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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Dec 08. 2023

#13. 환자가 의사를 믿으면 약봉다리만 달여먹어도..

낫는다드라.

아빠가 그랬다.

'환자가 의사를 믿으면 약 봉다리만 달여먹어도 낫는다드라.'

잘 낫지 않는 감기였던가, 병원을 바꿔보는 게 좋지 않을까 엄마와 얘기 중이었다.

그 말이 어찌나 귀에 쏙 들어오던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콕 박혀있다.


그러니까 플라세보 효과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지혜로운 조상님들은 그걸 파악하고 저렇게 맛깔스러운 표현으로 가르쳐 왔다.

우리 이모가 늘 말하는 "징징거리면 될 일도 안된다."도 비슷한 맥락이리라.


긍정적인 생각이 정신을 비롯해 몸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실제 연구결과로도 많이 나와있다.


간호사인 동생이 가끔 얘기한다. 동생은 비슷한 수술을  반복하는 병원에서 오래 근무하고 있다. 거의 매일 여러 건의 수술이 진행되고 환자들의 예후를 지켜보는데, 묘한 규칙성이 있다고 한다.

수술 후에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설명해 주면 과도하게 걱정을 하는 환자들이 있다. 묻고 또 물으며 부작용을 걱정하다가 돌아간 환자들은 필히 며칠 이내로 다시 찾아와 부작용을 호소한다고 한다. 아주 적은 확률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이 정말로 생긴단다. 반면에 큰 걱정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수술을 받아들이는 환자들은 부작용이 잘 나타나지도 않을뿐더러, 혹시 생긴다고 해도 간단한 투약정도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리가 있다.

어딘가 아플 때 끊임없이 그곳을 의식하면 통증이 더 세밀하게 느껴진다. 치료를 하고 있다면 그냥 약과 의료인을 믿고 편안히 낫는 모습을 상상하는게 낫다. 그러다보면 실제로 아픈 것을 잊기도 한다.


사실은 누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동생이 내게 저런 얘기를 들려준 이유는 내가 저 과도하게 걱정하는 환자 부류이기 때문이다.

 "언니, 걱정 좀 그만해. 우리 환자들도 걱정 많은 사람들은 상처가 진짜 오래 안 나아. 그런가 보다 하는 사람들은 부작용이 와도 쉽게 나아."


저 긍정의 얘기를 믿는다.

최근 아주 친한 친구가 좋지 않은 병으로 진단을 받았다.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충분히 나을 수 있는데 친구는 많이 낙담한 상태다.

친구가 빨리 기운을 차리고 싸워 이기기를, 좋은 기운을 가득히 받기를, 내 온 긍정의 힘을 불러일으켜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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