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UX
회사 사무실의 화장실엔 전자식 도어락이 있다. 매번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러야 문이 열리고, 화장실에 들어설 수 있는 방식이다.
이 화장실의 도어락은 아래와 같이 커버가 항상 열려있고, 난 매번 화장실에 갈 때마다 '아.. 우리 회사 사람들 참 배려 없이 커버를 닫지 않네...'라고 생각했었다.
나에게 도어락을 여는 순서(사용자 저니)는
커버 열기(키패드 활성화) => 키패드의 비번+* 입력 => 문 열림 => 커버닫기 후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에게 도어락의 Default 상태는 '커버가 닫혀있음'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나에겐 도어락을 사용할 때마다 열려있는 커버를 보며, Default 상태로 만들어주는 '커버닫기' 액션을 시작으로
커버 열기(키패드 활성화) => 키패드의 비번+* 입력 => 문 열림 => 커버닫기 후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이렇게 도어락을 열 때마다 '커버닫기' 액션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왜 안 닫아 놓는 거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다른 분이 도어락 오픈하는 걸 보고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분은 커버가 열려있는 상태에서
*키 누름열기(키패드 활성화) => 키패드의 비번+* 입력 => 문 열림 =>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순서로 도어락을 사용했고, 이 순서에선 커버를 닫을 필요도 열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항상 Default 상태는 커버는 열려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난 당연한 듯 왜 나 빼고 모두들 커버를 안 닫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뺀 모두는 왜 누가 자꾸 커버를 닫아 놓는 거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에게 익숨함은 타인에겐 익숙함이 아니었고, 나에게 직관적인 사용 방법은 타인에겐 아니었다.
가용적 휴리스틱 - 빠르게 떠오르는 정보에 의한 직관적인 행동.
제이콥의 법칙 - 우리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며, 익숙한 방식으로 행동.
위 글을 쓰고, 몇일이 지났지만, 위 내용을 주제로 회사 사람들과 예기를 나누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용자 심리가 있어서, 추가로 남긴다.
사용자 01
화장실이라는 찝찝함 때문에 손으로 터치를 최소화 하기위해 커버를 안닫음.
사용자 02
커버를 아래로 내려 닫았다가 좀 세게 닫은 건지, 그 충격으로 도어록 하단부의 마감 케이스가 떨어진 적이 있어서, 또 떨어질까 봐 커버를 안 닫음.
사용자 03
나도 커버를 닫는데 Default라고 생각하고, 열려있을 때 *누르고 시작하는 게 더 편할 수 있지만, 커버를 닫고, 여는 행위는 편함을 측정하기엔 너무 사소한 행위여서,
*키 누름열기(키패드 활성화) => 키패드의 비번+* 입력 => 문 열림 =>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가 더 편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커버 열기(키패드 활성화) => 키패드의 비번+* 입력 => 문 열림 => 커버닫기
를 고수하고 있음.
나는 이제,
커버가 열려있을 시, 커버를 닫고 여는 액션은 이제 안 하고 별을 누루고 시작하지만, 문 열리고 커버를 닫는 습관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