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과 키스를 연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줘야 하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잡아줘야 할 것 같았다.
"인공호흡은 생명을 구하는 거룩한 일이야. 누군가 죽을 고비일 때 인공호흡을 해서 살려주는 건 키스하고는 전혀 다른 거야. 그걸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그리고, 그런 순간에는 더럽다는 생각도 안 들 거야. "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서 정색을 하고 설명을 해줬는데 어째 반응이 이상하다.
고개를 푹 숙이더니 베개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폼이 심상치 않다.
"왜 그래?"
말이 없다.
음... 저건 눈물 날 때 하는 짓인데.
아... 무안했구나.
가볍게 물어본 말에 엄마가 너무 비장하게 답하니 자신의 질문이 나쁜 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인공호흡을 하면 타인과 입이 닿는 것이 비위생적으로 보이거나 키스를 연상할 수 있는 것은 어른도 마찬가지인데 '너는 무슨 그런 생각을 해?'라는 듯한 말투로 설명했던 것 같다.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이 되었다던가, 비난받는 것으로 느껴졌나 보다.
더구나 이번같은 질문은 조금 민망한 질문임을 본인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꽤 어색한 순간이었다.
다시 잘 설명해 주고 싶었다.
"준아, 인공호흡은 중요한 일이지만 해야 할 상황이 오면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닐 거야.
혹시 병에 옮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고.
네가 그렇게 생각할만하지. 어른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그런데, 엄마 회사 사람도 길에서 쓰러졌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심폐소생술 해서 살았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방법을 아는 용감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지."
"어, 진짜?"
애는 애다.
주변 사람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니까 고개를 들고 금세 관심을 보인다.
"어, 기차역에서 쓰러졌는데 누군가 심폐소생술하고 병원으로 보내줘서 살았어. 그 순간 그 사람 아니었으면 엄마 회사 사람 죽었을 거야. 만약에 바닷가나 그런 데서 물에 빠진 사람 구할 때는 인공호흡도 하겠지. 누구나 그런 거 불편할 거야. 모르는 사람이랑 입이 닿는 건데 싫지. 그래도 사람을 살려야 하니까 하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아서 하는 건 아니야."
민망하던 기분은 가셨나 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말이 나왔으니 좀 더 알려줘 볼까?
"그리고, 병원에서는 인공호흡보다는 장비 같은 걸 사용하겠지. 인공호흡은 병원 밖에서 구급 대원이나 일반인들이 위기의 순간에 이용하는 거고..... "
설명이 길어지니까 딴짓을 한다.
마무리해야겠다.
(근데 집중력 너무 떨어지는 거 아닌가 --. 무슨 2분을 못 넘겨.)
"요즘은 심장 충격기도 여기저기 많고 하니까 나중에 그런 거 사용하는 법도 한번 알아보자."
"어."
쉽지 않은 대화였다.
아이가 내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할 때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생각을 내비치면 덜컥 걱정부터 한다.
'저렇게 생각하는 건 도덕성이 좀 떨어지는 거 아닐까?'
'저건 사람들한테 비난받을만한 건데 커서도 저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저렇게 생각 없는 말을 하다니 실망스러운걸. 계속저러는 거 아냐?'
이런 걱정들 때문에 심각해진다.
애초에 그런 어리석음이 없는 아이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또는, 빨리 그것을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비난하거나 생각을 고치라고 다그치기도 한다.
아이도 사람이니, 자기가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부모가 비난하는 투로 나오면 화가 나거나 무안해질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단호하게 바로잡아줘야 할 때도 있을 텐데, 그 경계를 알아차리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모든 질문에 모범답안이 있다면 좋겠다.
<오늘의 교훈>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질문을 해오면, 궁금해하는 생각을 인정해 주고,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도록 힌트를 줄 것. 비난은 하지 말자.
내가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에 누군가가 '너는 무슨 그런 생각을 하니?'라고 반응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생각의 한계는 달라도, 감정의 범위는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