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흑백필름 Aug 22. 2022

이만하면 잘 살았다

뜨거운 사랑도 해가며

한평생 잘 살았다.

엉금엉금 굼벵이처럼 느리게 출발하긴 했지만

양 어깨에 날개를 달고

큰 꿈을 품고 하늘 끝까지 날아보며

아찔한 스릴을 만끽해가며

해륙진미를 다 맛보았다

꿈꾸던 이상형을 만나 

뜨거운 사랑도 해 봤다.

인생의 뜨겁고 찬란했던 여름은

가을 찬바람과 함께 점차 저물고 있으니,

나에게 다음 여름은 없기에

올여름밤 더욱 맹렬하게 사랑하고 꿈꾸고 날았다.

늦여름 무더위에

마지막 사력을 다해

나의 정든 공간을 힘겹게 날아보지만

날갯짓이 예전 같지 않다.

관점에 따라 

우리는 미물이나 해충이나 벌레로 폄하될 수 있으나,

또 다른 관점에 따라

우리는 비록 한철이나마

멋지게 인생을 산 하나의 생명으로 불릴 만하다. 

작가의 이전글 그냥 조금 달렸을 뿐인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