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2. 잃어버린 커피 향
코로나가 앗아간 설렘
지난 8월 코로나를 앓았습니다.
닷새간 지속되던 열이 내리고 나니 후각이 상실되었어요.
후각 상실의 타격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모든 음식이 먹기 싫어지더군요. 밥이나 국을 아무 간도 없이 그냥 씹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입안에서는 다 씹어서 삼켜야 하는데 목으로 안 넘어가서 울렁거리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빵과 과일만 먹었습니다. 그나마 그것들은 씹어서 삼키는 식감이 괜찮아서 먹을만했거든요.
남들은 코로나에 심하게 걸리고 나면 살이 빠졌다고 하던데, 저는 빵만 줄기차게 먹은 탓에 살이 더 쪄버리는 추가적인 부작용을 얻었습니다.
저는 먹는 것에서 크게 즐거움을 얻는 편은 아닙니다. 맛있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맛이 없는 음식도 그럭저럭 잘 먹고, 맛집에 갔다가 줄이 길면 그냥 그 옆에 사람 없는 집에 가서 먹고 오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니, 삶의 즐거움이 반 이상 줄어드는 것 같았습니다.
기운을 차리려고 사 먹은 비싼 음식도 맛이 없었고, 배가 고파도 한 두 숟가락 뜨고 나면 먹기 싫어졌습니다.
후각 상실이 준 가장 큰 타격은 무엇보다 차와 커피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강한 향을 내는 차를 우려내도 맹물 맛이고, 커피는 쓴맛만 느낄 수 있어 한약을 들이켜는 것 같았습니다.
'커피 한잔 할까?'
바쁠 때도, 한가할 때도 이 말을 들으면 잠깐 가슴이 두근 합니다. 혼자서 쉴 때도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그 과정에서 아늑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후각을 잃어 크레마가 잔뜩 올라온 커피를 한입 머금어도 향 없이 쓰기만 하니 조금 슬프기까지 하더라고요.
커피 타임의 설렘이 훅 줄어들었습니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된장찌개를 먹는데 갑자기 구수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나 냄새난다! 냄새나!"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서 옆에 있던 열세 살 아들이 저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이기까지 했습니다.
다른 감각에 비해 후각은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삶의 질에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모르고 말입니다.
그 후로도 몇 주가 지나서야 차와 커피의 향을 완전히 다시 맡게 되었습니다.
잃어봐야 소중함을 안다는 말을 겪어보고 깨달았습니다.
커피 향을 잃었다가 다시 만났을 때, 그때 그 기쁨을 떠올리며 매일 감사히 마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