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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건너는 트레일러처럼
26. 거의 첫눈 오는 날
눈을 마음껏 즐겨도 돼.
by
춘춘
Dec 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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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왔었던가?
내 기억에 없으니 오늘이 첫눈입니다.
주차장에서 밖으로 나오는데 아들이 외쳤어요.
눈 온다!
나는 아직도 눈 오는 날은 설레어 가슴이 두근! 합니다.
차가 막히고 길이 미끄러운 것은 잠깐 뒤에 생각하기로 하고요.
평생 운전일을 한 아빠 때문에 엄마는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을 늘 조금씩 가지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걱정을 입 밖으로 꺼낸 적도 거의 없는데 나는 그냥 그 기운을 느꼈던 것인지 가끔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덜컹하곤 했어요.
중학생이었던 어느 날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바닥에 소복이 쌓여있었습니다. 아직도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보자마자 내가 한 말은 '아, 길 미끄럽겠다'였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빠가 말했
습
니다.
"야~ 눈이 얼마나 예쁘게 오냐. 함박눈이 멋지게 오는데 뭘 걱정 먼저 하냐."
갑자기 마음의 짐이 훅 덜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작 운전하는 아빠는 길 미끄러울 걱정을 하지 않네. 나도 안 해야지. 눈이 예쁘다고만 생각해야지.'
트레일러 기사인 아빠의 딸이, 눈이 온다고 마냥 즐거워 하는 것은 철 없는 행동이라는
부
담으로부터 홀가분해졌습니다.
눈이 와도 아빠 운전 걱정보다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먼저 누리는 담대함을 가져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셈입니다.
지금 내가 일하는 사무실은 산 아래 위치해 있어 약간 경사진 길을 내려가야 합니다. 눈이 오기 시작하면 사무실 사람들은 퇴근길을 걱정합니다.
나는 언제나 퇴근길을 걱정하기 전에 아름다운 눈을 한껏 만끽합니다.
잔 걱정이 많은 내가 눈 걱정만은 하지 않는 것은 열다섯 살의 어느 날 아침에 함박눈을 보며 아빠가 해준 그 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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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에세이스트& 20년차 생물학 연구원 매일 매일 사는 이야기와 생각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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