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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Dec 14. 2021

내가 만났던 그분은 마케팅의 달인이었구나.

[한마디면 충분하다] 장문정 저 _ 세일즈 언어의 결정판

마케팅은 원래 천박하다.
어쩔 수 없다. 돈을 벌어야 하니 말이다.
[한마디면 충분하다] _ 122 페이지


아무리 고차원적이고 우아하고 배려 깊어도 결국, 마케팅의 목적은 판매이다.


나는 마케터가 아니다. 그러나 매일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을 공과 사 모두의 영역에서 하고 있고, 내가 월급을 받고 있는 우리 회사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삼고 있다.


한편으로 나는 소비자이다. 소비자로서 마케팅의 원칙과 허점을 아는 것은 소비에도 도움이 된다.


저자 장문정은 마케팅 전문가이다. 화려한 쇼 호스트 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케팅 법인을 운영 중이고, 마케팅에 관한 다수의 책을 낸 사람이다. 저자의 이름은 낯설었으나 사진을 보니 눈에 익은 얼굴이다.

 

읽으면서 와튼스쿨 교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이 연상되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이 협상을 목표로 하는 설득의 방법이라면 이 책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실용서이다.


작명, 컨셉부여, 이미지 선언, 단언, 가치 부여, 히스토리, 꿀팁, 에두르는 눙치기, 관점 전환, 변칙까지 다양한 마케팅과 판매 기법을 숨 쉴 틈 없이 쏟아놓는다. 저자가 현장에서 겪은 경험담이라 우리가 아는 상품에 대한 사례가 많아 술술 읽힌다.

어려운 마케팅 용어를 쓰지 않고도 개념이 이해가 간다. 저자가 현장에서 쉬운 용어로 상품을 설명하듯이 썼기 때문이다.


감탄이 나올 만큼 노련한 판매인에게 설득되어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었던 기억이 몇 가지 있다. 설득이 되었던, 분위기에 넘어갔던 어쨌든 그들의 방법이 나에게 먹혔던 것이다. 그들이 이 기법들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장에서 훌륭하게 이 방법을 활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세일즈맨에게 "다음 이 시간에"는 없다.
우리는 설득에는 미룸이 없어야 한다. 물론 고객은 늘 '다음에 할게요.' '자료를 주면 생각해 보고 연락할게요.' '집에 가서 배우자와 상의해 보고'등의 말로 뒤로 미룬다. 이것을 싫다는 말로 해석하지 않고 순진하게 정말로 그럴 거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한마디면 충분하다] _  121 페이지



내 평생 만난 가장 기억에 남는 영업인은 산후조리원의 마사지 실장님이셨다.

그분이야말로 내가 만난 사람 중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 마케팅을 완벽하게 하는 가장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내가 있던 조리원은 입소 후 기본 패키지에 마사지가 3회 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마사지는 출산 후 수유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최고의 코스였다. 아름다운 방에서 불이 들어오는 따뜻한 침대에 누워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마사지사의 손길을 느끼고 있자면 영원히 산후조리원에서 살고 싶어지는 그런 마법의 서비스였다.


그러니 마지막 3회 차에 들어가면 아쉬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대부분 1,2 회차는 일반 마사지 선생님들이 해주시고, 3회 차는 실장님께서 손수 해주신다.


날씬하고 큰 키에 40대 후반 정도 돼 보였던 실장님은 언발란스 단발 커트에 짙으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화장을 하고 계셨다. 자주 감지도 못한 머리를 산발하고 포대자루같이 생긴 조리원복을 입고 있던 산모들에게 그녀의 세련됨은 그 어느 곳에서 보다 빛나 보였을 것이다.


3회 차 마사지가 거의 끝나갈 무렵 실장님이 추가 마사지 신청 여부를 물어오신다. 부위별로 5회를 더 받을 수 있고 부위가 더해질수록 비용도 추가된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라 그 자리에서 선택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산모들은 조금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한다.


"음~. 나중에는 안되고, 지금 결정해야 돼요. 스케줄이 금방 차요."


그 말이 얼마나 애를 태우게 했던지. 만약 이번에 신청하지 않으면 이 3회 차 마사지가 내 인생에 마지막 마사지라도 될 것처럼 조바심이 났다. 머릿속으로 추가 금액이 얼마인지 계산을 하면서 그렇게 큰돈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써도 되나 고민이 되어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망설임에 머리가 터질 것 같던 찰나, 실장님은 마지막 한수를 던지셨다.


"붓기, 지금 빼는 게 좋아요. 그리고 한동안은 아기 데리고 마사지받기 힘들 거예요. 지금 여기에 전문가들한테 아기 맡겨놓고 편안하게 몸과 마음을 풀고 가요."


그렇지. 지금이 아니면 몇 년 후에 마사지를 받게 될지 모를 일이다. 붓기도 지금 빼야 한다지 않는가. 나는 이곳에 몸과 마음을 풀러 온 것이다.


"네!  그럼 복부랑 다리 마사지 추가할게요!"


그날 그분과의 대화에는 책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기법들이 들어있었다.

컨셉부여, 이미지 선언, 일침, 단언, 소비자의 언어, 가치 부여, 꿀팁, 권하지 않고 깨닫게 하기.

진정 그분은 마케팅의 달인이셨다.  



꼭 마케터가 아니어도 세일즈 기법은 생활에 유용하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에게 내 말이 먹히게 하는 것은 인생에 굉장히 유리한 기술이다.


이 책에서 가르치는 기법을 마케팅과 세일즈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적용해 본다면 깨알 같은 이득을 쏠쏠히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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