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글감옥 _ 조정래 작가 생활 40년 자전 에세이
친일파가 모든 분야에서 득세하는 세상에서 그분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도록 철저하게 사회 진출을 차단당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분의 비참한 모습은 친일파에게 도전한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모델 케이스기도 했습니다. 그 공포에 질렸음인지 친일파를 문제 삼는 지식인은 그 후로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황홀한 글감옥 382 페이지 中]
"모든 지식인이 이데올로기에 쏠려 분단의 열쇠를 찾고 있을 때 조정래는 엉뚱하게 그 열쇠를 '농민들'에게서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긴 소설을 통해서 우리에게 끈질기게 농민의 문제를 제시하며 읽게 한다. 그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마음을 이끌고,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우리는 끝내 설득당하고 만다. 감동을 동반한 그 설득에 우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이의가 없으니까 그의 이야기는 승리한 논리가 된다. 그의 분단 내인론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경제학자 정운영 씨가 쓴 글입니다.
[황홀한 글감옥 230 페이지]
일제 식민지 시대를 다룬 소설 거의가 '독립 만세'를 외치며 끝납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건 무책임이고 기만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해방'은 곧 '분단'이고, 그 비극은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 전체를 옥죄기 때문입니다.
[황홀한 글감옥 334페이지]
저는 1977년 1년 동안 [소설문예]라는 포켓용 소형 문예 월간지를 발간한 일이 있었습니다. 문학 독자의 확대를 꾀한 것이었지요. 그때 임종국 선생이 우리 잡지에 연재를 했습니다.
임 선생은 그때 모든 사회 진출이 차단되어 천안에서 밥을 굶듯이 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해방 이후 모든 지식인이 친일파에 대한 연구나 언급을 철저하게 기피하고 있을 때 오지 혼자서 펜을 들었고, '친일문학론'이라는 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보복은 가혹하고 잔혹했습니다. 친일파가 모든 분야에서 득세하는 세상에서 그분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도록 철저하게 사회 진출을 차단당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분의 비참한 모습은 친일파에게 도전한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모델 케이스기도 했습니다. 그 공포에 질렸음인지 친일파를 문제 삼는 지식인은 그 후로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황홀한 글감옥 382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