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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Sep 18. 2021

사회와 국가를 건강하게 만드는 유쾌한 주부들

9월 18일. 오늘의 생각 01.

인스타그램의 수많은 사람들 중, 그녀의 계정을 보기 시작한 것은 몇 주 전이었다.

피드를 보니 꽤 많은 사진과 글, 영상을 올려놓아 그녀의 생활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전업 주부이고, 아이 둘을 기르고 있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다니던 직장은 그만두었다. 이제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유아기때보다는 시간이 나고, 자기 계발을 하고 싶어서 얼마 전부터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인스타에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수업의 종류도 다양했고, 성실하게 활동한 덕에 가끔 체험단으로도 뽑힌다고 했다. 어설프지만 정성스럽게 올려놓은 후기가 진실성 있어 보여 종종 읽어보곤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그녀가 올려놓은 춤 영상을 보게 되었다.

어떤 수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춤을 배우는 수업을 들었나 보다. 나도 요즘 춤을 잘 모르는 데다가, 소리를 들을 상황이 못되어 영상만 보았기 때문에 그녀가 무슨 춤을 춘 것인지는 모르겠다. 단지 정말 지독히도 춤을 못 추었다고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처음 볼 때에는 웃음이 나왔다. 와, 이렇게 못 추는데도 이걸 찍어서 올렸네.

그런데 이상하게 매력이 있어 자꾸 돌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세 번 정도 보고 나서는 괜히 마음이 찡 할 만큼 감동을 받았다. 너무 열심히 추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몸치라고 하면서도 그날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올리는 것이라고했다. 기교도 웨이브도 없었지만 한 동작 한 동작 성실하고 분명하게 추는 그 춤이, 나에겐 그 어떤 가수의 춤보다도 가슴에 와닿았다.

내가 영상을 보는 것을 슬쩍 보고 남편은 그게 뭐냐고 웃으며 지나갔는데 이게 감동적이라는 것을 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정식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지만 매일 배운 것을 올리는 그녀의 열정이 스마트폰 화면을 타고 나에게도 옮겨지는 것 같았다.


최근 SNS를 돌아다녀보면 그녀와 같이 자기 계발에 열심인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는 재테크에 힘을 쏟아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제2의 직업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그녀와 같이 자신의 하루를 유쾌하게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수익을 올리기 위해 목표가 확실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열심히 육아하며 살아온 날들에 이어 조금씩 늘어가는 여유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즐기고 있다. 그녀의 즐거운 하루에서 발산되는 빛은 그녀가 꾸려가는 가정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밝힐 것이다. SNS는 인생의 밝은 면만 편집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 중 긍정적으로 보이고 싶은 시간을 더 많이 생산해 내고, 살림에, 아이에 쏟는 자신의 정성을 기록하여 성취감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행복으로 다가가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게 노력하는 그녀의 삶은 아이들의 하루까지 행복하게 만들 것이고 그런 그녀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건강해진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하루를 즐겁게 채우는 사람들, 단지 자신의 기분을 좋은 쪽으로 옮겨놓고,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은 그 자세 만으로도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춤 영상을 보며 생각해 보았다.

사진 한 장도 열심히 보정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예쁘게 완성해 보고, 글 한 줄도 누가 읽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에 들 만큼 고쳐 보는 부지런함, 뿐만 아니라 집에서, 직장에서, 하루를 채우는 모든 행동들에 정성을 쏟는 일이 주어진 인생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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