무 많이 드시지만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꾸준히 영지물을 드시며 당신이 좋아진다고 믿으시더니 어느 날 놀라운 결과를 가지고 오셨다.

영지버섯물 이외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데 정기검진 결과 혹이 사라진 것이었다.


의사도 신기해했다고 한다. 정말 영지버섯 달인 물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나도 궁금했지만 혹시라도 모를 부작용이 우려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권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어머니가 갖고 계신 긍정의 힘이었다.

이 물을 먹으면 내가 낫는다는 믿음이 저렇게 강렬하시니 몸안에서 반응이 있을 만도 하지. 지의 효능이 있었더라도 몇 배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는가.

영지보다도 끌어당김의 법칙과 시크릿 믿어지는 순간이었다.


미신이던 뭐던 본인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면 나쁠 것은 없다. 남 피곤하게 하는 이상한 주장과 탈 날까 적정스러운 근본 없는 민간요법만 뺀다면 말이다.

어머니의 저 초 긍정적 사고방식을 나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 종종 드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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