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드라마를 함께 보는 엄마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
준아, 너랑 같이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주말 저녁이 엄마와 아빠에게는 일주일 중 가장 아늑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맛있는 요리를 할 줄 몰라서 배달음식을 돌고 돌아 먹는 것이 가끔 아쉽기는 하지만 항상 신나게 먹어주는 너에게 고맙다.
그 시간이 행복해서 오늘이 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빨리 금요일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 커피를 내리다가 갑자기 너와 시대감각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어.
이건 너무 오래된 드라마나 만화를 권할 때 한 두 번쯤 했던 말인데 다시 한번 말해 둔다.
아주 오래전에는 비행기에서 담배를 피웠었다. 비행기 같은 공간에서도 담배가 허용되었다는 것은 어디서든 피우고 싶은 대로 피울 수 있었다는 말이지. 사회적인 규범이 그렇다면 개인은 그 안에서 익숙해질 수밖에 없어. 그래서 아무리 다정한 아버지도 방 안에서 아이를 데리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요즘에 그런 사람들은 배려가 없는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 왜냐하면 요즘의 사회적 규범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야. 실내에서는 거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고, 야외라고 하더라도 주변에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 담배를 피우면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지. 요즘의 기준으로 볼 때 수십 년 전의 흡연자는 무례하고 상식 없는 사람일 수 있지만 당시로 돌아가 본다면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왜 남녀가 평등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아.
엄마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 당시의 사람들을 이해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대적 규범을 인지하고 예술과 문학 작품들을 감상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란다. 그리고 그 감각을 절대로 현재로 가져와서는 안돼.
거꾸로 말해볼게. 우리가 20년 전 드라마, 30년 전 영화를 볼 때 저 당시의 사회상이 지금도 일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이야. 너는 아마 반문할 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고, 내가 그것도 모를 것 같냐고. 그렇게 말하는 네 동그란 얼굴을 떠올리니 웃음이 난다. 당연히 우리 아들이 그 정도 분별력은 있지.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책 같은 것들은 사람을 그 안으로 흡수시키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개념이나 사고 습관에 젖어들 수가 있어. 예를 들면 십여 년 전 드라마만 해도 화를 내고 돌아서는 여자를 확 돌려세워서 키스를 하는 행위나, 여자를 지켜주는 것이 남자의 역할이라는 사고방식에 거부반응이 없었거든. 그런데 그 재밌었던 드라마들 속에도 요즘에 보면 어떤 순간 지금의 감각과 동떨어진 장면들이 존재하곤 해. 너랑 같이 옛날 드라마를 볼 때 가끔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어. 분명히 예전에도 엄마는 그 장면을 봤을 텐데 그때는 그 장면이 있었는지 인식도 못할 만큼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야. 십여 년 간 변해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엄마의 인식도 바뀐 거겠지.
과거의 작품들이 나쁘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아주 오래된 영화도 감상할 수 있고, 수백 년 전에 쓰인 책을 보고 감동받을 수도 있잖아. 인류가 만들어놓은 예술과 문학을 즐기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오락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너는 아직 청소년이니까 그런 것들을 감상할 때 염두에 두면 좋을만한 것들을 제안하는 거라고 해 두자.
오히려 엄청나게 오래전에 쓰인 책들은 시대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기 때문에 오해가 없지만 십여 년 전의 드라마들은 형식적으로 현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여서, 미세한 부분에서 분별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는 꽤 많은 작품을 감상했고, 스토리를 이해하는 능력이 많이 갖춰져서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거야.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엄마에게는 행운이지.
그럼 이번 주말에도 십 년 전 드라마를 즐겁게 보며 배달음식을 먹어보자.
오늘, 수, 목, 3일만 지나면 금요일이다. 이번 주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