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

by 춘춘

한 자리씩 차지하고 어깨를 누른다.

화장실 타일에 잠입한 물때, 납기일을 달고 있는 세미나 숙제, 가계부앱 밀린 영수증 패거리, 유통기한 다됐다 아우성치는 두부 한 모, 다림질을 조르며 인상 쓰는 스카프와 블라우스

빈틈없이 들러붙어 내 승모근을 꽉 쥐고 흔든다.


염치없이 치고 들어오는 To do 리스트

꼴도 보기 싫은 것들일수록 더 오래 눌러앉아 진을 친다

연휴는 전속력으로 달아나는데, 내일 출근은 꼼짝 않고 버티고 있다.


싱크대 물자국, 가스레인 찌든 기름때, 세숫대야에 비눗물 뒤집어쓰고 기다리는 운동화

한 개씩 조준한다. 쏴볼 테면 쏴라 도망도 안 간다.


한 마리 떨쳐 놓으면 가벼워진 어깨는 슬금슬금 다른 것들도 쏴 죽일 기운을 차린다.

애처로울 것도 없다. 한번 시원하게 펼 새도 주지 않고 부활할 놈들이다.


지난 주말, 연휴에 금요일 연차까지 써서 4일을 놀았더니 출근하기가 더 싫었습니다.
쉬는 날이 길 수록 왜 더 꼼짝 하기 싫은 걸까요?
집안일에, 밀린 공부에 갑자기 승모근이 뻐근한 게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내가 만든 To Do 리스트를 내가 해버리면 될 일인데 누구를 향한 분노일까요?
해봤자 다음 주에 다시 쌓일 일들이지만 삼시세끼 밥 먹고 또 먹듯이 꾸역꾸역 해치우며 삽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