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이에 마사시 _ 김춘미 옮김
"손이 닿는 부분은 현관 손잡이 빼고는 나무가 좋아."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현관문은 안과 밖의 경계선이니까 금속을 쥐는 긴장감이 있는 편이 좋지. 밖에 있는 문손잡이가 나무로 되어 있으면 실내가 밖으로 삐져나온 것 같아서 뭔가 쑥스러워."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p145
나는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얼굴을 쭉 보고 있었다. 조몬시대의 움막집이나 매장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현관문을 안쪽으로 열 것인가 바깥쪽으로 열 것인가를 생각하고, 개방형 부엌과 거실의 경계를 어떻게 나눌까 생각하고, 부모 침실과 아이 침실을 어떻게 배치할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나 하는 이치가 선생님 건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 현실 그 자체다"라고 선생님이 말씀하는 것은 그런 얘기인지도 모른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p337
실측 노트는 이 년이 채 못 되어 열일곱 권이나 되었다. 모은 데이터는 오십 건이 넘는다. 이런 일을 혼자 하고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 될 건지 이따금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누가 부탁한 것이 아니라서 계속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72페이지
*독후감_작중 화자가 건축학과 학생 시절 견학하며 스스로 공부하던 일을 회상하는 장면. 과제도, 돈벌이도 아닌 일을 홀로 해내는 과정이 담담하고 아름다웠다.
의자가 있는 계단의 수평면과 경사각이 만든 단차에 오차가 없다면, 즉 정확하게 일을 했다면 부분부분은 똑같은 규격이면 된다. 단 나중에 끼워 넣었다는 걸 알 수 없을 만큼 꼼꼼하게 마감되어 있는 것을 봐도, 시공업자가 단순한 작업으로 생각하고 한 일은 아니었다. 공사하는 사람들은 무라이 슌스케의 이러한 디테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손을 움직였을까. 그들의 생각은 끝내 알려지지 않는다 해도, 한 일은 이렇게 남는다. 선생님의 설계는 시공자의 긍지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74페이지
*독후감_선생님이 설계한 야스카야마 교회를 견학하면서 화자가 느낀 경이로움을 묘사한 부분이다. 소설 전체에서 뭉클한 울림을 받았던 장면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