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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Oct 25. 2022

내가 사는 40대

나이가 드는 것은 다른 세계로 가는 것

점심 산책을 멀리까지 나왔다.

오늘은 도시락을 싸오지 않아서 가본적 없는 카페에 들러서 흑임자 두유 라테를 먹는 중이다.

새까맣진 않지만 검은깨가 촘촘히 들어가 있다. 달콤하고 고소하지만 이건 흑임자 맛이 아니라 두유 맛이다.

학교 안에 있는 카페라서 학생들과 교수님들 두 부류의 손님들이 북적인다.

저들이 나를 볼 땐 뭐라고 생각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이를 봐서 학생은 아닌데 교수님이라기에는 행색이 과하게 캐주얼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이 많은 연구생 정도로 보지 않을까 싶다.

학생들은 모두 어려 보인다.
자신의 나이대와 거리가 먼 사람들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신기하다.
분명히 20대 때는 학생들을 보면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대학 신입생인지 구분이 갔는데 요즘은 십 대 중반부터 이십 대 초반까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십 대였던 나도 마흔 살과 쉰 살 아줌마들을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40대를 보면 초반인지 후반인지 어렴풋이 알겠다.
40대는 내가 사는 세계니까 추정이 쉽나보다.

그러고 보니 떠나온 세계 사람들이라서 구분이 안 갔나 보다. 심지어 내 아들이 열세 살인데도 외모만 봐서는 십 대 남자아이들 나이를 추측하기 어렵다.

아무리 가까워도 자식의 세계는 내가 사는 세계가 아닌가 보다. 아들은 내 세계의 일부를 걸치고 있는 다른 사람일 뿐이다.

벌써 12시 30분이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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