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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Aug 03. 2023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일상 #3. 이야기 담은 액자

든든하고 포근한 장식물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이라고 합니다.

조명까지 하고 나면 그다음 심화 버전은 액자가 아닐까 싶어요.

휑한 벽에 그림이나 사진을 걸면 좋다는 걸 알지만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림을 구입할만한 여유나 감각은 없고, 저렴한 액자를 사서 걸자니 선택에 자신이 없고요.


그래서 하얀 벽을 그대로 두고 몇 개월을 살았는데 어느 날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블루베리 이파리 액자


엄마네 블루베리 밭은 여름이면 수확을 마치고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열매가 사라진 나무에 그대로 남은 이파리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붉은 단풍이 듭니다.


맣게 익은 블루베리를 딸 때는 보이지도 않던 푸른 잎이 초겨울 김장할 무렵에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붉은빛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새벽 바람이 싸늘한 시골 밭에 서서 붉은 자줏빛의 블루베리 이파리를 내려다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들은 다 같이 모여 있을 때도 장관을 이루지만 이파리 하나하나의 모양도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예쁜데요.

이파리가 도톰해서 짙은 색을 그대로 품고 있고, 말리고 난 후에도 잎이 갈라지거나 부스러지지 않아요.


해마다 김장할 때면 그대로 떨어져 버리는 잎이 아까운 마음이 들어 그 해에는 비닐봉지에 붉은 잎을 잔뜩 넣어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이와 함께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흰색 A4 종이위에 블루베리 잎을 빼곡히 올리고,  이케아에서 산 만 원짜리 액자 속에 넣어주었습니다. 잎이 도톰해서 테이프로 고정시켜도 찢어지지 않라고요.


아이와 놀이 삼아 만들었는데 다 만들고 보니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선반에 올려두고 한동안 보다가 벽에 걸어둔 지 몇 년이 지났습니다.

색깔이 검게 변하기는 했지만 붉은 기운은 그대로 있어 아직도 저희 집 흰색 벽하고 잘 어울립니다.


남은 이파리는 와인잔에 넣더니 집안 아무데나 둬도 보기 좋네요.




아이 그림으로 액자 장식

아이가 그린 그림들을 걸어봤습니다.

잘 그린 그림도 있고 별로인 그림도 있어요.

어떤 그림도 액자만 통일시키면 벽과 조화를 이뤄서 괜찮은 효과를 냅니다.


그림에 대해 잘 몰라도 내 가족이 그린 그림은 따뜻한 기운을 주니까요.



아이도 자기 그림이 집안에 걸려있는걸 은근히 뿌듯해합니다. 어디다 걸면 좋을까? 하고 물으면 꽤 심각하게 고민해서 답을 해주기도 해요.


여덟 살 무렵에 그린 연필 그림, 미술학원에서 그린 물감 그림, 학교에서 쓴 캘리그래피. 이런 것들로 벽을 장식했더니 묘하게 집안과 조화를 이루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 기분 탓이겠죠?

그럼 어떻습니까,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고 내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 좋은 기운을 주면 그걸로 좋은걸요.



집안을 장식의 효과만 가진 걸로 채우다 보면 피로감을 느낄 때가 있더라고요.

이야기가 있는 물건들로 채워진 거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느낌, 좋아하는 물건들이 주변에 있는 기분, 든든하고 포근합니다.



헤드라잇에 동시게재합니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PSsZGqMj1IiZoiuXF-S6tQ==?uid=fjEdyhyxRsSw9audnSBY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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