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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Nov 29. 2022

사춘기를 어디까지 참아줘야 하는 걸까?

엄마도 화났음은 알려줘야지 

토요일에 아들이 기타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세 식구가 총출동을 한다. 


가는 길에 아들은 늘 음악을 틀어달라고 한다. 지난주에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내가 권하는 음악이 마음에 안 든다며 짜증스러운 소리를 냈다. 


그걸 듣고 있자니 은근슬쩍 화가 났다. 


아들이 수업을 듣는 동안 우리는 커피숍에 갈 수 있고, 끝나면 대부분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긴 하지만 나도 내 주말 시간을 할애해 주는 건데 너무 배은망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대 인간으로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조수석에 앉아있는 아들의 뒤통수가 얄미워서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기타 학원까지 걸어가는데 그새 자기가 한 짓을 잊었는지 팔짱을 끼면서 어리광을 부린다. 


난 또 밸도 없이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웃어버렸다. 한편으로는 아직 괘씸한 감정이 남아있어서 내가 화가 났었다는 것을 알려줄까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기타 학원까지 걸어가는 길이 짧았다. 


맘먹고 따져볼 정도로 삐친 것은 아니었기에 그럭저럭 풀렸는데 가끔 그럴 때마다 헷갈린다. 


사춘기에는 어느 정도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을 받아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엄마도 성질났으니 앞으로 조심하라고 주의를 줘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정말 화가 났을 때는 내 감정도 말해주는 편인데 그 정도와 빈도의 적당한 선을 찾기가 어렵다. 


너무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피곤하니 내 감정에 충실할 필요는 있겠다. 이번에는 나도 넘어갈 정도니까 그냥 넘어가고, 정말 미운 짓을 할 때는 엄마가 서운했다는 것을 꼭 알려줄 생각이다. 어차피 부모 자식도 인간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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